끄덕 - 2021 IBBY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상, 2025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모두를 위한 그림책 90
무라나카 리에 지음, 이시카와 에리코 그림, 조혜숙 옮김 / 책빛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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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가진 연이

연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하는 학교에 가게 되었을 때,

연습한 대로 보행기에 의지해 걷기 시작할 때,

혼자서 팔꿈치로 계단을 디뎌서 강당에 올라갈 때,

미끄럼틀에 올라가보려 결심할 때,

비파 열매를 받아들 때


연이의 끄덕거리는 작은 몸짓은

상대에게 동의의 표시일 뿐만 아니라

나의 의지에 대한 단단한 동의의 표시이다.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가게 해주는 용기이다.


"연이는 혼자서 할 수 있어.

고개를 끄덕하면 틀림없이 그렇게 되거든."


연이의 친구 마루는

연이를 직접 돕지 않지만 끄덕하는 신호를 알아채고

혼자서 할 수 있게 묵묵히 지지하고 응원해준다.


그 응원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로 일방적이지 않다.

연이도 마루가 비파나무 열매를 딸 수 있기를 응원한다.


장애가 있지만 스스로 해내고 마는 연이의 마음도

그런 연이의 신호를 알아채고

독립적인 존재로 존중해주는 마루의 마음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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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정원 - 2025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2025 환경정의 봄 추천 환경책 모두를 위한 그림책 89
아일라 맥거킨 지음, 카탈리나 에체베리 그림, 육아리 옮김 / 책빛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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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도중 아이의 얼굴이 상기된다.


<사월의 정원>이라는 따뜻한 책의 제목과 달리

"사월은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라는 대사로 시작된다.


엄마와 이사를 하는 사월

그림을 그려도 꽃씨를 심어도

새로운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먹구름이 끼고 비가 주르륵 내리는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우리 아이에게 물었다.

무슨 상황인지 알겠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서 다시 처음부터 찬찬히 본다.


글에서 말해주지 않았던 것들을

그림에서 손으로 짚어준다.

애착인형을 주을 새도 없이 급했던 발걸음,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서 걷던 길,

철조망의 외진 길

엄마의 걱정스러운 표정


글에서 스쳐지나갔던 것들을 다시 되짚어준다.

"굳게 닫힌 여러 문 뒤 조용히 살고 있는 사람들"

"누군가 쓰다만 흔적의 색칠 공부 책"

사월의 나이에 맞지 않는 "아기 컵쌓기 세트"


그 때서야 아이의 시선이 책에 한참 고정되고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사월의 외침이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

(끄덕끄덕)


나는 또 그림 속에서 나만의 것을 발견한다.

텍스트에는 "아주머니" 한 대목 스치듯이 지나갔지만

처음 사월이 모녀를 맞아주고

주섬주섬 아이에게 뭐라도 챙겨서 종이가방을 건네고

엄마를 토닥이며 위로하고

사월이의 새로운 이사 공간 정리를 도맡아 하고 있던 아주머니

묵묵히 등장하여 사월이네를 조용히 돕는 사람

아이도 그 아주머니를 눈여겨 봤는지 모르겠다.

사월이의 이사한 집에 기다리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그 꽃씨를 건네주는 장면에서 "아주머니"가 딱 한 번 등장한다.


책 속의 대사

"어두운 먹구름도 햇빛을 품고 있기 마련이야."

이 아주머니가 바로 그 햇빛구나!


그리고 마지막 장면,

사월이네도 이사한 집에 새로운 모녀를 맞이한다.

아주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텍스트 한 줄 없이 그림에 담겨진 의미를 잘 읽어낼 수 있도록

이 장면은 놓치지 않게 아이에게 잘 챙겨주었다.


아이는 이 책을 읽고 한참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는 감정을 추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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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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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서평단을 신청하고 <4x4의 세계> 특별가제본을 받았다.

하반신 마비로 온통 사각형으로 이뤄진 병원 안에 누워
천장의 4x4 정사각형으로 혼자 노는 방법을 터득한 열두 살의 '제갈호'
병원 안 도서관이 생겨 열심히 책을 읽던 중
'클로디아의 비밀' 책에 강아지 그림이 그려진 것을 발견한다.
강아지 그림은 누가 그린 것일까?
'클로디아의 비밀' 책을 계기로 병동에 입원한 또래와 둘만의 비밀편지를 주고받는다.
포스트잇으로 4x4 칸에 내가 좋아하는 책, 음식 등을 하나씩 소개해 가면서
동시에 내가 걷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이 책 안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가 담겨 있다.
어린이 병동에서 오랜 생활을 하는 두 아이.
평범한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과
포스트잇 하나로 누군가와 통한다는 것만으로도
한껏 들뜨는 어린이의 섬세한 감각이 있다.

읽는 내내 현실적으로 안타까운 상황의 두 아이가 가엽게 여겨지지 않았다.
이 아이들의 주변에는 적당히 명랑하고 따뜻한 어른들이 있고
'호'와 사건의 에피소드들을 함께 하면서 설레였고
두 아이가 만나 그들만의 도전과 모험을 해나가며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희망이 읽혀졌다.

책 속의 문장들

(p.41) 한 글자, 한 글자 너무 정서을 다해 썼더니 내 글씨 같지 않았다.
(p.51) 책에서는 그리운 냄새가 난다. 가 보지도 못한 곳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냄새.
(p.76) 엄마가 떠나서 우는 게 아닌데. 그냥 너무 좋은 꿈을 꿔서 우는 건데. 하지만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요새는 많은 말들을 자꾸 삼키고 또 삼킨다.
(p.85) "재활에 성공한다는 게 꼭 다시 걷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야. 일상생활, 그러니까 네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이야."
(p.87) "살아가는 거야.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 너는 그걸 해내는 중이야."
(p.87) 걷지 못하는 것이 완전한 절망만은 아니다. 걷지 못하더라도 다른 종류의 희망들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
(p.96) 우리의 소식이 누군가의 기쁨이 되는 건 좋은 일이다.
(p.99) 나는 휠체어라는 제약이 있고, 세로는 조금만 뛰어도 금방 지쳤기 때문에 오래 놀진 못했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우리 둘 다 완벽하지 않아서. 부족한 나와 부족한 세로가 이 세상에 둘이나 있어서. 그런 우리가 같이 있어서.
(p.122) "야, 너무 시시한 소원 아냐? 중학교 교복 못 입을 일이 어디 있겠냐・・・・・・."

초등 고학년 대상 장편동화이지만 초3인 우리 아이가 읽기에도 어휘와 문장이 적당해보였다.
역시 오늘 권해줘보니 우리 아이도 술술 읽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두 주인공이 주고받은 쪽지 속 책들이 궁금해져 이어서 읽어가고 싶다.
2025년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고학년 대상작

#4x4의세계 #조우리 #창비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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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모양
전미화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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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림그리기 하면 대개 어떤 그림을 그릴까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 하나에서 둘, 강아지?

그러다 엄마나 아빠가 하나 빠져있다면

그 빈자리에 할머니가 등장했다면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그 아이를 볼까?


백희나 작가님은 구름빵 외에는

4인 가족의 형태를 그리지 않았다.

굳이 그리지 않아도 이야기는 매끄럽다.

그 빈 자리가 이야기의 정서를 더 풍부하게 메꾸기도 한다.

요즘 그런 책들이 많다.


엄마나 아빠를 은연 중에 제외하고 그린 그림책들

여기, 좀 더 대담하게 이야기하는 그림책이 있다.

엄마, 아빠, 아이로 구성된 가족이 아니라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이야기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사는 아이

휠체어를 타는 오빠와 함께인 아이

아빠가 둘이기도 하고

없던 엄마, 아빠가 생기기도 하고

북한에서 살다가 오기도 하고

이모와 이모 친구와 살기도 하고

친엄마와 떨어져 위탁가정이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그림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각자의 아이가 속한 가족마다

저마다의 애정과 온기를 잔뜩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이와 매일 요가를 하고

오빠가 기분 좋게 휠체어를 태워주기도 하고

새 아빠 덕에 케이크를 네 번이나 먹을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계란말이는 두 개나 더 주는 누나가 있다.

그 가정 안에서 아이는

서로의 존재 속에서 충분히 사랑과 지지를 받는다.


다양한 가족을 만나는 내내

따뜻한 선과 색채의 그림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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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말하다 - 2024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4년 환경책선정위원회 어린이 환경책 모두를 위한 그림책 74
사라 도나티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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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무를 가까이 본 적이 있던가?

나무에게 인사를 하는 요정같은 한 아이

나무에게 가까이 가자 얼굴처럼 보이는 옹이들
죽은 듯 하지만 살아 숨쉬는 나무
나무에게 배인 바람과 이끼의 냄새
사람의 지문과 닮은 나이테
바람에 춤추듯 움직이는 나뭇가지와 나뭇잎
땅 속으로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뿌리

한 아이가 나무의 곁을 맴돌고 나무와 함께 어울리며
나무에게 건네는 말이 시처럼 서정적이다.

나와 다른 생명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다른 개체와 공존하는 삶을 깨우쳐준다

2024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4년 환경책선정위원회 어린이 환경책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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