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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정원 - 2025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2025 환경정의 봄 추천 환경책 ㅣ 모두를 위한 그림책 89
아일라 맥거킨 지음, 카탈리나 에체베리 그림, 육아리 옮김 / 책빛 / 2025년 3월
평점 :
책을 읽는 도중 아이의 얼굴이 상기된다.
<사월의 정원>이라는 따뜻한 책의 제목과 달리
"사월은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라는 대사로 시작된다.
엄마와 이사를 하는 사월
그림을 그려도 꽃씨를 심어도
새로운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먹구름이 끼고 비가 주르륵 내리는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우리 아이에게 물었다.
무슨 상황인지 알겠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서 다시 처음부터 찬찬히 본다.
글에서 말해주지 않았던 것들을
그림에서 손으로 짚어준다.
애착인형을 주을 새도 없이 급했던 발걸음,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서 걷던 길,
철조망의 외진 길
엄마의 걱정스러운 표정
글에서 스쳐지나갔던 것들을 다시 되짚어준다.
"굳게 닫힌 여러 문 뒤 조용히 살고 있는 사람들"
"누군가 쓰다만 흔적의 색칠 공부 책"
사월의 나이에 맞지 않는 "아기 컵쌓기 세트"
그 때서야 아이의 시선이 책에 한참 고정되고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사월의 외침이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
(끄덕끄덕)
나는 또 그림 속에서 나만의 것을 발견한다.
텍스트에는 "아주머니" 한 대목 스치듯이 지나갔지만
처음 사월이 모녀를 맞아주고
주섬주섬 아이에게 뭐라도 챙겨서 종이가방을 건네고
엄마를 토닥이며 위로하고
사월이의 새로운 이사 공간 정리를 도맡아 하고 있던 아주머니
묵묵히 등장하여 사월이네를 조용히 돕는 사람
아이도 그 아주머니를 눈여겨 봤는지 모르겠다.
사월이의 이사한 집에 기다리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그 꽃씨를 건네주는 장면에서 "아주머니"가 딱 한 번 등장한다.
책 속의 대사
"어두운 먹구름도 햇빛을 품고 있기 마련이야."
이 아주머니가 바로 그 햇빛구나!
그리고 마지막 장면,
사월이네도 이사한 집에 새로운 모녀를 맞이한다.
아주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텍스트 한 줄 없이 그림에 담겨진 의미를 잘 읽어낼 수 있도록
이 장면은 놓치지 않게 아이에게 잘 챙겨주었다.
아이는 이 책을 읽고 한참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는 감정을 추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