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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맨이 나타났다 - 제1회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 수상작
김민서 지음, 김주리 그림 / 살림Friends / 2010년 6월
평점 :
‘제1회 대한민국 문학& 영화 콘텐츠 대전 청소년소설 부문 수상작’이란 소개 문구에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을 전공하고 시나리오를 공부하며 영화와 드라마작가를 꿈꾸고 있는 나인지라, 이 공모전에 눈독을 들이고 준비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별달리 떠오르는 소재도 없고 시간이 촉박해서 공모전에 응모를 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내년 공모전을 기대하며 잊고 살았었는데 그 수상작이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부러움 반, 질투심 반으로 수상자의 프로필부터 확인을 했는데, 나보다 한 살이 적은 스물 여섯의 젊은 여성작가로 이미 2권의 책을 출간한 적 있는 신예였다. 그렇게 얼마나 잘 썼나 확인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청소년 소설답게 이 책의 주인공은 중학생들이다. 희주, 유채, 지은이란 이름의 중학교 여학생들이 위험에 빠진 이들을 구해주어 동네에 전설처럼 떠도는 영웅, ‘철수맨’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희주가 어느날 철수맨의 가방에서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재가 튀어나와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이를 토대로 철수맨은 분명 우리 학교 학생들 중 한 명일 거라고 유채와 지은에게 그 비밀(?)을 털어놓고, 학교 학생 중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철수맨 후보를 지목하기로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철수맨의 첫 번째 후보는 주현우. 학교에서 여러 가지 면에서 킹카로 통하는 강준석을 보필하는 비운의 2인자, 주현우가 2인자로서의 생활에 억눌려 있다가 밤에 철수맨으로 변신을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 현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안 유채가 일부러 현우를 철수맨으로 지목하기도 했지만 그의 행동들이 미심쩍어 보이며 혹시 철수맨이 맞나도 싶지만 이는 오해로 판명이 난다.
두 번째 철수맨 후보는 박민혁. 비실비실해서 세상의 온갖 질병이란 질병은 다 걸린 것 같다해서 붙여진 별명, 예수 박민혁이다. 자신이 철수맨이라는 걸 감추기 위해 일부러 약한 척 하고, 헐렁한 옷을 입어 연약하게 보이지만 알고보면 누구보다 강한 체력의 철수맨일 거라는 예상에서다. 하지만 이 역시 박민혁만의 사정에 의해 그렇게 보였던 것으로 밝혀진다.
마지막 세 번째 철수맨 후보는 여자, 백윤주다. 투포환 선수이기도 하고 언젠가 학교에서 자살을 하려는 학생을 구해낸 적이 있는 백윤주가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가면을 쓰고 다니며 철수맨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오해에 불과했다.
철수맨의 정체를 밝혀가면서 희주, 유채, 지은 세 명이 친구 사이가 된 계기도 소개되고, 그저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던 강준석, 주현우, 박민혁, 백윤주가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친구가 되는 과정들이, 재미난 명랑로맨스만화를 보는 것처럼 사랑스럽고 유쾌하다. 단순한 플롯으로 자칫 지루해질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이를 지루하지 않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이어지는 작가의 필체 또한 뛰어났고, 영웅의 정체를 끝까지 밝히지 않고 가면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읽을만한 적절한 소재, 희망을 줄 수 있는 주제, 청소년들이 동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 공모전에서 상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이 되었던 것 같다. 특별히 특이하거나 신기한 이야기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원하는 딱 그 정도의 이야기 말이다. 다음 공모전을 준비하기 전에 중고등학교 졸업앨범을 찾아봐야겠다. 그 시절, 그 감정을 다시 한번 떠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