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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귀부인 살인 사건 ㅣ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2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사실 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읽어본 적이 있고 좋아하는 추리소설 중 하나지만, ‘미스 마플’은 뭔지 잘 모르겠다. 미스 마플이 뭔지도 모르는데 미스 마플의 오마주라는 이 책의 소개문구에 동의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내겐 어려운 일이다. 다만 내가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첫째, 책제목이 흥미를 끌어서이다. 플로리다 귀부인 살인사건이라니... 구미가 당겼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이 책이 다른 추리소설처럼 음침하고 잔인하며 밤에는 못 읽을 정도로 무시무시하지 않고 유쾌하고 신난다는 책소개 글 때문에 호기심이 일어서였다. 단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 책을 골랐는데, 알고보니 이 책은 시리즈물이었다.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의 2탄 격이, 바로 이 책이었던 것이다. 1탄인 ‘맛있는 살인사건’ 역시 재밌는 제목과 함께 어딘지 유쾌할 것 같은 느낌이 풍겼다. 하지만 어차피 먼저 내 손에 쥐어진 건 2탄인 이 책이니 먼저 읽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본격적으로 책장을 넘겼다.
책을 읽고 난 소감을 말하자면... 그다지 흡입력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방송 극작가인 작가성향 때문인지 글은 비교적 장면 장면이 눈에 보이는 듯 선했고, 인물들의 대사 역시 재치가 넘쳤다. 하지만 그것이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지 글이 재치있으려고 많이 노력을 했다는 건 느껴지지만 실질적으로 재미가 있다거나 웃음이 나는 경우는 없었다. 추리소설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긴장감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라고 분류해야 할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난 느낌 역시 스릴러 장르의 영화라기 보다는 ‘마파도’같은 분위기의 영화를 본 것만 같다. 어쩌면 책 소개에서부터 이 책은 유쾌하고 신나는 탐정극이라 못 박아 두었으니, 우리가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 기준으로 보자면 이 책은 충분히, 나름대로 노년의 유쾌하고 낭만적이며 신나는 로맨스를 그려낸 것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으레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사랑도 끝났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할머니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쓸데없이 그런 걸 왜 해? 누구한테 보여줄 일 있다고?’ 하며 되묻는 손주들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노인들은, 인생을 다 산, 앞으로의 인생은 없는 존재로만 보는 게 아닌가 한다. 하지만 정작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여전히 이성에 가슴이 뛰며, 일을 하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하다.
이 책은 젊은 우리들에겐 노인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고, 나이가 있으신 분들에겐 충분히 공감갈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추리적인 요소와 결부시킨 데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추리소설은 일단 긴장감이 생명이고, 음침하고 잔인함은 필요조건이었다는 사실을 한번 더 각성시키는 계기가 되어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우선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을 먼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