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장소, 특정한 시간에 있어서 전쟁은 인간의 의식 속에만 존재하는 기괴한 정신적 사건처럼 여겨지는 것이었다. (p.53)단지 감정에 머물러 있는 한에는, 이 세상의, 최악의 감정도 최선의 감정도 차이가 없다는 것, 그 효과는 마찬가지라는 것, 살의도 자비도 겉보기는 다를 바 없다는 것 등이었다. (p.63)
내가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선택하여 먹을 것인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치적으로 더욱 민감하게 먹을거리들을 선택하여야 내가 정치적으로 원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p.295)
기억나지 않는 게 있어 괴로울 때 내가 뭘 하냐면 말이다. 무얼 잊어버렸든 그게 가까운 곳에서 새처럼 날개를 접고 잠들어 있다고 상상한단다. (p.271)
추석을 흔히 한반도의 추수감사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추석 때면 대부분의 곡식과 과일이 익지 않는다. 근대화 초기에, 서양에는 추수감사절이 있는데 그런 의미의 한민족 명절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추석에다 추수감사절이란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추석은 일 년 중에 달이 가장 크게 보이는 보름이라 조상께 제를 올리는 날로 정한 것일 뿐이다. 날씨도 선선해지고 농사도 수확만 남겨놓아 노동에서 잠시 해방되어 놀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p.224,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대화의 종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