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6 - 집으로 가는 길
고미카와 준페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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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을 탈출한 가지는 살기 위해 살인과 도둑질하면서 미치코에게 돌아가려고 한다. 미치코는 미치코대로 패전국의 국민으로서의 핍박을 받으며 가지를 기다린다. 하지만 가지에게 기다리는 것은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식과 살기어린 중국 토벌군들이었다. 게다가 어느새 점령군이 되어버린 소련군들에게 포로가 되는 상황까지 몰린다. 라오후링 광업소의 중국인 포로와 같은 신세가 된 가지는 포로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소련군 장교와도 담판을 하는 등 포로가 되어서도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가지가 포로수용소를 탈출하는 과정이 『인간의 조건』대단원인 <집으로 가는 길>에 그려져 있다.

 

 제목에서 풍기듯이 집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패잔병이라는 신분도 걸림돌이 되고 겨울이라는 혹독한 추위도 장애물이 되었다. 그래도 가지는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고 걸었다. 그 모습에서 많은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사람답게 살기가 어렵다는 요즘과도 많은 비교가 되었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작가가 동명의 작품이 이미 발표가 되었음에도 굳이 ‘인간의 조건’이란 제목을 고집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시퍼렇게 날이 선 낫 모양의 달이 지상에서 꿈틀거리는 수십 명의 목을 잘라낼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p. 118)

 

 가지 일행이 포로가 되기 전 감자를 훔치려 갈 때의 상황을 묘사한 대목이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이 대목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초승달인지 그믐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달을 보고서 기껏해야 눈썹같다는 생각을 했었지 날이 선 낫 모양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가지일행의 극박한 상황을 잘 묘사한 것 같았다.

 

 며칠 전 영화 <이퀼리브리엄>을 보았다. 제3차 대전이 일어나고 거기서 살아남은 자들은 인간들은 제4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약물로써 감정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영화였다. 거기어 한 등장인물은 감정은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조건이라는 말을 하는데, 마침 인간의 조건을 읽고 있던 터라 과연 감정만이 인간의 조건이 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옮긴이의 말처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인간다운 인간을 보기 힘든 사회,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키며 살 수 없는 사회, 인간이 인간이 아닌 것들에게 지배당하고 핍박받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또 우리 자식에게는 적어도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도리를 지키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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