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4 - 부치지 못한 편지
고미카와 준페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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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갈림길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누군가가 죽었을 때 살아남은 몇 사람에게 짐작 되는 것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그때가, 생과 사의 갈림길이었다고. (p. 30)

 

 그 갈림길이 가장 잘 드러난 제4권 <부치지 못한 편지>였다. 지옥같은 초년병을 보낸 가지는 어쩌면 입대를 하고 나서 가장 편하게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바로 신조 일등병의 탈영을 쫓아가다 슾지대에 빠져 출혈열의 증상으로 육군병원으로 후송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몸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지독히도 자신을 괴롭히던 내무생활로부터 해방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있던 부대는 오키나와로 동원되어 부대 자체가 없어지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것이 바로 첫 번째 생과 사의 갈림길이었다.

 

 결국 다른 국경 부대인 칭원타이로 배속된 가지는 그곳에서 사회에서 헤어졌던 가게야마와 해후를 하게 된다. 소위가 된 가게야마는 가지의 소총수로의 능력을 높이 사 그를 초년병을 교육시키는 조수로 추대하고 가지는 자신이 겪은 초년병시절을 되풀이하지 않게끔 하려고 그 직무를 맡는다. 하지만 군대란 곳이 어떤 곳인가? 고참병들과의 갈등이 폭발한 후 가지는 초년병들의 절반을 이끌고 진지공사에 투입되는데,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생과 사의 갈림길이 된다.

 

 그리고 마침내 가지의 부대가 첫 전투를 벌이는 때가 다가온다. 중화기를 앞세운 소련군들과의 조우하게 된 것이다. 싸워보기도 전에 패배를 직감한 가지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뿐이다. 겁쟁이가 되지 마라. 아무리 겁을 내도 올 것은 오는 법이니까. 겁에 질리면 정말로 비참해진다. 이것이 하나. 또 하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승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너희들 자신이다. 포기하지 마라. 총알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맞서 싸우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 (p. 349)”

 

 그야말로 가지의 성향을 잘 나타낸 말이었다.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들은 전황이 불리해지니 도망

을 가고 스스로 최강이라고 치켜세우는 병사들이 적을 막는 형국에서 자신을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는 가지는 초년병들 사이에서도 너무나 솔직해서 놀라웠다. 두려운 것을 두렵다고 말하고, 자신은 전쟁의 승리보다 집에서 기다리는 마누라가 더 좋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그지만 그렇다고 해서 올 것이 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소련군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상황을 조악한 무기들로 막아서야만 하기에 가지를 비롯한 부대원들은 개인호에서 결전을 기다리면서 4권이 끝이 난다.

 

 글과 사진으로만 전쟁을 배운 세대이기 때문에 참혹하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물론 진지에서 소총을 겨누고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것은 훈령상황이었고 극도의 긴장감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가지의 침착성은 놀랍기만 하였다. 질 것을 뻔히 아는 싸움을 하는 것,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다. 전황이 어떻든 조국이 꼭 승리할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있는 데라다 이등병과 같은 이들은 모르겠지만, 누가봐도 불리한 전황이고 지원군은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도저히 가지와 같은 침착함보다는 엔치와 같은 넋 놓음에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전쟁도 소설도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지는 주인공이기에 아직 죽지 않을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가 이 참혹한 현장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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