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2 - 강요된 선택
고미카와 준페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데는 수십만 년이 걸렸습니다. 인간에서 동물로 퇴화하는 데는 길어야 1년 짧아도 몇 개월이면 충분했습니다. (p. 20)

 

 중국인 포로인 왕시양리가 오키시마가 준 종이와 연필에 쓴 수기의 일부분이다. 이 구절만큼 제2권 강요된 선택을 잘 나타내는 구절도 없을 것이다.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는 수십만 년이지만 동물로의 퇴화는 길어야 1년...

 

 가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포로들이 탈출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위의 구절을 포함한 왕시양리의 수기도 가지의 손으로 넘어가고 가지는 왕시양리에게 “누구나 자신을 비극적으로 보고 싶어 하지. 관념을 조작해서 비극미를 만들고, 그것에 취하고 싶어 한다고. 그러나 사실은 왜곡할 수는 없어. (p. 32)”라는 말과 함께 자신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포로들의 탈출로 인해 오키시마와의 관계도 껄끄러워지지만 가지는 인간다운 삶을 찾아 나서는 그들을 조금은 이해하면서 자신의 신념대로 꿋꿋이 나아간다.

 

 어느 정도 가지의 노력의 성과가 나타날 즘 가지가 결혼을 주선할 계획을 가진 중국인 포로 까오를 비롯한 중국인 포로 일곱명이 갱도 안에서 오카자키의 채찍을 피해 달아나는 것을 탈출로 보고하고 헌병대는 그들을 본보기로 처형하기로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가지는 인도주의의 가면을 쓴 살인마의 동료가 되느냐, 인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되느냐는 갈림길에서 고뇌하지만 그들의 처형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세번째로 까오가 참수되자 그는 그러한 부조리에, 헌병대 와타라이 중사에게 맞선다. 가까스로 네 명의 처형은 막았지만 가지는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헌병대에 끌려가 고초를 겪게 되고 결국은 소집영장을 받게된다.

 

 제2권 <강요된 선택>은 일본인 노무계원 가지의 고뇌를 잘 보여주었다. 모두가 그저 노동력으로밖에 취급하지 않는 중국인 포로들의 처우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자신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을 알면서도, 미치코와의 행복을 져버리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기에 더욱 고뇌에 빠지는 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철조망 밖에 있는 인간이 안쪽에 있는 인간에게 넌 나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게 믿을 수도 없다.’ 왕시양리의 말처럼 가지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침략국인 일본의 라오후링 광업소 노무관리자인 가지이기에 그의 고뇌는 피침략국민인 왕시양리를 비롯한 중국인 포로의 참혹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최소한 가지는 육체적으로 신체적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그런 상황은 아니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지에게는 강요된 선택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이제 저자 고미카와 준페이와 같이 가지도 민간인의 신분에서 군인으로 변하고야 말았다. 소집면제라는 달콤한 특권을 누리기 위해 미치코와의 결혼도 감행했는데 그 행복이 순식간에 깨지고야 말았던 것이다. 포로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노력한 가지이기에 군대에서도 그리 순종적으로 생활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노무계원이라는 타이틀과 사회적 지위가 없는 가지가 어떻게 군대생활을 할 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