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나이트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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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한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외상은 거의 없어 심장마비가 의심되었지만 부검결과 수면제를 복용한 흔적이 있고 사채에 조금 남은 흔적으로 두 갈래로 가른 전기코드로 한쪽은 가슴에 한쪽은 등에 부착한 뒤의 감전이 사망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수사본부가 설치되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밀고장이 경시청으로 배달된다.

 

경시청 여러분께

정보를 제고하고자 합니다.

네오룸 네리마 원룸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범인이 아래와 같은 날짜와 장소에 나타날 것입니다. 반드시 체포해주십시오.

*1231일 오후 11

*호텔 코르테시아도쿄 새해 카운트다운 파티장

밀고자 드림 (31쪽)

 

이렇게 또 다시 호텔 코르테시아도쿄를 무대로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스커레이드 시리즈의 세 번째 소설인 매스커레이드 나이트의 무대가 만들어진다.

 

이번에는 가면무도회라는 매스커레이드라는 제목에 걸맞게 호텔에서 주최하는 새해맞이 고스튬 파티인 호텔 코르테시아도쿄 새해 카운트다운 매스커레이드 파티 나이트, 통칭 매스커레이드 나이트(62쪽)’’라는 긴 이름의 무대에서 살인자가 등장한다는 예고장이 배달된 것이다. 새해 전야라는 시간과 호텔이라는 장소가 몇몇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 중에서 범인이 숨어있는 추리소설과는 다르게 누구도 범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어 소설을 읽으면서 범인 찾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추리 소설 중에서도 가장 짜릿한 추리 소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소설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이다. 중요한 열쇠를 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열쇠꾸러미에 숨기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 이 소설처럼 매스커레이드 나이트에는 범인스러운 인물이 대거 등장한다. 그리고 전편인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처럼 닛타 코스케 형사는 호텔리어로 잠입을 한다. 전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또 다른 주인공인 야마기시 나오미는 컨시어지 업무를 맡고 있어 우지하라라는 또 다른 재미있는 인물과 카운터 업무를 맡는다.

 

호텔을 드나드는 인물에 대해 면밀히 관찰을 하면서 닛타와 나오미는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범인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둘 다 호텔고객의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으나 각기 그 이유가 다르다. 그것은 둘의 대화에서 상반된 성향이 여실히 드러나다.

 

우리는 최상의 접대를 하기 위해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거짓말을 간파하기 위해 상대를 알아보려고 하죠. 정말 그런 점은 전혀 다르네.” (211쪽)

 

닛타와 나오미가 각각 어떤 말을 했는지는 호텔리어와 형사라는 직업만 봐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긴 이야기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특징인 것 같다. 물론 히가시고 게이고의 많은 소설 중 몇몇의 소설은 지루한 것도 없진 않지만, 적어도 매스커레이드 시리즈는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비록 이번에도 범인 예측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것은 작가의 범인 설정이 조금 억지스럽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범인을 찾는 단서는 아지만 고객의 가면이 벗겨진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첫 하며 최대한 민낯에 다가서는 것에 자신이 있다는 닛타에게 나오미는 시계 산업이 발전하여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기에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이 더 증가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대화가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정확한 시각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아슬아슬할 때까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더 쓰려고 한다는 거예요. 그 결과, 지각을 하죠. 그런 사람에게는 그다지 신뢰할 수 없는 시계를 내준다는군요. 자칫 늦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항상 여우 있게 시간을 잡아 움직이게 되니까요.”

, 그렇군요.” 닛타는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윽고 갸우뚱했다. “근데 그게 아까 그이야기와 무슨 관계가 있죠?”

시계라는 기계에 지나치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닛타 씨 자신의 감각에 지나치게 기대는 건 위험할 수 있어요. 시간처럼 마음의 거리감에도 여유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나오미는 형사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과신은 금물입니다” (267쪽)


 시간처럼 마음의 거리감에도 여유가 필요하다는 말은 범인을 찾는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 등에서 나올 법한 문장이라 더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새해를 맞이하는 때가 배경인 소설이기에 지금 읽어도 좋을 것 같은 매스커레이드 나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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