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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왕 바코 ㅣ 사계절 웃는 코끼리 20
오주영 지음, 심윤정 그림 / 사계절 / 2017년 2월
평점 :
수학왕 바코
우리집 아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 곧 새 학기를 맞이 하느라 여러 모로 생각이 분주하다.
‘어떤 친구랑 같은 반이 될까?’, ‘선생님은 어떤분일까? 무서우실까?’, ‘나랑 친한 친구랑 같은반이었으면 좋았을텐데...’, ‘4학년땐 수학이 어려울까?’...... 이런 저런 고민들과 설렘이 가득한 생각으로 시작하는 3월. 이번에 우리 가족이 맞이한 책은 바로 이런 설렘들로 가득한 ‘수학왕 바코’ 이다. ‘얼마나 수학을 잘하길래 수학왕이래?’ 우리 아이들은 표지를 보고 진짜 수학 잘하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자긴 잘한다고 잘난척도 했다가 표지 보고 ‘이 동물이 수학왕인가봐’ 하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나무달과, 이영일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나무달은 수학을 잘 못해서 나칠칠, 이영일은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도 떽떽 거려서 별명이 떽떽이다. 칠칠이랑 떽떽이. 누가 별명을 지었는지 참 입에 착착 감긴다.
무달이는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다. 숫자로 더하기를 재미있게 할수 있는 능력을 지닌 참신한 아이다. 아.. 그런데 웬걸, 수학 시험에서 20점을 맞고 만다. 하필이면 채점도 짝과 시험지를 바꾸어 하는 바람에 떽떽이가 점수를 다 알아버렸다. 얼마나 챙피할까?
사실 내 학창 시절, 그러니까 음..그게 언제냐하면 1993년도. 아 이러면 나의 나이가 나오는데.. 하하.
초등학교 시절 우리반도 채점을 짝과 바꿔서 했다. 나는 그때 차라리 선생님이 하셨으면 하곤 생각했었다.
그 기억이 생생히 나는걸 보면 어지간히 싫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나도 무달이처럼 배가 아팠던 것 같고 식은땀도 났던 것 같다. ‘웬만하면 선생님이 채점해주시지..’ 하고 읽으면서 생각했었다.
수학을 그리 어려움 없이 하는 딸아이는 이 장면에서 많이 맞으면 잘한다는 기분이 들고, 틀리면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허걱!!! 우리 딸이 그런 생각을 하고 학교를 다니다니! 기특하구나. 엄만 챙피했을 것 같은데 말야.
무달이는 수학은 잘 못할지 모르지만 심성이 참 고운아이라는걸 느꼈던 장면이 있다.
바로 아버지가 슈퍼를 하시는데 잔심부름도 하고, 계산대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기도 한다.
어린 나이에 참 착한 아이라는걸 다시한번 느끼게 한 대목이었다. 거기서도 어김없이 한동네 사는 영일이가 엄마 심부름을 하러 왔다가 수학 잘하는걸 생색 내고 간다. 내가 아이들에게 이 대목을 읽어줄 때 스머프에서 똘똘이 스머프가 생색 내듯한 말투로 이죽거리며 읽어주니 아이들이 더 감정 이입이 되었나 보다. 하하
“내가 산 물건값이 다해서 얼마냐?” 하고 일부러 더하기를 잘 못하는 무달이에게 물어본다.
에휴~무달이가 얼마나 창피했을까? 그래도 재치 있게 무달이는 자신만의 더하기를 해서 아빠를 웃겨드린다.
아이들은 이런 영달이가 쪼잔 하다고 핀잔을 주었다. 그래. 쪼잔은 이럴 때 쓰는 말이야!!!
짜자자잔!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무달이만 안해왔다. 아..이런. 나도 덩달아 속상하다.
또 아이들 앞에서 챙피함을 당하면 어쩌지? 답을 보여달라는 무달이를 영일이가 선생님께 고자질 하며 일은 벌어진다. 교실에서의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기 직전! 두둥 창문에서 빗물은 내리는데 어렴풋 보이는게 있다! 무얼까?
다시한번 이 대목에서 나의 어린시절 교실을 그림 보듯 말로 해보면, 비가 오는 날은 스산했다.
불을 켜도 켠 느낌도 안들고 아주 캄캄하고, 한 여름에도 끈적한 피부에 소름이 돋는. 게다가 천둥 번개라도 치면 50여명 되는 아이들이 일제히 “으아악!!! 나살려!!!” 하고 소리지르곤 했다. 이 장면에선 문득 그때의 교실 풍경과 끈적하고 소름돋는 날씨가 느껴졌다. 참. 그땐 홍콩할매 귀신 이라고 아주 무시무시한 귀신 할머니가 유행하는 때여서 전기세 아낀다고 불도 안켜주던 학교 화장실 가기 진짜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다시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확! 시커멓고 커다란게 들어왔다. 무얼까? 홍콩할매귀신은 아닐테고~ 자세히 보니 바다코끼리다!
엥??? 바다도 아닌데 왠 바다코끼리지? 하긴 상상력이 무궁무진한 나무달에겐 그건 일도 아니다. 어라? 가만보니 무달이한테만 보이는게 아니라 영일이도 같이 보았다.
숫자로 지은 성에 데려가는 대신 하인으로 삼겠다는 바코!
아이들은 하인만은 싫다며 극구 뿌리치다가 수학 문제 대결을 한다.
아..이런 수학왕 바코는 못푸는 문제가 없다!
아니!!! 있다.
무달이가 내는 풍부한 더하기 문제는 아무리 수학왕이라도 못풀게 되어있다.
무달이랑 영일이는 합심하여 바코에게 문제를 내고 이겨나간다.
그러다가 바코도 이 문제내기에 전염이 되어 더 신나게 내고 있다. 이런~
어떻게 도망가려고 하지?? 그때 영일이가 풀었던 수학문제지를 바코에게 던져주고 재빨리 도망간다.
역시 애들이 재치가 있다! 교실 아이들과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바코랑 마주하게 된다.
사실 나는 영일이랑 무달이 눈에만 보인건가? 싶었다. 아니네? 헤헤 그래. 이래서 어른들은 고정관념이 있는 것이다. 아..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아이들과 엉클어진 교실을 깨끗하게 치운다. 그런데 뒤에 생각하는 의자에 무달이가 앉아있다. 누구랑? 영일이랑.
영일이가 한쪽 입꼬리를 씩 하고 웃는게 예전엔 싫고 비웃는 것 같았는데, 지금보니 그 모습은 그냥 영일이의 웃을 때 습관인 것 같다. 어라?영일이가 미워보이지 않는다!
옛날부터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고비 고비를 같이 넘긴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의리로 뭉치게 되어있다고. (캬캬 사실은 내가 말했다.) 우리 아이들은 바코를 둘이서 같이 물리쳐서 친해져 좋다고 한다. 바코도 나무달의 상상력에 푹 빠졌을거라고.
마지막 줄이 인상 깊었다. “앞일은 모르는 것지만요.”
그래.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다.
그래서 잘난체 하지 말라고 하는거고 겸손하라고 하는 거다.
우리 아이들도 이제 신학기에 접어들어 항상 친했던 친구랑만 지내려 하지 말고 서먹한 친구랑도 대화 해보고 그 친구의 장점을 잘 되새겨 보면 좋겠다.
아이들의 설레임.
기분 좋은 설레임이 수학왕 바코를 다 읽고 유쾌한 마음을 가진 것처럼 기분 좋은 결말을 맺길 바란다.
더불어 우리 아이들도 수학왕 바코같이 수학 좀 잘하면 좋겠다.
하하 바코의 수학 머리는 그 고깔모자에서 나온 건 아닐까? 하는 사족을 덧붙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