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진주 드레스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62
송미경 지음, 조에스더 그림 / 사계절 / 2016년 3월
평점 :
파스텔 톤의 표지.
진주 드레스.
읽지 않아도 여자 아이들은 아마 자석에 끌리듯 손이 가는 예쁜 디자인이다.
글을 쓰는 뒤에 설명하겠지만,
동화책을 읽고 눈물을 흘린건 몇 번 안되는데
그 중 하나의 책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다가 목이 매여서 목소리를 가다듬는데
내 딸이 눈치를 채고 들으며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내 눈을 바라본다.
서로 교감이 되는 나의 딸.
소양이는 책의 주인공이다.
드레스 가게를 운영하는 엄마의 예쁜 하나밖에 없는 딸.
한명밖에 없는지 설명엔 나오지 않았지만, 소양이 이야기만 나온거 보면 외동딸이 분명하다.
이 점은 나와 똑같다. 나도 무남독녀. 아주 오래전엔 무남독녀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또 비슷한 점은 소양이 엄마는 드레스 가게를.. 그리고 나의 친정 아버지는 옷을 만드는 공장을 하셨다는 거다.
소양이 엄마는 가게 주인의 요청에 예쁜 드레스 한 벌을 만들게 된다.
매일이 그날 같던 일상의 변화가 찾아오게한 전화 한통.
소양이 엄마는 가슴이 얼마나 뛰었을까.
내가 엄마 입장이 되어봐서 그런지 드레스를 입고 싶어하는 소양이 보다는
자기꿈을 잠시 접었다가 다시금 만들게된 그 드레스 한 벌이
소양이 엄마에겐 인생의 즐거움을 다시 찾게 한 터닝포인트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하다가 출산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고
가끔 텔레비전으로 접하는 연예인들의 화면 집들이나,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디자이너들이 공간을 소개하는 프로를 보면
이유없이 심장이 뛰곤 했다. 당장이라도 안전화를 신고 안전모를 신고 현장을 휘젓고 다니고 싶었다.
소양이가 드레스를 보고 심장 뛰듯 소양이 엄마도 얼마나 심장이 뛰었을지 나는 알 것 같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딸 아이가 말해주었다. 소양이가 정말 드레스를 간절히 원하는 것 같다고.
엄마가 만드는 모습을 처음부터 보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 드레스를 입고 싶었을 것 같다고 말이다.
우리 딸은 이 책을 읽고 학교 독후감을 냈는데 내 마음에 걸린게 하나 있다. 바로 자기는 벚꽃 드레스가 입고 싶다고 써놨다.
소양이가 진주 드레스 입고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기는 진주 드레스도 없고, 벚꽃 드레스도 없다고 드레스가 아예 없다고 써놨다.
그 독후감을 읽고 어찌나 미안하던지...
드레스를 가지러 오겠다던 시간은 점점 흘러 계절이 바뀌고 유리장식장 안의 진주 드레스는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소양이 또한 드레스를 입고 8살 생일에 놀이동산에 가기를 손꼽아 기다렸을 거다.
두둥. 드디어 건물주가 나타났다. 나는 눈치 백단 나이 먹을만큼 먹은 아줌마라
아저씨가 등장하자마자 건물주라는걸 알았다. 아직 우리 딸은 모르는 것 같았다.
건물주에게 진주 드레스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해주는 소양이.
사실... 난 이 부분에서 소양이에게 사실 애같지 않은 면이 보여서 살짝 실망했다.
너무 말하는게 아이 같지 않아서 말이다. 물론 책이니까.. 이해는 해야하지만
엄마 입장에서 이런 아이가 딸이라면 좀 걱정됐을거다. 아니 조금 많이.
이야기 전개상 건물주에게 드레스에 대한 설명을 해야하는 사람은 소양이 밖에 없는건 안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 너무나 소양이에 대한 어린아이의 천진함이랄까? 그런게 느껴지지 않은건 사실이다.
건물주 아저씨는 소양이가 진주 드레스를 얼마나 원하는지 다 알았을거다.
그리고 자기도 그렇게 원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게 바로 구두라는걸 말해준다. 바로 구두를 만들던 아버지가 남겨주신 것이라고.
이때 내 목이 콱 막히고 코가 너무 시큰 거려서 목소리를 가다듬는데
그때 내 딸이 그걸 알아챘다.
나의 친정 아버지는 앞서 말했듯 옷을 만드신다. 좋은 옷도 아니고 인터넷으로 싸게 팔려 나가는 옷들이다.
그 옷들은 만드는데 힘은 정말 많이 들지만 공임은 얼마 되지 않아서 고생스럽게 일하고 돈을 버신다.
내가 6~7살 때인가? 우리집은 이층 양옥집의 1층 보일러실을 개조해 만든 그냥 잠만 잘수 있고
아버지가 옷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이 합쳐진 곳이었다. 마당도 있어서 강아지, 고양이, 병아리도 키우고 화단엔 오이 호박 당근 고추..
수많은 식물들도 키웠었다. 가난했지만 가득차있었다.
초가을 밤
늦도록 공장은 바삐 돌아갔다. 공장 안에선 사람들이 청바지를 만드느라 분주했고
마당 한켠에 만들어 놓은 다리미판에선 아버지가 청바지를 스팀으로 칙칙 소리 내가며 열심히 다림질을 하셨다.
나는 마당의 가운데 다리려고 쌓아놓은 청바지 산에 파묻혀 가을밤의 스산함을 청바지 한 장으로 덮고 있었다.
귀뚜라미 소리, 강아지 낑낑 소리, 누워서 올려다 보는 쏟아지는 하늘의 별들... 그리고 아버지의 스팀 다리미 냄새. 묻혀있던 청 원단 냄새...
지금 나는 38살 인데 아직까지도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떠올릴때마다 너무나 그립고 그리워 눈물이 난다.
건물주가 바짓단을 들어울리며 구두를 보여줬을 때,
나는 우리 아버지가 생각났고 그때의 장면과 냄새가 떠올랐다.
목이 안매일수가 없었다.
아버지...
아직 나의 딸은 이 부분은 이해 못할 것 같아서 자세히 설명은 안해주었다.
책이 원하는 부분.
건물주의 아버지가 남겨주신 구두 그리고 소양이 엄마가 만든 진주드레스가 같은 맥락이라는 것만 짚어 주었다.
하긴. 짚어 주지 않아도 느끼면 되는거니까.
건물주는 그 진주 드레스를 가지고 갔다가 다음날 소양이에게 보내준다. 꼭 입고 놀이공원에 가라고 말이다.
딸은 어떻게 된걸까?
우리딸은 처음엔 드레스가 필요 없게 됐나 보다고 했다가, 연주회가 취소 된건가? 했다가 나중엔 죽은게 아닐까요? 했었다.
물론 끝은 열린 결말이다. 이렇다 저렇다 나오진 않았다.
여기서 몇가지 추측 할수 있는건, 소양이는 아빠가 안계신 것 같고,
건물주는 딸이 아파서 하늘에 간 것 같다는 거다.
중요한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흔히 볼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거다.
그리고 바로 나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내일은 우리 친정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전골을 만들어다 드려야 겠다.
이 가슴 아픔이 조금 덜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