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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마음 ㅣ 사계절 만화가 열전 12
소복이 지음 / 사계절 / 2017년 4월
평점 :
책읽는 가족-9월- 소년의 마음
소복이 글 그림
그림을 그리는 분의 책을 저는 좋아해요.
글의 느낌이 풍부하게 살아나는걸 알 수 있거든요.
저만의 느낌이지만요.
그림과 글은 따로 떨어져서는 안 될 단짝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림책이 정말 중요하죠. 어른들도 그림책을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글로 다 전해지지 않는 풍부한 글의 맛. 풍미를 느낄 수 있거든요.
소년의 마음 표지엔 창문이 뚫려 있네요. 안이 들여다 보여요. 그런데 또 문이 있어요.
뭔가 소년의 마음은 답답한가 봐요.
소년에겐 누나가 두명이 있어요. 그러나 그들은 서로 어울려 놀지 않나봐요.
누나들은 누나들끼리만 논대요. 잘 껴주지 않는대요.
아무래도 남자 인형 하나를 가지고 노는 방법이 달라서 그런가 봐요.
누나들과의 벽이 생기면 소년은 소를 그린대요. 한 마리..두 마리.. 점점 많아져요.
그걸 보면 소년의 마음이 얼마나 쓸쓸했는지 알 것 같아서 아줌마는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마음이 저미네요.
저는 혼자 자랐어요. 지금은 무남독녀, 무녀독남이 많지요? 아줌마가 어린 시절엔 무남독녀가 많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반에서 가족 조사를 할 때 “형제 1명인 친구 손들어봐.” 하면 60명 가까이 되는 반 아니 전교생 중에 거의 저 혼자였답니다. 그러니 얼마나 외로웠겠어요? 마당의 고양이가 내 동생이었고, 강아지가 친구였고, 텃밭의 생물들이 다 친구였어요. 말이 통하지 않는 친구들이어서 외로웠지만. 한 편 가득차기도 했었어요.
아빠와 엄마가 싸우네요. 죽음이 두려워져요. 그러면 소년은 말을 그린대요. 이 역시 한 마리 두 마리.. 점점 늘어가요. 누나들이 죽을까봐 겁이 났었대요. 말을 그리는 그 순간엔 두려움을 이겨냈을까요? 그래서 한 마리 두 마리 늘어난걸까요? 소년의 마음이 느껴져셔 측은해져요.
소년은 자다가 죽음인지 밤인지 모를 그 한가운데에서 할머니를 만나요.
할머니는 소년을 조건없이 사랑해주신 분이에요. 소년이 물고기를 가득 그리고 나니
할머니가 물고기 떠놀던 바다에서 튜브를 둥둥 타고 즐거운 모습으로 나타났어요.
소년은 할머니가 많이 그리웠어요.
그런데 아줌마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소년은 참 행복한 아이라고...
저는 친할머니도 외할머니도 기억에 없어요. 멀리 살기도 하셨고 아줌마가 어릴적 돌아가시기도 하셨고요.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큰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조건없는 사랑은 아무나 누구나 다 받을수 있는게 아닌 것 같아서 갑자기 아줌마의 마음이 아팠어요.
할머니가 너무 그리운 소년은 할머니가 옆에 계셨으면 하고 엉엉 울어요.
그런 할머니는 소년을 어루만져 주시며 너의 눈썹 사이에도 있고, 가장 귀여워했던 콧구멍 속에도 있고,
할머니가 매일 쓰다듬어 주시던 머리카락 사이에도 있고, 간질간질 간지럽히던 겨드랑이 사이에도 있고, 뽀뽀 하던 볼에도 있다고 위로해 주셨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말과 소와 새와 물고기들이 주위에 가득 차요.
소년은 외로움을 혼자서 삭히는 방법을 알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외로움이 할머니로부터 행복으로 가득찼을거라고 믿어요.
맨 마지막 작가의 글에 소년의 누나였던 소복이님의 글이 있었어요.
어릴적은 몰랐는데 크고 보니 남동생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대요.
아줌마는 이 책을 끝까지 보고 엉엉 울었어요.
저는 혼자자라서 이 슬픔이 뭔지 너무 잘알거든요. 그리고 할머니의 사랑을 모름에 갑자기 서러움이 물밀 듯 밀려왔고, 따뜻한 가족애가 뭔지 잘 모름에 또한번 가슴이 무너졌어요.
너무 많이 울어서 온 가족이 다 놀랬어요.
남편도,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제가 이 책이 너무 슬프다고 엉엉 우니까
남편이 읽어보고,
큰 딸아이가 읽어보고..
그런데 저처럼 많이 슬프지는 않았대요.
감정이 메마른 사람들. 흥.
그런데 딸은 할머니가 나타난 부분에서 많이 슬펐다고 하더라고요. 왜냐고 하니
돌아가셔서요. 옆에 있으면 좋은데 돌아가셔서 슬펐대요. 그리고 어디에나 있다고 해줬던 그 말에요.
저는 이 책이 간결한 그림, 간결한 문체이지만
설악산 흔들바위같이 아주 크고 무겁고, 힘에는 흔들리는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어려서 잘 못느끼는 친구들도 있을거 같아요. 우리 아이들처럼요.
저는 이 책을 어린이가 아닌 어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전주에 살고있는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 비슷한 내 친구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해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