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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서태후
펄 벅 지음, 이종길 옮김 / 길산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700p가 넘는 장편이라 하루 100p씩 일주일 잡았다. 그러나 작가 펄S.벅의 이름만큼이나 기대와 흥미로 이틀 반나절만에 다 읽어버렸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한참동안의 서태후의 잔상에 아른거리는 여운이 남았다. 때는 1852년 만주족이 청왕조를 건국한지 208년 째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황실경비대 숙부집에 얹혀 사는 열일곱의 소녀는 이미 태자비였다가 죽은 사촌의 친동생 사코타와 (무양가의 둘째 딸이자 나중에 동태후 자안황후가 된다) 함께 황실의 부름을 받고 간택된다. 이미 영록'이라는 연인이 있었지만, 황후로서의 영광을 그리며 자금성으로 들어가 3급 귀인(貴人)의 자리에서 2급 빈(嬪)도 거치지 않고 아들을 낳은 덕에 애초부터 1급인 비(妃)의 자리로 들어와 태후가 된 사코타와 같은 대접을 약속받은 서쪽 궁의 왕후가 된다. 또한 먼저 죽은 남편, 청나라 4대(?)황제 함평제를 뒤를 이은 어린 아들 황제의 섭정으로 시작해 옥새를 차지해야만 승자가 되는 과정과 실화속에 인물, 영록의 믿음직한 충정은 사랑 그 이상으로 서태후를 받쳐주는 소설로 그려진다.
난아(蘭兒) 라는 아명에서 예흐나라' 라는 이름으로 궁으로 들어와 태자를 낳고 자희황후가 되어 중국을 마지막으로 통치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외세의 침략에 맞서면서도 동시에 개혁이 이루어지는 역사적 전환점에 살았던 여제. 늘 독서와 지식에 관련해 의욕적이었기에 그만한 태후가 되지않았을까 싶다. 물론, 펄s.벅이란 저자가 살을 더 붙였겠지만서도, 궁전도서관에서 학식이 뛰어난 스승을 찾아 공부에 열중, 역사와 시, 음악과 서화에 관심을 두고 자기수양과 함께 선조들의 정치를 잘 배웠둔 준비된 여제감이란것이다.
책을 보면서 겉장의 칼라로 그려진 중국여인상을 몇번이나 자주 들여다본지 모른다.^^ 아름다왔던 면모보다도 똑똑하고 내실을 갖춘 여인으로서 다가온 자희에게 배울점이 많다고 느껴졌다. 또한 어쩜 그렇게도 유구한 아시아의 보물인 중국사의 흐름과 입장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 펄S.벅 역시 대문호답다.
*49p 읽던 주역을 잠시 덮어놓고 금서로 간주되는 홍루몽, 금병매, 백사와 같은 책에도 관심이 있어 도서관에 없다면 궁 밖에서 사와서라도 읽어 볼 생각을 한 예흐나라
*113p 나약하고 부패한 황실에 반란을 일으키고 그틈에 만주인 황제를 몰아 내고 한족의 왕조를 부활시킨다는 기치아래 모여든 한인반란군들은 스스로를 한족예수라 부르는 장발의 광인 홍의 지휘하에 거대한 무리를 이루면서 전통적인 조상신을 버리라고 유혹을 하는 등 어수선한 작금의 사태이니만큼, 황제의 여섯 번째 이복형제인 공친왕은 제국의 유산을 지키겠다는 간절함으로 강한 어머니에게서 강한 후계자를 바라는 마음으로 후궁인 예흐나라를 가르치기로 결심하고.. 특히, 3백년 전, 맨 처음 발을 들여놓은 포르투갈의 향신료 상인들의 불법적인 약탈과 연이은 스페인, 네델란드등의 유럽국가의 침략. 그리고 아편전쟁을 일으킨 영국과 더불어 프랑스, 독일에게도 위협을 받는 등의 국정전반에 관한 언급에서는 그 가르침을 경청하는 중에불끈 주먹을 쥐는 예흐나라.
*182p 성에 들어온 이후 한번도 성 밖에 나가 볼 생각도 못했던 예흐나라는 황후가 되어 딱 한번 하루만의 외출을 허락받고 설레면서 친정나들이에 나선다. 그렇지만, 그립고도 그리웠던 어머니와 형제들의 해후상봉이 편치만은 않은 장면들.. 손자인 태자의 안부도 물을 수가 없는 등, 이미 예흐나라가 황후가 된 이상, 입에 올릴 수 없는 황(黃)자가 있기에. 황실을 뜻하는 황(黃)자가 또 다른 의미에서 보면 죽음을 뜻하는 황천(黃泉)에도 쓰이기 때문이라나..
*197p 처음으로 황제의 부름을 받은 날도 아끼던 강아지를 데리고 갈만큼, 베짱도 두둑하고 애정이 많은 자희의 순수한 모습이 드러나는 부분. 자연의 생태와 귀뚜라미, 새를 부르는 흉내내는 새소리, 오리등의 동물과 장난치며 자신에게 충성을 보이는 것들에게 지극히 너그러움을 들여다 볼수 있다.
*362p 서태후가 읽었던 여러 책을 통해 알고 있다면서 들려주는 여러 전설은 작가 펄S.벅의 중국사의 해박한 이해와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건륭제 당시 투르케스탄 공주를 위해 지어진 북해궁의 사연일른지, 배우였던 생모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이후 배우는 모두 환관으로만 정해놓았다는 일등등과, 서태후가 1천8백년 전 도황의 지시하에 집대성한 의술과 법의학서까지 애착을 갖고 주의깊게 파묻혀 읽었다는 부분이 내게도 찐하게 와닿았다.
*450p 환관장으로 하여금 황실까지 타락지경에 이르게 하는 환관들의 추악한 행태들이 실날하게 드러나 보이고 또 가차없이 참수시키는 부분..
*461p 선교사의 첫걸음이 곧, 상인들로 그리고 전함이 따라오면서 공사들의 주장이 생기고 그로인해 양보(빼앗기는..) 계약체결이 이루어지는 일들.. 일찍이 중국인들은 중국의 종교만이 가장 위대하다고 선언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천년간 유교와 불교, 그리고 도교 신봉자들도 평화롭게 서로 존중하며 살아오면서 그들만의 종교가 가장 위대하다고 선언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기독교인들은 그들의 신만이 진정한 유일신이라며 전도하는 작태가 침공이나 다름없는 안타까운 일들로 서태후만큼은 전통과 문화의 자긍심으로 개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해 마지 않는다.. 486p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은 길가의 쓰레기처럼 취급할 뿐, 상업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간으로서 갖추어야할 네가지 기본인 의식의 준수, 타인에 대한 인간적인 의무, 고결한 성품, 수치심까지도 지니지 않은 야만인들이라며..
*477p 정원의 작약언덕에서 지저귀는 새를 보며 궁녀들에게 '사랑과 친절은 모든 두려움을 극복하기 마련이란다. 심지어 동물에게도 말이야. 이교훈을 마음소에 간작하도록 해라" 하는 말을 보더라도 관대함과 자비로움을 볼 수 있다.
*480p 관음보살과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을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 자매라고 부르면서 염주를 108번 굴리며 고개숙여 매일같이 하늘의 주인인 부처에게 소원을 비는 모습은 내가 보아도 사랑스럽고도 품위가 느껴졌다. (하늘에 계신 자매님, 제 친척 영록이라는 자를 알고 계시는지요? 제 운명만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마도 부부가 되었을 것입니다. ...중략... 내 자매인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사랑하는 이의 지위를 올렸던 것처럼 말입니다. ^^) 568p 관음보살 앞에 향을 피우고 묵상에 잠긴채 자신을 일깨워 자비를 가르쳐 달라고 빌었으며 사코타 또한 자신이싱이 베푸는 자비에 눈을 뜰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원했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죽일 수밖에 없다. 라며 기도를 통해 평온한 힘을 얻는 태후. 그리곤 동태후를 암호랑이처럼 살기가 번뜩일만큼 혼을 보이는 태후... 자신의 믿음에서 얻는 힘일까? 그 저력이 대단타..
*646p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외세때문에 어지러운 가운데, 외국인 신부들에 떠도는 소문으로(마법사며 사악한 약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납치해 눈을 파낸다든지 뼈를 갈아 술을 만든다든지..) 봉기가 일어나고 외국인 사제들이 구타에 살해되는 일이 일어날 때마다 프랑스, 포르트갈, 벨기, 스페인, 이탈리아등 서양국가에서는 공공연히 특권과 영토를 내놓으라는 등이 전쟁 협박을 했고,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은 툭하면 불평을 늘어놓질 않나 한편, 일본까지도 중국으로서는 자신없는 해전으로 백성들을 괴롭히질 않나.. 바야흐로 전세계가 그녀 태후를 맞서 대항하고 있는듯. 외롭고도 힘든 처지에 믿고 의지했던 영록마저 병고에 시달리고 자금성을 떠나야 피난을 가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않고 펼쳐든 책의 문구는 수천년 전 공자가 썼던 '넓은 사고와 참된 이해의 부족으로 위대한 목표를 잃어버렸도다. ' 는 태후의 맘을 대변해주었으리라
*692p 자금성을 떠나 90일의 여정중에 나온 비아로(飛鴉路-날아다니는 거위의 길)의 작은 언덕길을 지나다가 주변의 장관을 즐기기 위해 잠시 멈출 것을 지시했다.. 이 부분에서 한비야씨의 기행담에서 언급되었던 부분이 생각난다. 우리나라 국토순례기에서도 나오는데.. 비아'라는 지명은 어디에나 있을법한 이름인가보다. 하하^^*
*716p 우여곡절끝에 자신의 궁궐 자금성으로 돌아온 후 노환과 병고중임에도 충정을 보였던 영록의 죽음을 맞고,, 그로인한걸까.. 자신의 남은 삶도 돌아보면서 야만인이라고 상종을 안하려 했던 서양인들과도 동서양의 화합을 생각하며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겠노라고 칙령을 내린다. 더불어 이방인인 외국공사들의 부인과도 성대한 연회를 열어 한껏 접대를 베푼다. 3백명의 요리사가 동원되고 세시간짜리 경극 네개가 준비될만큼^^ 초대받은이가 거의 질리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한마디로 뻑가게 만들요량이었겠지 ㅎㅎ그나이에도 깜찍하게 영어로 인사말을 건네는 열성도 보이고 말이다. "하오 튀우 투? 하삐 니우 이어 뜨링꼬 티!" 라는 안부와 새해인사와 차를 권하는 정도였지만, 천하를 휘두르던 태후께서 직접 외국말로 인사까지 건넸다 는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 태후는 사랑스러운 여인이도다.. '같은 하늘 아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한 가족과 같다'는 말도 건네고팠던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사망소식이 전해오자, 아연질색해서 하는 말 "우리자매님은 어쩌다 돌아가셨는고!" ㅎㅎ 펄S.벅의 표현인가, 번역가 이종길의 표현인가,, 백성들의 사랑을 받으며 어진통치를 했던 여왕조차도 결국 평범한 사람들처럼 병들어 죽고말았다는 사실에 태후의 가슴은 비수가 박히듯한 소식이었다는데, 정작 빅토리아여왕은 서태후를 어찌 생각했었을까,, 궁금해지도 해서 다음엔 빅토리아여왕의 이야기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이들어 노불야'라는 호칭을 받으면서도, 황제의 어머니 태후로서, 그보다 먼저 아들의 죽음을 맞아 조카를 양자삼아 황제로 키우면서 천하를 휘두르는 자리까지 누렸지만도, 역시 어머니로서 가슴앓이는 피할 수 없는 가보다. 455p 아들과 뜻이 맞지않아 상심하지만서도 드러내는 것 또한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 고심에 내면 깊숙히 겸허한 상의도 할 수 없었던 태후를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의 입장으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지, 엊그제 다녀온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인 함평제 어쩌구하는 유물이 그렇게 크게 보일 줄이야 ^^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인해 또 다른 관련책을 찾게 되고 관련된 지식이 키워짐에 책 읽느 재미가 쏠쏠한 요즘, 아~주 재미나게 읽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