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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포리스터 카터의 어린시절을 그린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이라는 태생으로 불리한 환경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속에서도 정말, 따듯한 심성으로 올곧게 자란 덕은 부모잃은 포리스터를 데려와 키워준 할아버지와 할머니 품이 있었기에 두분께 깊은 존경심이 든다. 인디언의 땅에 와서 주인노릇을 해대는 백인 중심의 잔혹과 위선의 질곡안에서도 자연의 일부였던 인디언의 지혜는 안타까움속에 그래도 이렇게나마 전해지고 있구나.. 싶었다. 다섯살 어린 '작은나무'로 불리운 작가의 심성으로 그려진 문장이 얼마나 깊은 사색이 묻어나는지 ^^15p 산이 바로 내 옆에 와 있는것이 느껴졌다. 산이 손을 벌려 온몸으로 감싸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25p 메추라기가 탈콘매에게 잡히는 것을 보고 할아버지 하시는 말씀, '슬퍼하지 마라, 자연의 이치라는 거다. 누구나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제일 좋은 것보다는 작고 느린놈을 골라야 더 강한 메추라기가 남는거고 그래야 우리들도 두고두고 고기를 얻을 수 있는거란다. 쓸것 이상의 꿀저장은 곰한테, 너구리한테, 체로키에게도 뺏기기도 하는거라고 웃으면서 들려주신 꿀벌의 비유..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 남의 걸 빼앗아 오고 깃발을 꽂아 전쟁이 일어나고 그러다 죽는다는 이치를 지혜롭게 말해주신다.
102p 할머니의 말씀 또한 철학이다. 사람들은 두개의 마음이 있는데, 몸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꾸리는 마음과 영혼을 위한 마음이다. 몸을 위한 마음이 욕심을 부리고 교활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 영혼의 마음은 점점 졸아든다. 몸이 죽으면 모든게 다 없어지고 영혼의 마음만 남는데, 평생 욕심부리면서 살아온 사람은 죽고 나면 밤톨만한 영혼밖에 남지 않아 다시 태어나면 세상의 어떤것도 이해를 할 수 없게 된다. 몸을 위한 마음이 더더욱이 커지면 영혼의 마음은 땅콩만큼 줄었다가 그것마저도 사라져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살아있어도 죽은 사람이 되고 마는데, 더러운 것만 보거나 찾아내는 사람, 다른사람에게서도 나쁜 것만을 들추는 사람, 나무를 봐도 아름다움보다는 목재와 돈덩이로 보는 사람들.. 그런 걸어다니는 죽은 사람이 보인다고 하신다. 영혼의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꾸려면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써야한다. 할머니의 말을 듣고 작은나무는 밤톨만한 영혼을 갖고 싶지 않다며 모든 사람을 잘 이해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얼마나 흐뭇한 모습인가!!! ....
126p 아끼던 개 링거의 죽음으로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아픈 작은나무의 마음을 읽어주시는 할아버지의 말씀.. 사랑했던 것을 잃었을 때는 언제나 그런 기분을 느낀다. 또 나이가 들면 떠올려지는데 묘한 일은 나쁜점은 절대 생각나지 않고 좋은 점만 생각난다고 한다. 그래서 나쁜건 정말 별거 아니겠냐고 하신다. 참 멋진 역설적인 표현법이다!! 이래서 문장가이고 문학의 힘이 느껴지는 것이다 ^^
224p 여름날의 저녁, 뒷베란다에 앉아 할머니는 작은나무에게 태어난 계절과 고향, 아버지가 한 일, 어머니의 사랑등을 이야기 하면서 1억명중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할 만큼 좋은 운을 타고 태어났다고 해주신다. 자연속의 모든것이 형제자매라는 것을 믿음을 가지며 스스로가 자랑스러움을 가지게 되었다는 작은나무,, 다섯살 어린 작은나무에게도 깜깜한 길을 무서워 하는 할아버지를 전적으로 책임질것을 다짐한다.(이런 자중감을 키워주신것도 조용조용 이야기 해주신 할머니의 전통적인 체로키의 관습이 있었기에겠지! 정말 본받을 점이다.)
246p 일요일 교회에서 나눔의 시간을 가질적에도, 남에게 무언가를 그냥주기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훨씬 좋은 일이다. 의존하게 되면 인격이 없어지고 친절로 인해 인격을 도둑질하는것이 되지 않겠느냐며, 정말로 해야할 일은 자립심을 일깨울 수 있는 작은 뭔가를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할아버지를 통해 진정 위하는게 무엇인지를 또 해야할일이 무엇인지를 배운다.
293p, 283p 아동보호라는 명목으로 원치도 않은 고아원으로 가게된 작은나무, 가슴아프지만, 법을 들이대며 숲에서는 인간다운 보호와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등의 백인들의 법으로 인해 헤어져야만 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부분에서 정말 분하고 가슴이 아파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같은 시간에 촛불을 키고 기도하면 함께 있는거와 같다, 바람이 안부를 물어주는 산에서 보낸 전령이라는 거, 밤하늘의 느대별을 보고 있으면 할아버지와 할머니, 또 윌로 존아저씨 모두 떠올리며 마음을 달래는 작은나무, 별을 쳐다보는 걸로 충분하다고, 할아버지가 추억을 보내주실거라고 믿는 작은나무... 참, 안타까운 시절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부분이다.
327p 누구든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 할아버지께도 찾아오고,, 눈물범벅이 된 작은나무와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음에 들어하셨던 드레스를 입고 흔들의자에 앉아 가슴 앞섬에 편지하나 남기고 돌아가신 할머니.. 작은나무에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게 해 읽어주셨고 (사전의 첫쪽부터 일주일에 다섯단어씩 외우고 문장을 만드는 숙제를 내주신 할머니.. (31p 사서는 읽은 책을 따로 정리해 보관하며 다정다감하게 맞이해주었다).. 그 자체 그대로가 대자연이고 본보기다.
작은나무에게 이와같은 풍요로운 어린시절을 마련해 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아낌없는 따뜻한 사랑속의 훈육이, 나를 돌아보게한다. 지금의 나는 우리아이들에게 어떤 사랑과 가르침을 주는지...
* 할머니의 편지..작은나무야, 나는 가야 한단다. 네가 나무들을 느끼듯이, 귀기울여 듣고 있으면 우리를 느낄 수 있을 거다. 널 기다리고 있으마. 다음번에는 틀림없이 이번보다 더 나을거야. 모든 일이 잘 될거다. 할머니가..
* 두분이 나를 위해 새겨놓은 자국들을 바라보았다. 지팡이 끝부분에 있던 그 자국들은 두분이 느낀 깊은 행복을 나타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