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즐토브
제이나 레이즈 지음, 임현경 옮김 / 다음생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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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봉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봉사'라면 경제적 원조가 의무처럼 떠올라 슬쩍 불편했던 적, 다들 있을거다.

읽고 나니, 

누군가를 돕는 일은 '친구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엔 나와 다른 환경, 나와 다른 삶을 꾸려가는 오십억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모두 친구가 될 순 없으니....

내 도움이 절실한 누구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의 상처를 듣고, 함께 웃으면

그들의 아픔 뿐 아니라 내 상처에도 새살이 돋는 게 보이는 거 아닐까

물론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이다.

 

여기, 그 막연한 일을 용감히 해낸 열 일곱 살의 소녀가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니, 한나가 한 일은 진짜인 셈이다.

열아홉의 베트남소녀 메이와 미국인 한나의 우정은

국적, 언어, 경제적 격차는 문제되지 않았다.

'친구되기'가 무엇인지 어린 두 소녀에게 한 수 배웠다.

진심으로 돕고,

보이지 않는 마음을 눈여겨봐주고

서로에게 희망까지 되어주는 것.

난 진짜 우정을 나누어 본 적 있었는지..

 

베트남 소녀 메이는

베트남전쟁으로 가족 모두 자국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메이의 부모는 자식들이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도록

장녀 메이에게 동생들을

난민을 꽉꽉채운 보트에 태워 미국,유럽 등 국가로 보내는 것..

해적, 태풍의 위험을 무릅쓰고 갈 수 밖에 없었다.

나라를 따나고, 가족을 떠나는 메이의 사연에 가슴이 아팠지만

더 마음아픈 건 보트와 난민캠프에서의 비참한 생활이었다.

구더기가 섞인 밥을 먹고, 쭈그린채 잠들어야 하며

이가 잔뜩있는 누더기를 입고 덮어야하는 메이와 보트피플들은

정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사는 것이었다.

그 비참함을 이야기하는 메이의 앳된 목소리가 내 귀를 맴도는 듯하다.

위태로운 보트와 난민캠프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그들이 원하던 뉴욕에 도착할 땐 눈물이 날 뻔했다.

이젠 한나와의 우정어린 만남도 있을 것이었다.   

 

한편, 읽으며 내내 한나를 힘껏 응원했다.

한나는 또래 친구들처럼 락을 좋아하지도, 멋부리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다.

'괴짜'라는 소리를 듣고, 학교에서도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입기싫은 옷을 입을 수 없고, 쓸데없는 일탈도 하기 싫다.

백화점 대신 재활용품 가게에서 옷을 사고,

나름 환경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며

누군가의 즐거운 찰나를 카메라에 담기를 좋아한다.

어느 날 TV를 통해 베트남난민 보트피플을 보고~

그들을 만나고, 그들을 돕는 일.

그것이 자신이 꼭 해야하는 일임을 알게된다.

난민보호기구를 통해 메이의 가족과 만나게 되고

그들을 도우며 서서히 그들과 친구가 된다.

가족과 헤어지고 난민이 되어 미국으로 올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모아주고

영어를 가르쳐주는 등 도움을 주면서

한나 역시 자주 웃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백날 매체에서 봉사하라고 떠들면 뭐하나.

이렇게 맘을 파고들어야 하게 되는 거다.

나도 요즘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물아껴쓰기,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에너지절약 등..

아주 작은 ^^; 노력은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즐토브를 계기로

가까운 이웃돕기도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진심으로

책 읽는 일이 즐거운 이유는

내가 식견이 넓어지거나 똑똑해져서가 아니라,

주변을 두리번거릴 따뜻함과 현명함이 조금씩이라도 자라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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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시대
장윈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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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존경받는 작가, '장윈'의 소설이다.

그의 소설은 시대의 현상이나 사건을 다루기보다는

변하지 않는 인간의 숭고한 내면을 드러내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인다는 평이 많다.

글쎄..줄거리가 답답하긴 했지만,

내게 생각할 꺼리를 안겨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개중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인생이.. 뭐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이긴 해도..

자 이제 시작해볼까.

 

 

이 책은

시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망허'라는 남자와

그와 슬픈 운명으로 얽힌 두 여인의 이야기다.

'천샹'은 '망허'의 완벽한 시적 감성에 반하여 하룻밤 정을 나누게 된다.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고, 학교를 그만두고서라도 아이를 키울 결심을 한다.

시인의 고귀한 자질과 내면을 물려받을 아이가 마치 선물인 듯 기뻐하는 것이다.

천샹을 남몰래 좋아하던 같은 과의 '라오저우'는 그녀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그녀에게 청혼하고, 마침내 결혼하여 평범하고도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라오저우는 아이를 친자식처럼 사랑하고 아끼지만...

천샹은 여전히 망허와의 순수하고 짧았던 사랑을

보물처럼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녀가 난 영~맘에 들지 않는다.

천샹의 독한 기운도 싫고 

순수한 시적 영혼(?)따위 하나 믿고

아이 생부에 대한 사랑을 오랫동안 홀로 지키는고리타분함도 싫다.

게다가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이기적이다.

 

한편 망허는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지만

곧 답답함을 느끼곤 행장을 꾸려 훌쩍 길을 떠난다.

정처없는 여행길 도중 '예러우'를 만나고

그녀와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간다.

망허는 예러우의 논문에 필요한 조사를 도우며 함께 걸어서 여행을 하기로 한다.

함께 이곳저곳을 떠돌며 망허와 예러우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망허는 청혼하기에 이른다.

예러우는 망허의 시인스러움이 두려웠다. 

그의 영혼은 현실의 껍데기를 거부하고 언젠가 또 다른 초월을 찾아 떠날 것이다.

자신은 그런 망허를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상처받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그 둘은 본래 한 몸이었던 듯 깊이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운명은 그 둘을 잔인하리만큼 가혹하게 갈라놓는다.

자궁외임신을 한 예러우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유산하게 되고,

과다출혈로 변변히 치료 한번 없이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녀의 죽음앞에 망허는 실성한 듯 미쳐 날뛴다.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다. 

  

그들의 사랑은 내게도 절절한 아픔으로 다가온다.

천샹을 까마득히 잊은 채 다른 여인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못내 마뜩찮았지만

그래서 시인의 영혼이 정말 순수하다면서 여러 여인을 저리 쉽게 농락해도 되는건가...

라고..저렴하고도 일차원적 불만을 홀로 토로하기도 했지만....ㅡㅡ;

망허와 예러우의 사랑과 가혹한 결별은

그런 불만을 일시에 잠재울만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죽음이야 누구나 맞이해야겠지만,

 왜 그게 하필 미칠 듯이 사랑하는 지금이어야 하냔 말이다.

 

그리고 천샹..

그녀는 한 서점에서 망허의 신작시집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이 시집을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친다는 문구와 함께

망허의 사진은 그녀를 지옥으로 떨어뜨렸다.

천샹이 알던 망허가 아니다. 그의 약력은 분명 망허가 맞는데

사진은 그가 사랑하던 망허와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즉.. 천샹과 짧은 사랑을 나눴던 그는 시인 망허를 사칭하였던 사기꾼이었던 것!

그 이후 천샹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지옥불에 내던진다.

천샹의 삶의 근간을 이루던 망허가 사실은 허상이었음을 알고 난

그녀의 행동은 너무 잔인한 것이었다.

아이를 혐오하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를 떠난다.

결국 아이는 친정에 맡기지만 얼마 안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죽고 만다.

 

 

도대체.. 천샹을 이해할 수 있나?

정말 다들 그녀의 영혼이 고결함을 추구하다 병든 것 뿐이라 생각하나?

나는 미친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저건 죄악이다.

시를 사랑하는 마음?  고매하고 형이상학적인 영혼?

그딴 걸 저렇게 많은 사람을 희생시켜서 얻나? 

자기가 사랑한 이가 시인이 아니었다는

겨우 그 사실 하나때문에 자신의 아들을 짐승보듯 하는 어미가

미친 게 아니고 뭔가..

 

 고매한 영혼 오히려 그런 건 낮은 자리에서 찾아야 한다.

초라할 것 같은 영혼에게서 보석같은 내면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 많다.

예를 들면, 천샹의 남편 라오저우는 묵묵히 그녀와 아이를 위해 희생한다.

이게 고매한 영혼이 아니면 뭐지?

 

뭐~어째됐든 망허와 천샹은 완전한 남이면서도

완전히 남이라고 할 수 없는 오묘한 관계인 채로 십수년이 흘렀다.

천샹의 친구 밍추이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망허는 이후 천샹을 만나게 된다.

외진 시골마을에서 작은 학교 하나를 후원해주게 된 망허와

그 곳에 교장을 맡고 있는 천샹은

서로 오랜 우여곡절을 가슴에 담은 채

해후 아닌 해후를 하며 소설은 끝이 난다.

 

참~인생 알 수 없다.

인생이 얼마나 오묘한지 깨닫고

처연히 대응할 날이 되면

이미 내 머리는 하얗게 눈이 앉았겠지.

망허와 천샹 그들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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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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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익은 기업 이름 하나를 클릭해 입사지원 버튼을 클릭한다.

기계처럼 내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자기소개란에 이른다.

`21세기는 창의성의 시대입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창의성을 크게 발휘했던 일 세 가지를 쓰시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문학작품을 본 후 느낀 점 조차도  

다섯 개 중에 하나 골라야 했던 우리다.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라는 논술조차 서울대 출신 강사가 알려준 대로 '새롭게'써야 했던 우리다.

교복 단추에 색깔 한번 못 칠하게 해놓고 이제 와서 창의성?

그게 중요하다고? 시대가 바뀌었으니 이제 와서 창의성을 내놓으라고?

시키는 대로 안 살면 평생 낙오되어 굶어 죽을 것처럼 협박해놓고,

이제와서 네 뜻대로 한 게 뭐가 있냐고 꾸짖는 모양새라니, 진짜 어처구니가 없다.

창의성 좀 보자고 했다고, 또 쪼르르 달려가 이제 내 창의성이에요, 하는 애들이 진짜로 창의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본문 352p 중-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부분이다.

창의적 인재 발굴 어쩌구 하면서도 내가 중고딩때나 지금 중고딩들이나

여전히 창의적이지 않은 교육을 받고 있고, 출세도 창의력 높은 순위로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사실~ 같은 학교 또는 같은 지역출신이라는 유대감이나 인맥이 더 잘 먹힐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들 좋은 대학 가려고 기쓰는 게 맞다.

 

책 읽을 시간이라도 있는 내가 돌연 민망해진다.

정말 요즘 사회초년생들 이렇게 치열하게 사나?

직장 상사 한마디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뛰어다니고

쉼없이 잔소리를 듣고, 눈물 쏙빠질 모욕을 받아도

자라마냥 목움츠리고 '죄송합니다.'만 연발해야 된단 말이야?

난 저 정도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하면서.. 어땠는지 떠올려본다.

그래. 나도 그랬군ㅡㅡ;

초특급박봉(지금도 박봉이지만 ㅜㅜ)을 받고도 막내라며 궂은일 도맡았고,

상사 눈치도 봐야했고, 여자선배들의 뒷담화도 열심히 들어줘야 했고,  

비상시국엔 월급을 까이기도 했고..

 어떤 화살이 언제 내게 쏠릴지 몰라 쥐며느리처럼 바닥에 붙어 살던 기억이 난다.

물론 삼년 버티고 뛰쳐나왔다. 그땐 거기나오면 딱 죽을 자리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규모 작고 조금은 인간적인 곳으로 옮겼다.

 

이 책..꽤 흥미진진하다. 

스포츠신문사 연예부 신입 기자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 실감난다.

팩트같은 소설내용에 깜짝 놀라 작가소개 부분을 확인했다.

역시나... 자신이 연예부 기자시절 경험했던 실제 사연들을 모티브삼았다고 한다.

소설속 주인공이 취재하는 대형 스타들 이야기, 아이돌과 기획사간의 불화,

엄친아 스타와 청순도도이미지 여배우와의 스캔들,

온라인기사 조회수 늘리기위한 어처구니 없는 기사쓰기 행태

'소설이고, 허구다...'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이런 사연과 비슷한 스타가 있었는데...'하며 몇개의 이니셜과 스타이름이 머리속을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갑자기 연예종합지와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대한 호기심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ㅋㅋ 

물론 보통 직장인이라면 공감할만한 산전수전 공중전 에피소드들도 가득이다.

 신문사 부장과 국장간의 너죽고 나살자식의 대립과

그 사이에 눌려 옴짝달싹 못하고 눈치만 보는 기자들 이야기.

여기자의 결혼 소식에 축하는커녕 유부녀되면 칼퇴근 요구한다며 언짢아하는 상사 이야기.

동료 뒤통수 치고 상사귀염받는 찝찝한 이야기.. 등등

 

 

읽으면서 실없이 피식피식 웃기도 했다.

메모해놓은 '해야 할 일' 생각하며 짜증났었는데 꿀꿀한 기분이 싹 가셨더랬다.

작가되려면 유머감각도 기본 지녀야 하나보다.

요즘은 한살 더 먹었다고 센스는 멍해지고, 유머감각은 냉동된지 한참이다.

그런데 이거 읽고 업그레이드 받은 것 같다.

겉만보고는 유치하지 않을까 나도 서른 넘었는데 퀄리티 생각해야 않겠나

나름 까칠한 이유를 대며 읽기를 차일피일 미뤘는데 이게 한번 잡고보니 빨대가 따로 없다.

물론 소재만으로 이렇게 생생하고 재밌을 순 없을테고 작가의 귀염성있는 글재주가 한몫했다본다.

쉽고 간결하면서도 적재적소에 특히 여성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표현들이 돋보였다.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에피소드들과

주인공의 행동묘사와 직간접적 심리묘사도 재밌었던 것 같다. 

명랑드라마 코믹영화들 볼때 웃긴 장면은 타이밍이나 대화놓치면

남들 웃는거 어리버리하게 쳐다봐야 하지 않나

뭐..난 심한 사오정이라 왜 웃는거냐고 붙잡고 물을때도 많아 퉁 많이 맞았다.

그런데 이건 귀를 쫑긋거려야 할 부담없이도

곤란한 사건들 절묘한 표현들을 음미하듯 곱씹어가며 배꼽잡을 수 있어 좋다.

보다말고 몇번이나 작가이름을 확인했다. 

이런 엉뚱한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소울메이트하자고 졸졸 따라다니고 싶다.

안그래도 세상살이가 심심하고 울적해서 때이른 봄타나보다 했는데 많이 웃어서 한결 낫다.

이게..뭐 겪는 사람은 화나고 슬프겠지만, 읽고있는 나는 묘하게 동질감도 생기고, 우왕좌왕하는 인턴들 모습도 귀엽다.

우리도 다들 어리버리한 신입일 때가 있었잖나.

뭐 사실 지금도 전투중이며, 나이진 게 있다면 총알 장전되고 베짱 조금 생겼다는 거 말곤 없지만..

텃새부리고 눈치주는 선배들 등쌀 견디고 올라온 자들의 초라한 여유쯤으로 해두지 뭐..

 

 

하지만 이 책 보면서 내심 남편이 걱정스러웠다.

중소기업 직장생활 5년차. 대리 직함달고 아직도 신입처럼 이리뛰고 저리뛰고 한다.

요즘 사회생활이 이병이나 병장이나 진흙탕 구르기는 마찬가진가 보다.

요즘 대기업'S'계열사와 계약을 성사시켜 목숨걸고 하는 일이 있는데..이거 잘 안되면 짤릴 거 각오하고 있단다.

신입때는 위로 까마득해서 납작 엎드렸는데, 5년차되니 위 아래로 더 납작 눌러주시나보다.

일요일에도 알람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남편이 안쓰럽다.

 경제가 시원찮네~하는 뉴스만 들으면 가슴이 쓰리다.

그런 뉴스만 나오면 남편의 회사 관리급들은 죽는소리 앓는소리 해가며

보너스 몇푼이라도 줄일 궁리나 하니 말이다..

물가 대폭 인상된다~뉴스 들을 땐 TV 집어던지고 싶다.

월급은 쥐꼬리만큼 오르는데,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오른 월급과 오른 물가가 다이다이라도 되야 살지 않겠나.

정말..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다.

대통령 욕이라도 실컷해야 속이 풀린다. 내 덕에 만수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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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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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책표지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호기심 충동질하려는 의도가 너무 거리낌없는게 아닌가하고...

알맹이가 실하면 저런 표지 없어도 잘 팔릴거라 생각은 하는데...

모른다. 내가 출판업계의 비즈니스(?)를 너무 수월하게 본 건지도..

책 내용 충분히 재미있고 신선하고 자극되었는데.. 말이다.

이 소설은 자본이 독재하는 21세기 'ㅁ' 도시

어쩔 수 없이 자본의 고용인처럼 살아가는 여러 군상들을 소개한다.

자본의 은헤를 듬뿍입은 신시가지와 자본의 외면을 받는 구시가지.

여기엔 'ㅁ'시를 꿈의 도시로 만들겠다며

'국제적인 비즈니스맨'을 자처하는 시장의 노력이 한몫했다.

신시가지는 쭉쭉뻗은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그 반대편의 구시가지는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이

악마처럼 버티고 연일 음습한 냄새를 피워댔다.

구시가지의 자랑거리였던 서해의 탁트인 조망까지

신시가지를 위한 해안도로를 건설하면서 망쳐놓고 말았다.

 

구시가지에 살고 있는 '나'는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위해 은밀히 몸을 판다

아들녀석이 자신과 남편의 후락한 뒷자락을 따라밟는 일은 절대 볼 수 없기에

 매춘은 그리 부끄러울 일 없는 비즈니스가 되는 것이다.

어느 날 '나'는 비즈니스를 통해 '그'를 만나고

그 또한 자신에게 마지막 남은 가게와 자폐를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신시가지의 고급 주택가를 터는 그만의 비즈니스가 있음을 안다.

그들의 첫만남은 비즈니스였지만, 그 후 서로의 비즈니스의 내막을 알게되고는

연민을 넘어선 불행을 예고하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소설을 보는 내내 불편함을 금할 수 없다.

자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자각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내 자리가 구시가지의 모든 것을 연상케하여 불쾌하다.

맞은편 청라지구 시원하게 뻗은 고층아파트들

조금 더 가면 송도국제도시와 국제공항이 있는 영종하늘도시

삼선까지 했던 시장은 국제적감각과 수완이 뛰어나

소설속 시장처럼 비즈니스맨 냄새가 났다.

한동안 송도신도시에 세금 퍼주느라 더 어둡고 쇠락한 도시들이 희생해야만 했다 .

그 꼴을 보자니 부아가 치밀었다.

이번엔 시장이 청라지구에 돈 퍼부을 조짐이 보이자 바로 그 근처의 집을 샀다.

물론 청라지구내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만한 능력은 안됐기에 그 근처를 기웃거리는 걸로 만족했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비즈니스'였다.

나름 중산층이라고 위로하며 살았다.

하지만 청라지구내의 아파트들이 화사한 군락을 이를때쯤

난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비위상할만큼 깨달았다.

그들의 도로와 그들의 집, 그들의 주차장, 그들의 차까지

세 블럭 떨어진 우리의 그것과는 참 달랐다.

정말 돈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돈이 사람을 부리며, 돈이 사람을 다스린다.

돈이 계급을 나누고, 돈이 권력을 만든다.

작가말대로 군사정권 독재가 물러가니

더 지독한 자본이 독재한다.

하지만 이 질식할듯한 자본의 독재속에

그래도 사랑이라는 희망이 그 압제를 견딜 수 있게 한다.

작가도 소설 마지막에 이 점을 말하고자 한건 아닐까 싶다.

아이와 남편을 떠나 자폐를 앓는 그의 아이와 함께 하는 '나'는

처음 편안함과 행복을 느낀다.

친자식을 떠나 다른이의 자식을 거두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조금은 의아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것이야말로

주인공의 가치있는 비즈니스이며

 진정한 희생과 사랑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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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에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
권하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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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재미있다. 단숨에 읽었다.

비문학은 여러 날 쪼개어 읽기도 하는데

이 책은 서너시간만에 읽었군.

흡입력 좋다.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이미 머릿속에선

 주인공 소년으로 송중기가 캐스팅 됐다.

ㅇㅎㅎ 흐뭇해라

 

자칫 무겁고 침울할 수 있는

청소년의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무척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성을 향한 감정이라면 침울할 것까지야 없겠지만

그게.. 동성을 향한 것이라면.. 게다가 17살의 소년이 서술자라면

혼돈과 갈등, 수치심따위를 몽환적이고 어렵게 이야기할지도 모르는데..

이 소설속에선 참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들린다.

 

성훈은 평범한 고2학생이다.

하지만 성적 취향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시기의 아이들이 흔히 그렇듯

여자친구도 여럿 사귀어보고, 데이트도 하지만

사랑이 주는 달뜬 감정은 생기지 않는다.

초조해할수록 확실해진다.

자신이 게이라는 것.

 

같은학교 고3선배를 좋아하게 된 성훈은

그에게 다가갈 기회를 얻고, 그와 소탈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그의 감정이 성훈과 같을 리가 있나.

성훈의 벼락같은 키스세례에 화들짝 놀란 선배는

 자신의 부모님께 그 사실을 털어놓고 그 부모는 학교에 항의한다.

물론 학교가 발칵 뒤집히고 성훈도 발칵 뒤집힌다.

숨길 수 있다면 죽을때까지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탄로나고

모욕다운 모욕을 당한 후 자퇴를 하고 만다.

성훈의 엄마는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고, 스스로를 이해시키려 노력했는지 모른다.

자퇴하고.. 은둔형 외톨이꼴이 되어가는 아들넘을 보다 못해

친구가 운영하는 상담소에 성훈을 소개한다.

'애미'라는 이름의 상담소. 픽, 성훈도 웃고, 읽는 나도 웃었다.

뜻은 근사하다.

'사랑 애와 아름다울 미'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인 비너스를 문자화 ^^

성훈은 상담실에 크게 걸린 보티첼리의 비너스그림에 압도당하고

심상치않은 아우라의 상담 의사에게 압도당한다.

자신을 양나씨라고 부르라는 그녀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기꺼이 털어놓는다.

그리고 성훈에게 수요일마다 모임을 갖는 다른 아이들을 소개하는데..

다들 상처 몇 채 짊어진 아이들이었다.

성훈은 그들과의 소통으로 차츰 예전의 소년다움과 생기를 찾는다.

사회에서 비정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있는 이 아이들도

알고보니 또래들과 신나게 우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도라'라는 별칭의 소년은 대마초를 피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며

대마초 한 대 피는 것이 소원이라 하고

'누룽지'라는 소녀는 토마토 다이어트 하다가 치킨 한번 먹으면

세상에서 이보다 맛있는 치킨은 없다고 하자

이를 건전{?)하게 풀어줄 요량으로

성훈을 비롯한 아이들은 놀이공원에서 지칠때까지 롤러코스터만 타고는

진정이 덜 되어 요동치는 위장을 치킨으로 꽉꽉 채우고

다이어트후 먹는 치킨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치킨임을 확인한다.

물론 폭풍설사로 마무리를 했다지만..ㅇㅎㅎ

왜 이렇게 유쾌한거냐고~ 앙. 아그들이 너무 귀엽다.

나는 청소년기때 뭐했나. 저런 것도 안해보고ㅡㅡ;

매일 독서실책상에 엎드려 잠만 잤다는 ㅜ.ㅜ

 

물론 우리의 주인공 성훈의 사랑이야기 빠질 순 없다.

다른 독자들처럼 나 역시 ^^;

성훈을 자퇴케 한 장본인인 고3선배와

얼씨구 잘 됐으면 싶었다.

선배가 후회하고 성훈에게 용서를 구하는.. 뭐 그런 훈훈한 이야기..

하지만 소설 초반부 이후 선배 이야기는 코빼기도 없다.

대신 '현신'이라는 이름의

'애미 상담소'를 아끼는 수의사가 등장..

성훈과 애틋하고 조심스러운 사랑의 감정을 나눈다.

그 역시 게이였고, 성 정체성 때문에 괴로움을 겪었던 이였다.

 

소설 중간중간 그들의 애틋한 감정이 느껴질때마다

웬일~! 몸이 찌르르하며 나까지 달뜬 기분이었다.

'사랑'이라는 설레이고 정답고 흥분되는 감정을

도대체!! 얼마만에 느껴보는거야.

물론.. 내가 지금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ㅡㅡ;

어쨌든 소설속로나마 느낄 수 있는 이 찌르르한 느낌은

얼굴은 조금 화끈거렸지만, 무척 즐거웠다.

휴~지금은 웬수같은 남편ㅡㅡ;

예전엔 얼굴만 봐도 찌르르하다 못해 폭발할 것 같았는데

이젠 얼굴만 봐도 짜증나서 폭발할 것 같다. (ㅋㅋ 농담)

그래도 평생 데리고 살 남편인데

 나의 넓은 아량(?)을 베풀어

찌르르함을 회복할 기회를 언젠가는 줘야지.

나도 노력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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