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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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책표지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호기심 충동질하려는 의도가 너무 거리낌없는게 아닌가하고...

알맹이가 실하면 저런 표지 없어도 잘 팔릴거라 생각은 하는데...

모른다. 내가 출판업계의 비즈니스(?)를 너무 수월하게 본 건지도..

책 내용 충분히 재미있고 신선하고 자극되었는데.. 말이다.

이 소설은 자본이 독재하는 21세기 'ㅁ' 도시

어쩔 수 없이 자본의 고용인처럼 살아가는 여러 군상들을 소개한다.

자본의 은헤를 듬뿍입은 신시가지와 자본의 외면을 받는 구시가지.

여기엔 'ㅁ'시를 꿈의 도시로 만들겠다며

'국제적인 비즈니스맨'을 자처하는 시장의 노력이 한몫했다.

신시가지는 쭉쭉뻗은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그 반대편의 구시가지는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이

악마처럼 버티고 연일 음습한 냄새를 피워댔다.

구시가지의 자랑거리였던 서해의 탁트인 조망까지

신시가지를 위한 해안도로를 건설하면서 망쳐놓고 말았다.

 

구시가지에 살고 있는 '나'는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위해 은밀히 몸을 판다

아들녀석이 자신과 남편의 후락한 뒷자락을 따라밟는 일은 절대 볼 수 없기에

 매춘은 그리 부끄러울 일 없는 비즈니스가 되는 것이다.

어느 날 '나'는 비즈니스를 통해 '그'를 만나고

그 또한 자신에게 마지막 남은 가게와 자폐를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신시가지의 고급 주택가를 터는 그만의 비즈니스가 있음을 안다.

그들의 첫만남은 비즈니스였지만, 그 후 서로의 비즈니스의 내막을 알게되고는

연민을 넘어선 불행을 예고하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소설을 보는 내내 불편함을 금할 수 없다.

자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자각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내 자리가 구시가지의 모든 것을 연상케하여 불쾌하다.

맞은편 청라지구 시원하게 뻗은 고층아파트들

조금 더 가면 송도국제도시와 국제공항이 있는 영종하늘도시

삼선까지 했던 시장은 국제적감각과 수완이 뛰어나

소설속 시장처럼 비즈니스맨 냄새가 났다.

한동안 송도신도시에 세금 퍼주느라 더 어둡고 쇠락한 도시들이 희생해야만 했다 .

그 꼴을 보자니 부아가 치밀었다.

이번엔 시장이 청라지구에 돈 퍼부을 조짐이 보이자 바로 그 근처의 집을 샀다.

물론 청라지구내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만한 능력은 안됐기에 그 근처를 기웃거리는 걸로 만족했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비즈니스'였다.

나름 중산층이라고 위로하며 살았다.

하지만 청라지구내의 아파트들이 화사한 군락을 이를때쯤

난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비위상할만큼 깨달았다.

그들의 도로와 그들의 집, 그들의 주차장, 그들의 차까지

세 블럭 떨어진 우리의 그것과는 참 달랐다.

정말 돈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돈이 사람을 부리며, 돈이 사람을 다스린다.

돈이 계급을 나누고, 돈이 권력을 만든다.

작가말대로 군사정권 독재가 물러가니

더 지독한 자본이 독재한다.

하지만 이 질식할듯한 자본의 독재속에

그래도 사랑이라는 희망이 그 압제를 견딜 수 있게 한다.

작가도 소설 마지막에 이 점을 말하고자 한건 아닐까 싶다.

아이와 남편을 떠나 자폐를 앓는 그의 아이와 함께 하는 '나'는

처음 편안함과 행복을 느낀다.

친자식을 떠나 다른이의 자식을 거두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조금은 의아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것이야말로

주인공의 가치있는 비즈니스이며

 진정한 희생과 사랑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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