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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에게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
권하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12월
평점 :
오호라~ 재미있다. 단숨에 읽었다.
비문학은 여러 날 쪼개어 읽기도 하는데
이 책은 서너시간만에 읽었군.
흡입력 좋다.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이미 머릿속에선
주인공 소년으로 송중기가 캐스팅 됐다.
ㅇㅎㅎ 흐뭇해라
자칫 무겁고 침울할 수 있는
청소년의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무척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성을 향한 감정이라면 침울할 것까지야 없겠지만
그게.. 동성을 향한 것이라면.. 게다가 17살의 소년이 서술자라면
혼돈과 갈등, 수치심따위를 몽환적이고 어렵게 이야기할지도 모르는데..
이 소설속에선 참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들린다.
성훈은 평범한 고2학생이다.
하지만 성적 취향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시기의 아이들이 흔히 그렇듯
여자친구도 여럿 사귀어보고, 데이트도 하지만
사랑이 주는 달뜬 감정은 생기지 않는다.
초조해할수록 확실해진다.
자신이 게이라는 것.
같은학교 고3선배를 좋아하게 된 성훈은
그에게 다가갈 기회를 얻고, 그와 소탈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그의 감정이 성훈과 같을 리가 있나.
성훈의 벼락같은 키스세례에 화들짝 놀란 선배는
자신의 부모님께 그 사실을 털어놓고 그 부모는 학교에 항의한다.
물론 학교가 발칵 뒤집히고 성훈도 발칵 뒤집힌다.
숨길 수 있다면 죽을때까지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탄로나고
모욕다운 모욕을 당한 후 자퇴를 하고 만다.
성훈의 엄마는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고, 스스로를 이해시키려 노력했는지 모른다.
자퇴하고.. 은둔형 외톨이꼴이 되어가는 아들넘을 보다 못해
친구가 운영하는 상담소에 성훈을 소개한다.
'애미'라는 이름의 상담소. 픽, 성훈도 웃고, 읽는 나도 웃었다.
뜻은 근사하다.
'사랑 애와 아름다울 미'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인 비너스를 문자화 ^^
성훈은 상담실에 크게 걸린 보티첼리의 비너스그림에 압도당하고
심상치않은 아우라의 상담 의사에게 압도당한다.
자신을 양나씨라고 부르라는 그녀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기꺼이 털어놓는다.
그리고 성훈에게 수요일마다 모임을 갖는 다른 아이들을 소개하는데..
다들 상처 몇 채 짊어진 아이들이었다.
성훈은 그들과의 소통으로 차츰 예전의 소년다움과 생기를 찾는다.
사회에서 비정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있는 이 아이들도
알고보니 또래들과 신나게 우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도라'라는 별칭의 소년은 대마초를 피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며
대마초 한 대 피는 것이 소원이라 하고
'누룽지'라는 소녀는 토마토 다이어트 하다가 치킨 한번 먹으면
세상에서 이보다 맛있는 치킨은 없다고 하자
이를 건전{?)하게 풀어줄 요량으로
성훈을 비롯한 아이들은 놀이공원에서 지칠때까지 롤러코스터만 타고는
진정이 덜 되어 요동치는 위장을 치킨으로 꽉꽉 채우고
다이어트후 먹는 치킨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치킨임을 확인한다.
물론 폭풍설사로 마무리를 했다지만..ㅇㅎㅎ
왜 이렇게 유쾌한거냐고~ 앙. 아그들이 너무 귀엽다.
나는 청소년기때 뭐했나. 저런 것도 안해보고ㅡㅡ;
매일 독서실책상에 엎드려 잠만 잤다는 ㅜ.ㅜ
물론 우리의 주인공 성훈의 사랑이야기 빠질 순 없다.
다른 독자들처럼 나 역시 ^^;
성훈을 자퇴케 한 장본인인 고3선배와
얼씨구 잘 됐으면 싶었다.
선배가 후회하고 성훈에게 용서를 구하는.. 뭐 그런 훈훈한 이야기..
하지만 소설 초반부 이후 선배 이야기는 코빼기도 없다.
대신 '현신'이라는 이름의
'애미 상담소'를 아끼는 수의사가 등장..
성훈과 애틋하고 조심스러운 사랑의 감정을 나눈다.
그 역시 게이였고, 성 정체성 때문에 괴로움을 겪었던 이였다.
소설 중간중간 그들의 애틋한 감정이 느껴질때마다
웬일~! 몸이 찌르르하며 나까지 달뜬 기분이었다.
'사랑'이라는 설레이고 정답고 흥분되는 감정을
도대체!! 얼마만에 느껴보는거야.
물론.. 내가 지금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ㅡㅡ;
어쨌든 소설속로나마 느낄 수 있는 이 찌르르한 느낌은
얼굴은 조금 화끈거렸지만, 무척 즐거웠다.
휴~지금은 웬수같은 남편ㅡㅡ;
예전엔 얼굴만 봐도 찌르르하다 못해 폭발할 것 같았는데
이젠 얼굴만 봐도 짜증나서 폭발할 것 같다. (ㅋㅋ 농담)
그래도 평생 데리고 살 남편인데
나의 넓은 아량(?)을 베풀어
찌르르함을 회복할 기회를 언젠가는 줘야지.
나도 노력할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