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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야베 미유키. 그녀는 다정다감한 이야기꾼이다.
그녀의 소설은 추리소설임에도, 밝고 따뜻해서 읽기가 편안하다.
충격적인 스토리와 과한 묘사없이도 충분히 추리소설 읽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소설 속의 독특한 서술자와 시점을 통해 인간적인 작가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명탐견 마사의 사건일지는
탐정견 마사가 자신의 시점으로 본 사건의 전말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방식이다
하즈미 소장은 탐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딸 가요코는 아버지 밑에서 직원으로 일한다.
마사는 그곳에서 가요코를 경호하며, 탐정견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건을 맡을 때마다 마사는 특유의 후각과 직관으로 사건의 방향을 알아채고, 해결을 이끌어낸다.
서술자가 개다 보니, 병원같은 장소의 출입에 제한이 있고, 사람들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말할 수도 없다.(개짖는 소리로만 들릴테니까)
그러나 사람들이 맡지 못하는 냄새-마사시의 몸에서 나는 마약 냄새라던지, 도도의 피냄새-,를 맡거나,
사건 주위를 배회하는 동물과의 대화를 통해, 사건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단서를 찾아낸다.
그 단서를 소장이나 가요코에게 알릴 방법을 찾기전엔 우선 그 단서는 독자와 마사만이 공유한다.
우리만 알고, 책 속의 인물들은 모르는 단서.(묘하다)
그 단서를 마사가 온몸을 이용해-컹컹 짖고, 가구를 긁어대고, 옷을 잡아 끌면서.-그들에게 알려주고,
그들이 마침내 알아채고는 사건의 퍼즐을 완벽히 맞춰갈 때 흥분과 재미를 느낀다.
그녀의 소설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이유는
가는 펜끝으로, 서술자 마사의 입술을 빌어 약자를 두둔하고, 어루만지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약자라 함은 돈없고, 빽없고, 어디 모자란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우에쿠사는 큰 화랑을 소유한 부자이다. 그러나 느지막한 나이에도 자식이 없어,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가 범죄의 표적이 된다. 그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흔히 아는 약자는 아니다. 그러나 약자인 것이다.
도도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동네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는 비행청소년이다.
그는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스스로 자백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는 약자가 아니며 그를 두둔할 수도 없다.
그러나 사건의 실상은 이렇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동창이 교장으로 있는 학교의 토끼사육장으로 몰래 들어간다.
그리곤 토끼와 다른 동물들을 잔인하게 죽인다. 교장이 된 동창과 세상에 대한 분풀이였다.
이를 알고 있던 도도와 그의 형은 아버지의 또다른 범죄를 막으려한다. 엉겁결에 형은 아버지를 살해하게 되고..
도도는 형의 죄를 스스로 덮어쓰고, 죄를 자백한 것이다. 도도는 악인도 비행청소년도 아니다. 약자인 것이다.
소설은 심각한 수준의 생명 경시 풍조를 꼬집어 비트는 일도 잊지 않는다.
그런 인간은 어른 중에도 있고 아이 중에도 있다. 학교의 토끼를 죽이고 재미있어 하는 녀석도 있지만
애완동물을 기분풀이 대상으로 삼는 녁석도 있다. 살아 있는 동물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군림하는 건
누구라도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지나치게 학대하다 죽어버리면 돈을 주고 다시 사면 된다.
생명이라는 것도 돈으로 쉽게 살 수 있으므로. -마사, 빈집을 지키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