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문장
김애현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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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이야기마다 가벼이 할 수 없는 묵직함이 있다.

개인의 문제로 시작해 공통의 고민을 이끌어낸다.

 

아버지는 더 많은 기저귀를 써야 하고 하루 종일 수화기를 든 채

누군가에게 기저귀 값을 구걸한다.

아버지는 말랑말랑한 그리움을 곱씹으며 기저귀에 정액만 흩뿌리고

단단했던 팔로 소주병을 움켜쥔 채 빠삐루파의 동화 속을 지치도록 헤맨다.

-빠삐루파 빠삐루파 중-

 

비루하고 울적한 군상들.

그들을 차례로 세워놓고, 꽉 막힌 내막을 주절주절 속삭여보라고

작가가 닦달이라도 한 것 같다.

결코 여타 소설처럼 가난하지만 따뜻하거나

 슬프지만 아름답다거나..하지 않다.

 비루할 뿐이다.

몰인정하리 만큼 비루하고, 불편하다.

불편함은 하루종일 내 머리통을 쪼아대며 떠날 줄을 몰랐다.

특히 단편 중 '빠삐루파 빠삐루파'는 불편함의 종결이었다.ㅡㅡ;

결국 침대밑에 던져 놓고, 기분전환용 책을 허둥지둥 찾아야 했다.

우울증이 도질 기미가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 감정과 기분을 사정없이 휘저을만한 책이 흔하지는 않다.

어떤 책은 읽고 돌아서면서 주인공 이름부터 잊기도하지만,

어떤 책은 호불호를 떠나 뇌리에 강하게 남아 며칠을 되씹기도 한다.

눅눅한 기분을 떨치지 못하다가 다시 며칠을 들여 찔끔찔끔 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을 몇 마디로 따지려드니 머리가 아프다.

그냥 읽어봐야 안다.

읽어봐야 불편한 줄 알고

읽어봐야 세상 한 조각이 일그러진 줄 알고

읽어봐야 작가가 내 얼굴도 끼워넣었다는 사실을 알고 소스라칠 수 있다.

 

푸른 빛의 수조속 화려한 열대어와 우아한 유영은 관상용일 뿐이다.

자신의 쓰임을 깨닫지 못하고 아프기라도 하는 놈은

버리고 다른 놈으로 대체하면 된다.

양동이는 그들의 무덤이 되었다.

 마지막 숨쉬는 물고기들로 어지럽다.

동정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는 없다.

그녀는 그 열대어들이 거칠고 푸른 캉갈로 향하는 상상을 한다.

단편 '푸른 수조' 이야기다.

 

살아있는 바비 인형, 

그녀는 백화점 매장에서 가장 비싼 옷을 입고

고객의 욕망어린 눈빛을 부추겨 판매실적을 올려야하는 카리스마스텝이다.

그들이 욕망을 거두고 뒷모습을 보이면

어느새 참을 수 없는 허기를 느끼는 그녀는

벌레도 슬지 않을 다이어트 바를 우물거린다.

단편 '카리스마스텝' 이야기다.

 

나는 이 책이 왜 그리도 불편했는지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야기 곳곳에서

 나와 내 지인들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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