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 견검에서 떡검 그리고 섹검까지 대한민국 검찰, 굴욕의 빅뱅
정용재.정희상.구영식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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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더럽다. 더럽다. 더럽다. 완전 더럽다. ㅡㅡ;

검사들..더러운 줄 알았지만, 이렇게 끝간 줄 모르게 썩어빠졌는지는 미처 몰랐다.

비행기도 발목 잡아 앉히고, 고급 중국술 20병도 세관 무사 통과~

검사들이 비행기 시간에 늦는 바람에 공항에 상주하는 경찰에게 착륙 시간을 30분 늦추도록 지시했단다.

대단한 아톰 나셨다.~

저자이자 공익제보자인 정용재는 수십년간 검사 스폰서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검사의 부탁으로 고급 중국술을 20병이나 들여오는데, 그 검사가 미리 세관에 연락해 무사히 통과한 것.

그 검사들 입을 귀까지 벌려서 20병 모두 그 입에 콸콸 부어버리고 싶다. ㅡㅡ; 

책 읽기 전, 검찰의 부패상을 예상은 했었다.

대한민국 국민치고 검찰의 짜고 치는 고스톱과

제 가족 감싸기식 꼴사나운 가족애를 모르는 이 없을테니 말이다. 

설마 우리 검찰이 투명한 기관이며, 국민들의 수족같은 공무원이라 착각하는 이들은 없겠지..

그런데 이건 뭐..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그 이상~

 

작년 한참 떠들썩했던 스폰서 검사 사건.

검찰이 직접 검찰 내부의 썩은 부위를 파헤치겠다며, 진상규명위원회와 특검을 출범시킨다.

그들은 사건의 내막을 낱낱이 밝혀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며, 정용재에게 자세한 진술을 요청한다.

그러나 그들의 질문엔 노골적으로 제 편 감싸주기식 의도가 엿보이고,

사건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증거물을 몰래 압수하는 등.. '그 나물에 그 밥'을 잘도 실천해주신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이자 제보자, 검사들의 스폰서였던 정용재를 두둔할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다.

받는 놈이 있으면 주는 놈도 있었을 거다.

물론 그들에게 접대며 촌지를 제깍제깍 바치는 게 즐거웠을 리 없겠지만,

자신의 사업체를 그 누구의 방해없이 잭의 콩나무마냥 키우겠다고

지역 고위층 인사며, 경찰서장들, 검사들에게 씨 뿌리듯 돈을 뿌려댔으니

'그 나물에 그 밥' 엔 저자 정용재도 포함이다.

공익제보자니 뭐니 정의로운 척, 억울한 척 해봤자, 나쁜 놈은 나쁜 놈이다.

'내가 돈 대주고, 여자 대주고, 니들 똥구멍까지 닦아줬는데, 나를 구속시켜?'

라는 명명백백 보복심리가 책 전반에 걸쳐 은근히 느껴진다.

그렇다고 검찰 비리를 적극적으로 제보한 그의 용기까지 깎아내리려는 건 아니다.

그로 인해 검사들이 정용재에게 가하는 신체적, 정신적 압박은 말로 다할 수 없으며

가족에게까지 올무를 조여오고 있다니 말이다.

 

그가 고발하는 검사들의 작태는 정말 가관이다.

술 접대를 받는 건 기본이고, 성 접대, 불법적 심부름, 촌지, 부하검사들 회식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술 접대를 하는 고급 술집이 따로 있었으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대부분 성 접대를 요구한단다.

삼사십대 젊은 검사들에겐 정용재가 일부러 성 접대를 권하기도 했다고 한다.

접대 여성 뿐 아니라 모델 에이전시에서도 모델들을 단체로 검사들에게 바쳤단다.

성 접대를 위한 모델들 이동시 고속순찰대가 호위를 해 주었단다. 이게 무슨 소리?

그 당시 어청수 순찰대장이 검사들의 즐거운 밤을 위해 순찰대를 사용해주신 것~

지금 이명박이 그토록 감싸던 어청수 전 경찰청 청장 되시겠다. ㅡㅡ;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들 모두 향응, 촌지를 당연시 여긴다니..더 괘씸할 수 밖에 없다.


무소불위의 권력자, 부패의 참모습, 진상 중에 진상..

이게 대한민국 법조계의 현주소구나.

이건 비단 법조계만의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들, 행정 관리들, 대통령까지~

이해관계가 맞는 놈들끼리 썩은 얼굴은 가려주고, 쉬쉬하는~

관계가 틀어지거나, 권력욕에 방해가 되는 자가 있다면 물어뜯고 깎아내리기 바쁘다.
 

이 책을 읽고

'사회 정의 구현을 실현할 방도를 찾아야겠다' 라는 거룩한 다짐 따위 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이미 예전부터 실망했던 대한민국 1%들에게

온 국민이 날라차기 한 번씩 먹일 수 있으면~엉뚱한 생각이나 해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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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 독거노인 열두 명의 인생을 듣다
김혜원 지음, 권우성.남소연.유성호 사진 / 오마이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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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보호대상자 지원금 20만원으로 근근이 살아가거나

그도 못 받으니 폐지를 모아 몇 천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독거노인들..

평범한 시민 기자가 한 분 한 분 찾아뵈며, 그 분들의 뼈 깊은 한과 체념을 기록했다.

독거노인들의 생활은 상상했던 것 보다 열악했다. 아니, 그 이상 열악했다.

매체를 통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네, 독거 노인 실태가 어쩌네,

얼핏 보고 들으며, 얼핏 심각해했던 것과

다른 차원의 심각함, 다른 차원의 불안을 느꼈다.

쏟아지는 토막 정보를 훑듯, 건조한 마음으로 보고 듣던 독거노인들의 피폐한 생활상을

진지하게 파고들며 고민해봐야 했다.

 

그동안 허름한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시는 장애인,노인들 애처롭다 생각했는데...

월세를 전전하는 독거 노인분들에겐 그 것도 큰 호사였다.

대부분 다닥다닥 판자집들이 머리를 맞댄 좁은 골목길에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월세 반지하방에서 산다.

겨울엔 가스비가 두려워 보일러를 끄고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하여 겨울을 난다.

집에 볕이 들지 않으니 벽에는 귀신 그림자 같은 곰팡이 꽃이 피고, 위생 상태도 열악하여

피부 질환, 호흡기 질환이 잦고, 병을 키우다 중증 질환자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집세, 식비, 약값.. 하루 먹고 살기도 벅차, 몸이 아파도 병원 갈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호적상 자식이 기재되어 있어, 수급자 지정을 받기도 어렵다. 

사실 자식들이 형편상 부양할 수 없거나, 부양을 꺼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독거노인이 되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말이다.

까다로운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규정 탓에

지원이 절실한 분들은 정작 지원을 못 받고, 그보다 형편이 나은 이들이 지원을 받는 사례도 왕왕 있다고 한다.

억울하지만, 바로잡을 방법도 미비하고, 

방법이 있다해도 정규교육을 제대로 마친 분들이 드물어, 구체적인 절차를 숙지하기 어려우므로

자원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오랜 시간 매달려야 시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게..무슨..복지 정책인가.. 죽지 정책이지..없으면 죽고, 모르면 죽어라 이거지..

매월 득달같이 낚아채는 복지 관련 세금.. 정부가 어떤 식으로 운용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순간이다.

기초생활보장법의 허점을 깨달았다면 빨리 그 틈을 메우려 노력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정부는 국민들에게 온정을 베풀라는 둥, 관심을 가지라는 둥, 염치없는 호소만 할 게 아니라

허술한 복지법 개정에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현재 노령인구는 11.6%에 달하며 지금도 숨가쁘게 노령화가 진행중이다. 조만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란다.

이에 대한 대책은 과연 있는걸까?

40년후...나 역시 서글픈 노후를 맞이하게 되는 건 아닌지..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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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 개정판
야마자키 후미오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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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의사이자 이 글의 저자인 그가 존경스럽다.

병원은 병을 고치러 오는 곳이지 죽으러 오는 곳이 아니기에

죽음이 완연한 말기 암 환자에게 병원은 냉정하고 기계적인 곳이다.

호스피스에 대한 개념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일반 병원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병원은 의사, 간호사, 환자 모두의 일상이

긴박하고 쉴새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의사, 간호사들이 호스피스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고 최대한 노력해도

존엄한 임종을 맞이하도록 완벽한 배려를 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탄생을 축복하듯이 떠남도 사랑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죽음은 누구나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숭고한 의식이다.

 

그가 술회한 몇몇 일화를 보면서 내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그려보았다.

가족들의 사랑을 온전히 느끼고, 슬퍼하는 그들을 위로하며, 고요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강렬한 바람이 생겼다.

내가 맘만 먹으면 그렇게 죽을 수도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했지만,

따지고 보면 의사를 잘 만나야 가능한 일이겠다는 불안한 결론이 섰다.

지금 우리는 호스피스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을까.

시설 확충이나 연구에 대해 계획은 있을까. 절망스럽지만 없지 않을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호스피스에 대해 열려있는 의사를 만나지 않는 이상,

지금의 병원 현실과 정책으로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챙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말기 암 환자에게 병명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한다.

환자의 극복 의지를 꺾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사경을 헤매며 자신의 병명을 물을 때까지도 비밀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의사의 거짓 병명을 듣고 곧 나을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식사량은 점점 줄고 몸은 쇠약해져 간다.

병이 그들의 몸을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면서

견딜 수 없는 상실감과 무력감에 절망한다.

결국 심신이 망가지면서, 극도의 공포감과 같은 정신적 패닉 상태를 경험한다.

저자는 패닉 상태의 한 말기 암 여성을 회상한다.

그녀는 산호 호흡기를 패대기치고 집기를 부수며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라고 병명을 가르쳐 달라며 의사에게 따진다.

자신을 속여온 헛된 희망과 점점 사그라지는 생명의 신호 사이의 괴리감을

더 감당하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제발 자신의 병명을 가르쳐달라고 매달리는 환자에게 의사는 여전히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것일까?

누구의 안정을 위해서란 말인가.

그는 결국 병명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환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잠시 충격을 받았지만,

이미 예견하고 있던 일이기에 담담히 받아들이고, 패닉 상태에서 빠져나왔으며,

오롯이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고, 가족과 작별할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환자를 시작으로 그는 몇몇 환자들에게 병명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생각해보자. 과연 내가 석 달 남은 말기 암 환자라면..

병명을 숨기는 게 날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껏 살아온 날 보다 더 존중받고, 위로받아야 할 남은 생 동안

빈 껍데기 다루듯 생명 연장술만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의사들에게

내 몸과 마음을 모두 맡겨도 되는 걸까? 

 

죽을 때까지 죽을 병인 걸 모르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희망을 품고는

가족들의 사랑을 확인하지 못하고, 만족할 추억도 남기지 못한 채

 의료진은 물론 애틋한 가족들까지 의심하느라

정작 삶을 마무리 할 시간을 허비한다면?

 

살아 생전 불 같은 고통을 호소할 땐 의지를 굳건히 하고 참아야한다며

그들의 호소를 무시하고 고통을 경감할 주사는 주지 않더니,

이제 그만 숨을 거두고, 고통에서 헤어나오려는 찰나에

의사들이 심장마사지와 인공호흡 등, 불필요한 생명 연장으로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훼방놓는다면? 

 

 끔찍한 지옥을 별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건강하게 살아있는 신체와 그 동안의 시간만 존중해왔다.

이미 노인 인구 증가율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우리 나라가 점차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좋게 보면, 존엄한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인구가 증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은 시작이 절반이기도 하겠지만, 마무리가 전부이기도 하다.

더 가치있고, 더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해

호스피스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 시설 확충은 물론

호스피스의 당위성을 확고히 인식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일본은 이 책을 필두로 

 병원들이 앞다투어 호스피스 병동을 늘리고 말기 암 환자에 대한 의료체계를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도 부디 그 많은 의료보험료 까먹지만 말고

호스피스에 조금이라도 힘쓰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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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없는 무지보다 분별없는 경멸이 더 절망적이다. 무지가 단순히 불을 켜지 못하는 것이라면 경멸은 그 불을 없애 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진실을 전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명을 확신하기 위해서 동양은 서양의 이해를 기다리고 있다." 

                                              타고르의 '동양과 서양' 중에서...

 

2차 세계대전 이전 서양의 제국주의, 식민주의 팽배와 낮은 도덕성에 대해 꼬집는 타고르의 글 한부분이다.

서양은 분명 동양을 분별없이 경멸해왔다. 동양도 동양을 분별없이 경멸해왔다.

우리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자.

서양의 정복사를 세계의 근대사 전부라고 생각할만큼 편협한 방향으로 역사를 배워왔고,

동양의 역사를 나약하고 무력한 역사로 생각해왔다.

그 사실을 희미하게나마 이제 깨닫게 되었으니, 얼마나 오랜시간동안 분별없는 경멸을 저질렀던걸까.

 

이번 ASIA 문예지 20호는 '아시아는 아시아를 어떻게 고민해왔나'를 주제로,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와 안중근, 나즘 히크메트, 신경림,사다트 하산 만토, 김종광 등 

다양한 국가의 존경받는 지식인들의 글을 다채롭게 엮었다. 또 그들 문학의 해석과 가치에 대한 평도 실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아시아 울타리 속에서 아시아를 고민한건가..그렇다면 어이없고 따분할텐데..'

제목만 읽고 이렇게 대강 헤아린다면 큰 오산이다.

두 번, 세 번 거듭 읽고 싶을 만큼

의식을 깨우고 부끄러움을 주는 글, 세계 속의 아시아를 광대한 시각으로 고민한 감동적인 글들이었다.

멍청한 내 뇌를 부끄럽게 한 글은 역시 타고르의 '동양과 서양', 안중근의 '동양평화론' 이었으며,

눈물흘리며 낭독한 글은 나즘 히크메트의 '죽음을 두고'라는 시였다.

모젤이라는 소설도 여운이 남았다.

 

타고르는 아시아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동서양을 폭넓게 여행하며

서구의 지배하에 고통받던 아시아의 미래에 대하여 많은 토론과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는 글에서 자국인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먼저 지적하면서, 

서양에도 이렇듯 인간성을 저해하는 집단적 지식-도덕을 배제한 과학발전, 분별없는 경멸을 전제한 식민주의,-이 존재함을 설명한다.

그는 현대의 서양이 세계의 선생이 되어야 할 임무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하였다.

서양의 과학 덕택에 인류는 자유로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지배적, 집단적 지식은 결코 창조적이지 못함을 지적한다. 

함께 조화를 이루는 정신적인 힘이 결핍되어 있고, 인류의 위대한 인간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창조를 위한 재료들은 과학의 손에 달려 있지만, 창조적인 천재성은 인간의 정신적 이상에 달려 있다는 것..

그는 서양의 진정한 위대함은 지성의 놀라운 훈련이라기보다 인류 복지에 헌신하는 봉사정신이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서양 문명의 집단적 힘에 대해...그것은 이상이 아닌 격정이라고 규정한다. (그의 글은 놀라울 따름이다. ...)

 

아프리카와 아시아 두 대륙에서 유럽이 자행하고 있는 강압적 기생으로 인해

서양의 도덕적 본성이 점점 위축되고 타락하고 있음을 깨달으라며, 간곡히 타이르는 것이다.

'희망봉에서 카이로까지'를 인용한 부분은 내게도 충격이었다. 그들은 아프리카인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그들의 땅을 훔쳤다. 이제는 그들의 팔다리를 빼앗아야 한다...애처롭지만 이것이 역사이다."

 

진정 역사속에서 도덕은 배제의 대상이며, 도덕률이란 권력자들에게 특권을 바치기 위해 길들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타고르는 서양을 꾸짖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동양의 잘못도 정확히 나무란다.

동양은 인간적 성찰과 조화, 신의 실현 및 접촉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동양이 그동안 과학과 자연법칙에 대해 무지했던 것도 큰 문제였음을 지적하는 구절이 있다.

 

"진실은 하늘은 물론이고 보금자리도 필요한 법이며, 그 보금자리는 확실한 구조와 정확한 건축법이 필요하다. 수세기에 걸쳐서 동양은 진정한 보금자리를 만드는 일을 무시해 왔다. 그것에 대한 비밀을 배우는 일을 소홀히 했다. 길이 없는 무한 공간을 가로지르기 위해서 동양은 오로지 자신의 날개에만 의지해왔다."

 

그리고 마지막엔 동서양의 평화, 인간적인 만남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해서 하늘의 전령과 보금자리의 건설가가 결코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걸까?.."

 

그의 '비민족주의적 반식민주의'는 또 얼마나 훌륭한가? 그의 인격적인 세계관을 어떻게 칭송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타고르의 '집과 세상'이라는 소설과 당시 아시아 정세를 연결하여 해석한 김재용씨의 글을 보자.

 

"타고르는 국민국가와 이를 뒷받침하는 민족주의가 서구 근대에서 들어왔지만 그것을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민족주의는 자종족중심주의로 흐르기 쉽다는 것과, 그럴 경우 그것이 초래할 폭력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타고르가 '집과 세상'에서 내셔널리즘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 식민주의를 옹호하거나 혹은 간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근본적으로 식민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유럽의 제국주의도 비판하지만 유럽의 제국주의화의 물결에 맞서기 위하여 만들어진 내셔널리즘이 자기 자신에 대한 엄격한 성찰이 결여될 때, 순식간에 또 다른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로 전화될 수 있음을 비판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타고르의 민족주의 비판은 반 식민주의에 기초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타고르의 이 작품과 이 시기의 그의 지향을 비민족주의적 반식민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타고르는 인도가 열강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짓밟혀 신음하자 한동안 그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국주의에 맞서고자 민족의 독립을 위해 똘똘 뭉친 민족주의가 결국 자종족중심주의로 전락하면서

식민주의라는 폭력이 재생산 되었던 것이다.

일본처럼 말이다. 서구의 민족주의를 본받은 일본은 그것을 악용하여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내셔널리즘의 폭력이라는 것...

 

타고르의 시각과, 이를 고스란히 담은 문학작품은

내면,외면,개인,민족,국가..어느 한 분야에 국한하여 적용할 수 없을만큼 넓고 깊이있는 세계관을 담고 있다.

 

그의 소설 속 인물, 니킬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나는 조국을 위해 일할 각오가 돼 있소. 그러나 나는 조국보다도 훨씬 더 위대한 권리를 숭배하오. 조국을 신처럼 숭배하는 것은 조국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 된다오..."

 

 

.....나즘 히크메트의 시에 대해 평을 쓰려고 했는데..타고르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그건 나중에 블로그에 올리기로 ^^; 나즘 히크메트 꼭 꼭 읽어보길 권한다.

조국에서 추방당하며 떠돌이 삶을 살았고, 옥중에 쓴 '죽음을 두고'라는 시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가슴을 치며 읽은 시...^^:

꼭 경험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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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 - 알기 쉽게 풀어쓴 알기 쉽게 풀어쓴 동양철학 시리즈 1
왕융하오 지음, 이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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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몽아.*^^* 오늘도 봄 하늘이 파랗네. 네 숨 넘어갈 듯 깔깔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설레는구나.

허둥지둥 등교한 아침, 오늘은 선생님 말씀 잘 들을까, 밥은 잘 먹을까, 친구들과는 잘 지낼까..괜한 걱정하며 이 글을 쓴다.

우리 몽이의 열 번째 봄은 어떠하니?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어리광쟁이 아기 같던 모습은 사라지고, 제법 소년티가 나는 널 보니, 네 몸 자체가 봄이라는 생각이 든다.

봄의 약동보다 더 빛나는 우리 몽이에게 엄마가 끔찍한 말들을 늘어놓았던 걸 기억하니?

엄마는 네가 더 단단해지길 바래서 그랬던 건데.. 그게 널 얼마나 힘들게 했을지 생각해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구나.

그것도 요 며칠 노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반성한거란다. 그 전엔 엄마가 옳은거라고 철썩같이 믿었지.

 

노자는 먼 옛날 중국의 성인이란다. 그분의 이야기가 까마득한 후손들에게도 깨달음을 준다니 대단하지 않니?

노자는 아마 우리 몽이같은 사람을 아꼈던 듯 하구나. 몽이를 믿지 못했던 엄마에게 노자 할아버지가 용기를 주었어.

노자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 들어볼래?

 

"도는 영원히 이름이 없으며 진정 순박하다. 비록 숨겨져 잘 보이지 않지만 천하에 순복하지 않는자가 없다."

"강함에 용감하면 죽게 되고 부드러움에 용감하면 살게 된다."

"나는 거짓된 수단과 속임수를 반대합니다."

"큰 채워짐은 텅 빈 것과 같다."

 

어때..엄마는 읽으면서 드디어 몽이 편을 얻은 것 같아 무척 기뻤단다. 그리고 엄마가 왜 그렇게 괴로웠는지도 알았지.

사실 엄마는 용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남들이 보는 시선으로 널 보고, 남들이 들이대는 기준을 네게 강요했던 거야.

도화지처럼 마음이 하얀 우리 아들~

싸워서 이겨야 살아남고, 누군가의 마음을 짓밟아야 얻을 수 있고, 경쟁에 노련해야 칭찬받는 슬픈 세상에..

어쩌면 우리 몽이같은 아이는 멸시당할 수도,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단다.

엄마는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착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너의 행동과 말과 웃음이 맞는 것인데도...그걸 다름으로 보고 깔보는 게 싫었단다.

엄마가 네게 더 단단해지라고 한 말, 네 것은 네가 지키라고 한 말, 더 똑똑하게 처신하라고 한 말, 누가 널 괴롭히면 너도 똑같이 하라는 말...

네가 강자가 되어서 약자곁에 서라고 한 말.

모두... 정말 모두 위선적인 말이었단다. 엄마도 이미 마음 속이 까만 어른이라서, 남들처럼 까만 말만 늘어놓은 거란다.

세상이 쓸모없다고 생각한 우리 몽이의 순수함, 맑은 호의, 양보..바로 네가 맞는 거란다. 네가 용기있는 거란다.

노자 할아버지가 증명해 주고 있잖니? 한번 들어보렴.

 

"깊고 큰 덕을 가진 사람은 갓 태어난 갓난아기에 비할 수 있다. 벌과 전갈, 독사도 그를 물 수 없으며 흉조와 맹수도 그를 넘어뜨릴 수 없다.

그는 뼈가 약하고 근육은 부드러우나 손아귀 힘이 강해 꽉 붙들 수 있다. 그는 아직 인간사를 잘 모르지만 작은 고추를 곧추세울 수 있다.

정기가 충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온종일 울지만 목이 쉬지도 않는다. 원기가 순박하고 온화하기 때문이다.."
"내게는 보배 셋이 있어 이를 잘 간직하고 지킨다. 첫째는 자애이며, 둘째는 검소, 셋째는 천하 사람들의 앞자리에 처하지 않는 것이다.

자애롭기 때문에 용감할 수 있으며, 검소하기 때문에 넉넉하고 여유로울 수 있다. 천하 사람들의 앞자리에 처하지 않기 때문에 만물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

지금 시대는 자애는 버리고 용감하기만 하며, 검소는 버리고 크고 넉넉하기만 하며, 양보는 버리고 경쟁만 하니 죽음을 향해 가고 있구나."

 우리가 노자 말대로 행동하면 사람들이 어수룩한 바보라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르지. 노자도 당시엔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던 모양이야.
그분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소극적으로만 보였기 때문이지. 게다가 현실과 동떨어지고, 실천하기 힘든 말만 늘어놓으니 반박하는 이도 많았단다.

단순한 것, 본연의 것, 진정한 것으로 되돌아가려고 노력했던 노자가 어떻게 느껴지니. 엄마는 왜 자꾸 네 모습이 떠오르는지..*^^* 엄마 몹시 팔불출이구나 ㅎㅎ

 

쉽게 양보하고, 이것저것 잘 퍼주는 네가~ 어수룩한 게 아니란다.

네 몸을 지키라며, 싸움연습을 시킬 때마다 괴로워했던 네가~ 나약한 게 아니란다.

널 괴롭히는 친구가 밉지 않다는 네가~ 멍청한 게 아니란다.

TV에 약한 전투 장면만 나와도 고개를 돌리며 싫다고 하는 네가~용기 없는 게 아니란다.

저런 걸 봐야 싸움도 할 줄 알고, 대장이 되는 거라고 말하는 아빠가~틀린 거야.



착한 너를 나약하다고 비난하는 아빠 엄마가 틀린 거야.

싸움연습을 할 때마다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다며 우는 네가 옳은 거란다. 

 

그동안 그런 너를 지지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너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오히려 네 하얀 도화지를 까만 크레파스로 힘껏 칠하라고, 더 다그치고 더 화내서 미안하다.

이젠, 엄마도 용기내마. 어른이 되어서도 그 예쁜 마음 변하지 않도록 지켜야지.^^ 

 

 더 단단해지지 말고 더 부드러워지자.

 네 것을 지키려말고 지금처럼 나눠주자.

 교활한 똑똑이말고 순수한 바보가 되자.

세상이 말하는 강자가 되지 말고, 현자가 되어, 약자 곁에 서자. 

네가 옳은 일이라 생각한 건 꼭 옳은 일일테니 주저하지 말고 행동하자꾸나.

 

노자 말대로 내면의 길은 외부의 길보다 더 멀단다. 이미 그걸 체득하고 있을지 모를 우리 몽아~*^^*

앞으론 너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줄테니, 세상에 부딪히면 네 곁에서 함께 부서질테니 용기내자꾸나.^^

사랑한다 우리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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