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 - 뉴 블랙 호러 앤솔러지
N. K. 제미신 외 지음, 조던 필 엮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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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포, 호러, 스릴러 장르의 단편 19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흑인 창작자가 쓴 이야기로,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된 색채가 녹아 있어 독특하면서도 국적을 뛰어넘는 섬뜩함을 지닌다. 아프리카, 아이티, 토속 신앙, 외계인, 인어, SF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19편이나 되다 보니 “재밌어서 인상 깊은 작품”, “분명 기분 나쁜데 계속 떠오르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점멸>이다.
주인공 카마라는 종종 몇 초간 시야가 어둠으로 뒤덮인 경험을 하게 된다. 안경사인 오빠에게 점검을 하러 가서 이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친구들과 피크닉을 하기위해 공원으로 향한다. 공원에 있는 친구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향해 가는 순간 또다시 블랙아웃이 일어난다. 몇 초간의 현상이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길게 느껴진다. 어둠이 사라지고 난 뒤의 세상은 혼란과 비명이 난무하고 오빠의 사무실은 사라져있다. 오빠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절망 속에 빠져 있는 카마라에게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세세한 환경 묘사가 없었음에도 눈앞에 그려지는 듯 했고 상실, 공포, 혼돈이 피부로 와닿았다. 이야기가 짧은 단편이라 아쉬웠다. 이야기가 더 이어졌다면, 보이지 않고 기이한 현상으로 인한 공포가 더 짙게 표현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른 문화권의 소설을 읽다 보면, 환경은 달라도 감정과 생각이 맞닿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의 19편이 모두 그랬다. 흑인이기에, 여성으로서, 혹은 소수자로서 겪는 아픔과 외로움, 억울함,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래서 더 낯설면서도 동시에 익숙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덮고 나니, 단순한 공포를 넘어 우리가 외면해 온 감정들이 더 오래 남았다. 그래서인지 이 작가들의 다른 이야기도 더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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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를 넘어 - 칼 세이건 이후 우주와 인간의 새로운 이야기
세라 알람 말릭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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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주를 알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과거에는 우주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그리고 과학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역사와 함께 풀어내며 인간의 지식 체계가 변화해 온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지식과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 나아가 미래에 대한 가능성까지 다루며 인간의 끝없는 지적 호기심을 느낄 수 있다.


역사와 과학 기술 이야기는 자칫 흥미를 잃기 쉬운 소재다. 너무 쉬우면 남는 것이 없고, 너무 어려우면 읽기를 포기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필요한 내용만 적절히 담아,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부담 없이 이해하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책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될 것인지 알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거대한 우주 속 지구라는 행성 안의 인간이라는 존재는 먼지보다 작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주만큼이나 넓은 지적 세계를 가지고 있고, 그 거대한 비밀을 알고자 한다.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과거와 현재는 찰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물리적인 우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지라도, 인간이 쌓아온 지식과 이해는 분명히 달라졌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앞으로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는 방식 역시 계속 바뀔 것임을 보여준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우주를 어디까지 이해하게 될까.


저 머나먼 우주와 별을 조금 더 알고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 책으로 꼽는 <코스모스> 이후의 우주 이야기를 담고 있어, 최신 우주 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잘 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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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만들기 - 성형외과의의 탄생
린지 피츠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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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수술이 ‘아름다움’이 아니라 ‘존엄’을 되찾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기록.


이 책은 제 1차 세계 대전 당시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병사들의 얼굴을 재건하는 데 힘쓴 의사 해럴드 길리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외과 의사인 그가 어떻게 성형 수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성형 외과의 기초를 만들어 나갔는지를 전쟁의 역사와 함께 생생하게 보여준다. 길리스의 이야기와 전쟁 당시의 역사적 사건이 생생하게 기술되어 있어 마치 그 시간 속에 있는 듯 하다. 


역사서나 전기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면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배우고, 실험하고, 개선해 나갔던 길리스의 집요함과 헌신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린지 피츠해리스는 길리스를 영웅으로 그리고 있지 않는다. 편지, 일지, 기록 등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그를 다각도로 볼 수 있게 한다. 덕분에 한 명의 의사이자 한 명의 인간으로서 볼 수 있었다.


전쟁으로 얼굴을 잃은 병사들이 겪어야 했던 현실은 참혹했다. 그들은 단순히 신체적 상처뿐 아니라, 사회로부터의 고립과 상실감까지 겪어야 했다. 전쟁으로 인한 부상이었어도 외모가 손실된 채 살아가는 이들의 처우가 좋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이런 이유로 성형 수술이 발달하고 얼굴을 재건한 뒤에 다시 전쟁에 파견되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다. 성형수술이 발달되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웠다면 좋았을텐데. 

전쟁 통에 직접 근무하며 얼굴 재건 의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길리스는 여러 의료진과 미적인 요소를 담당하는 전문가를 구성한다. 외과 의사, 내과 의사, 치과 의사, 화가, 조각가, 사진가 등. 얼굴을 재건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어디든 쫓아가서 직접 배우고자 한다. 


여기 저기서 폭탄이 떨어지고 시체의 악취가 진동하는 전쟁 속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것도, 이름 난 의사가 되고자 하는 것도 아니라, 눈 앞에 있는 환자를 살리고 그들의 삶을 회복시키겠다는 의사의 소명감이 느껴졌다.


오늘날 성형 수술은 흔히 미용을 위한 선택으로 여겨지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것의 출발점이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성형 수술이 언제, 왜 시작되었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또, 전쟁 속에서도 인간을 살리기 위해 헌신했던 한 의사의 이야기를 통해 의학의 본질과 인간의 존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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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동물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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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한 명제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동물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리 단순한 정의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저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인간은 동물이라는 오랫동안 받아들여온 이 정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인간은 무엇이고 동물은 무엇인지, 그렇다면 인간을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리를 펼쳐나간다. 우리는 인간은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과 우리는 구분되어 있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기도 하다. 우리는 고등한 존재이며,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인식하고 생각할 줄 아는 특별한 존재이기에 자연과 구별하여 이해한다. 생존하고 살아남는 것만이 목적인 동물들과 달리, 우리는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고찰하는 존재이다. 이런 기저에 깔린 생각들이 인간을 자연과 분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인간을 자연에서 분리된 존재로 다루지 않고, 자연 현상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1장에서는 동물과 우리를 구분하는 여러 학파들의 주장과 인간의 특성을 이해한다. 여러 주장과 이론들이 나의 생각이 여러번 뒤엎어지는 경험을 하게 한다. 2장에서는 인간의 특징 중 하나인 삶에 대한 고찰을 이어간다. 인간에게 삶의 의미와 자신을 인식하는 것, 자연 속에서 이 것은 어떤 위치에 존재하는지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우주, 의식, 과학 등의 자연의 확장을 다룬다. 자연과학의 여러 맹점을 앞에서 다루었지만 과학의 성과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학의 한계를 알고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 아니며 그 속에 살아가면서 겸손함과 부족함을 끊임없이 인식해야 한다.


솔직히 쉬운 책은 아니다. 몇 번을 읽고 몇 번을 앞으로 되돌아갔는지 모른다. 하지만 여러 과학적 논의를 읽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오만함과 책임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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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 - 우리 삶에 사랑과 연결 그리고 관계가 필요한 뇌과학적 이유
벤 라인 지음, 고현석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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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친구가 필요할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무리 생활을 해서 인간은 동물의 왕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채집과 수렵으로 살았던 먼 과거부터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한 발전은 했지만, 여전이 무리로 살고 있다. 이런 조직 생활이 뇌와도 관련이 있다면?


이 책은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고 관계를 맺는 것을 뇌과학적으로 분석한다. 타인과 연결맺는 것이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하고 현재의 문제점을 함께 이야기한다.


이 책은 불편한 진실 세 가지를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1. 우리는 분열된 세상에 살고 있다.

2. 분열은 뇌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3. 뇌는 사람들을 갈라놓을 수 있는 내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


각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 하며, 고립을 만들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한다. 뇌 건강을 위해 타인과의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하며, 동물을 통해 상호작용을 배우고 타인과 건강한 교류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sns와 전염병을 거치며 우리는 이제 물리적으로 만나지 않아도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시간과 같은 비용을 아끼고 동시에 수많은 연결을 맺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뇌는 점점 고립되고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런 문제점이 단순이 우리 기분만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뇌를 망가뜨리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는 점점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던가? 하다못해 가까운 이웃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다. 타인과의 접점이 줄어드니 불신만 들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나와 같은 내향인이라면 더더욱 공감할 것이다. 흉흉해 보이는 사회적 분위기도 대화가 소멸되는 현상의 결과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타인과의 연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서로를 필요로 하고 관계를 맺는 것. 온라인이 아니라 타인과의 물리적 연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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