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신 - 전래된 한국의 미의식
강병우 외 지음 / 히스테리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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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 오컬트, 무속, 신, 종교와 같은 소재들이 다양한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한때 무겁게 여겨지거나 일부 사람들의 영역으로만 인식되던 세계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신을 믿지 않는다는 사람이 타로를 보고, 새해가 되면 사주 풀이를 한다. 힘든 일이 반복되면 무당을 찾아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매주 절이나 성당, 교회를 찾는다.

저마다 믿는 대상과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신이나 오컬트적인 세계를 믿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믿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에는 늘 호기심을 느낀다. 특히 한국에서는 종교뿐 아니라 무속과 민간 신앙, 오래된 풍습과 의례 등 삶의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신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숨은 신』은 10명의 예술가와 연구자가 ‘신’이라는 한 글자에서 출발해 다섯 가지 서로 다른 의미와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종교나 무속의 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3·1운동과 여성, 가족, 어린이 등의 이야기를 통해 신이 사라진 자리를 살펴보기도 하고, 한국 사회의 ‘한’이라는 정서와 슬픔, 애도의 방식까지 들여다본다.

처음에는 ‘한국의 신’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무속이나 오컬트적인 이야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책이 보여주는 신의 모습은 예상보다 훨씬 넓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한국이라는 사회의 특수성 속에 숨어 있는 신의 흔적을 찾아가다 보면, 결국 신을 통해 한국 사회의 구조와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의 자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과거에는 신의 영역에 속했던 것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역사와 사회, 예술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신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문화와 감정에도 오랜 시간 축적된 믿음과 역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예상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는 장도 많았다. 오히려 그래서 흥미로웠다. ‘신’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따라갔을 뿐인데 한국의 역사와 사회, 문화의 여러 이면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낯선 개념과 복잡한 사유 때문에 난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한 번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글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복잡한 사유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몇몇 고정된 이미지를 깨뜨릴 수 있었다. 신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를 넘어, 인간은 무엇을 믿으며 살아왔고 그 믿음은 사회와 문화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숨은 신』이 찾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믿음의 흔적’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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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바꾸는 법 - 기억 조작의 최전선, 과거를 바꾸려는 한 신경과학자의 이야기
스티브 라미레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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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발전과 함께 더욱 주목받는 분야는 뇌과학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과학 기술, 의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인간의 뇌에 대해 밝혀진 것은 많지 않다. 우리의 기억은 어디에, 어떻게 저장되어 있을까? 이 비밀을 알아낸다면 언젠가는 기억을 지우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SF적인 상상을 해보게 된다.

이 책의 소개를 처음 읽었을 때도 '이게 정말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 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기억을 바꿀 수 있다니, 영화나 소설에서나 보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신경과학자 스티브 라미레스가 동료 연구자 쉬 류와 함께 기억을 연구했던 여정을 담은 책이다. 두 사람은 2012년 쥐의 뇌에서 특정 기억과 관련된 신경세포를 찾아내고, 공포 기억을 인위적으로 되살리는 실험에 성공했다. 

책의 1부에서는 이러한 연구가 가능하기까지 이어져 온 신경과학의 발전과 두 사람의 연구 과정을 다루고, 2부에서는 기억이 우리의 삶과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한다.

'신경과학, 기억, 연구'라는 키워드만 보고 정통 과학서를 예상했다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  과학 기술에 대한 설명만큼이나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구 과정이 책 전반에 깊숙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료 과학자 쉬 류를 향한 신뢰와 존경, 두 사람의 우정이 인상 깊었는데 그들의 연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구실의 에피소드를 따라 가다 보니 내가 대학원생이 된 듯한 묘한 간접 경험을 하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책에서 ‘기억’은 단순한 연구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기억은 우리가 누구인지 설명하는 일부이면서, 현재의 나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 역시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상실을 경험하며 자신의 기억을 다시 들여다본다. 과학자의 연구와 한 인간의 삶이 ‘기억’이라는 하나의 주제 안에서 만나는 지점이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신경과학의 힘으로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거나 다른 감정으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트라우마와 우울,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 온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기억을 바꾼 뒤에도 나는 여전히 같은 사람일까?

책을 읽을수록 이런 질문이 반복해서 떠올랐다. 기억은 완벽하게 저장된 과거가 아니라 떠올릴 때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흔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억의 불완전함은 단순한 결함이 아니라 우리가 과거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아픈 기억을 완전히 지우는 대신 새로운 감정을 덧입혀 조금 덜 아픈 기억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나도 기꺼이 내 기억을 바꾸고 싶을까.

아직은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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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도쿄 - 개정증보판
임진아 지음 / 유유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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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새로운 곳에 가 보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돌이켜 보면 무거운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도피하듯 떠난 여행이 더 많았다. 평소라면 선택하지 않았던 순간들을 마주하는 것도 즐거웠고, 이방인이라는 자유 속에 몸을 던지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한편에는 늘 찜찜함과 묘한 불안이 남이 있었다. 현실로 돌아갈 날이 다가올수록 그 마음은 커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허무함이 나를 짓눌렀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려는 효율성을 따지는 한국인의 여행 방식과도 어쩌면 맞닿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게 여행은 쉼표이면서도 느낌표이고, 동시에 말줄임표였다. 그러다 문득 다른 사람은 여행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하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가 보지 못한 여행지의 풍경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다면, 여행 자체를 조금 더 오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이 책을 펼쳤다.


일본에는 여러 번 다녀왔지만, 도쿄에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서울에 살면서 대도시가 주는 피로감에 자연스럽게 사람 많은 곳은 선택지에서 제외되었다. 내게 도쿄는 그저 '사람 많은 대도시'라는 인상만 있을 뿐인 이 곳을 저자는 어떻게 느꼈을까. 

이 책은 도쿄의 상점과 카페, 식당, 미술관, 박물관, 책방 등을 둘러보며 그곳에서의 시간을 기록한 여행기다. 2016년에 쓰인 책을 새롭게 개정했다. 마치 저자와 함께 걸으며 장소를 소개 받듯이 뚜벅뚜벅 걸어다니는 여행기는 빠르게 휙휙 넘어가는 것이 아닌, 시간을 들여 천천히 그 곳을 음미하게 한다.


저자의 솔직하고 생생한 기록은 쉽게 그 장소를 떠올리게 했다. 가 본 적도 없는 장소를 내 마음대로 상상하고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웠다. 귀여운 일러스트를 보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이 곳에는 어떤 이야기가 얽혀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겨났다. 상점에선 분명 이것저것 사느라 탕진했을 것 같고, 카페나 식당에선 나는 어떤 메뉴를 골랐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떠나기 전 소소한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나라면 지나쳤을 장소들까지 저자의 시선을 통해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내부는 이런 분위기구나', '다음에 도쿄에 간다면 나도 한번 들러 볼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즐거움만 가득찬 것이 완벽한 여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슬프거나 울적할 때 그 공간이 주는 위로와 전환은 결코 여행을 망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유명한 장소를 많이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취향이 담긴 곳을 느껴보는 것. 그 공간이 내게 주는 느낌을 음미하는 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와 숏폼으로 여행 정보를 빠르게 소비하는 시대지만, 텍스트와 그림으로 만난 도쿄는 오히려 더 오래 머물게 했다. 영상에서는 단 몇 분 비쳐졌을 일상이 이 책에서는 더 살아있고 내밀하게 장소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사랑한 도시를 함께 걸어보는 경험으로 느껴졌다. 언젠가 도쿄에 가게 된다면, 이 책에서 만난 장소들을 하나씩 찾아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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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살인사건 - 약이 독이 되는 위험한 화학의 역사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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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약이 독으로 사용되어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례들을 통해, 약과 독의 경계가 얼마나 아슬아슬한지 보여준다.


한때 유명 연예인의 불법 약물 사용이 뉴스를 가득 채운 적이 있었다. 그전까지는 불법 약물 문제가 외국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한국인이 해외에서 약물을 접하는 경우까지 포함)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어떤 약물은 사람을 치료하고, 어떤 약물은 사람을 파괴한다. 그렇다면 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위험한 약물은 무조건 독으로 작용한다면, 그것은 약이 아니라 무기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약이 독이 되어 죽은 사람들에 대해 다루며 이런 질문에 대해 답을 해준다.


책을 읽으며 마약, 멀미약, 비타민, 농약 등 일상 속에 생각보다 많은 의약품이 노출되어 있었다. 인간의 편리와 질병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약들이,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의료/과학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 안전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범죄와 관련된 사건들 속에 의료인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도 씁쓸하게 다가왔다.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조차 약물을 통해 범죄에 연루되기도 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병원과 약을 얼마나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우리는 약품을 사용하는 순간마다 약과 독 사이를 외줄타기 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생명과 죽음이 맞닿아 있듯, 약과 독 역시 종이 한 장 차이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의 몸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며, 특정 화학 물질이 몸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완전히 밝혀진 것도 많지 않다. 그래서 일반인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권장 섭취량을 지키고 전문가의 복약 지시를 따르며, 나와 타인에게 해를 가할 수 있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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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일본 호러 걸작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임희선 옮김 / 책세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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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무서운 이야기는 없고 여성혐오 범벅의 일본 옛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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