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도쿄 - 개정증보판
임진아 지음 / 유유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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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새로운 곳에 가 보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돌이켜 보면 무거운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도피하듯 떠난 여행이 더 많았다. 평소라면 선택하지 않았던 순간들을 마주하는 것도 즐거웠고, 이방인이라는 자유 속에 몸을 던지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한편에는 늘 찜찜함과 묘한 불안이 남이 있었다. 현실로 돌아갈 날이 다가올수록 그 마음은 커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허무함이 나를 짓눌렀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려는 효율성을 따지는 한국인의 여행 방식과도 어쩌면 맞닿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게 여행은 쉼표이면서도 느낌표이고, 동시에 말줄임표였다. 그러다 문득 다른 사람은 여행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하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가 보지 못한 여행지의 풍경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다면, 여행 자체를 조금 더 오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이 책을 펼쳤다.


일본에는 여러 번 다녀왔지만, 도쿄에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서울에 살면서 대도시가 주는 피로감에 자연스럽게 사람 많은 곳은 선택지에서 제외되었다. 내게 도쿄는 그저 '사람 많은 대도시'라는 인상만 있을 뿐인 이 곳을 저자는 어떻게 느꼈을까. 

이 책은 도쿄의 상점과 카페, 식당, 미술관, 박물관, 책방 등을 둘러보며 그곳에서의 시간을 기록한 여행기다. 2016년에 쓰인 책을 새롭게 개정했다. 마치 저자와 함께 걸으며 장소를 소개 받듯이 뚜벅뚜벅 걸어다니는 여행기는 빠르게 휙휙 넘어가는 것이 아닌, 시간을 들여 천천히 그 곳을 음미하게 한다.


저자의 솔직하고 생생한 기록은 쉽게 그 장소를 떠올리게 했다. 가 본 적도 없는 장소를 내 마음대로 상상하고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웠다. 귀여운 일러스트를 보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이 곳에는 어떤 이야기가 얽혀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겨났다. 상점에선 분명 이것저것 사느라 탕진했을 것 같고, 카페나 식당에선 나는 어떤 메뉴를 골랐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떠나기 전 소소한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나라면 지나쳤을 장소들까지 저자의 시선을 통해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내부는 이런 분위기구나', '다음에 도쿄에 간다면 나도 한번 들러 볼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즐거움만 가득찬 것이 완벽한 여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슬프거나 울적할 때 그 공간이 주는 위로와 전환은 결코 여행을 망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유명한 장소를 많이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취향이 담긴 곳을 느껴보는 것. 그 공간이 내게 주는 느낌을 음미하는 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와 숏폼으로 여행 정보를 빠르게 소비하는 시대지만, 텍스트와 그림으로 만난 도쿄는 오히려 더 오래 머물게 했다. 영상에서는 단 몇 분 비쳐졌을 일상이 이 책에서는 더 살아있고 내밀하게 장소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사랑한 도시를 함께 걸어보는 경험으로 느껴졌다. 언젠가 도쿄에 가게 된다면, 이 책에서 만난 장소들을 하나씩 찾아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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