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바꾸는 법 - 기억 조작의 최전선, 과거를 바꾸려는 한 신경과학자의 이야기
스티브 라미레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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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발전과 함께 더욱 주목받는 분야는 뇌과학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과학 기술, 의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인간의 뇌에 대해 밝혀진 것은 많지 않다. 우리의 기억은 어디에, 어떻게 저장되어 있을까? 이 비밀을 알아낸다면 언젠가는 기억을 지우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SF적인 상상을 해보게 된다.

이 책의 소개를 처음 읽었을 때도 '이게 정말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 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기억을 바꿀 수 있다니, 영화나 소설에서나 보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신경과학자 스티브 라미레스가 동료 연구자 쉬 류와 함께 기억을 연구했던 여정을 담은 책이다. 두 사람은 2012년 쥐의 뇌에서 특정 기억과 관련된 신경세포를 찾아내고, 공포 기억을 인위적으로 되살리는 실험에 성공했다. 

책의 1부에서는 이러한 연구가 가능하기까지 이어져 온 신경과학의 발전과 두 사람의 연구 과정을 다루고, 2부에서는 기억이 우리의 삶과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한다.

'신경과학, 기억, 연구'라는 키워드만 보고 정통 과학서를 예상했다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  과학 기술에 대한 설명만큼이나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구 과정이 책 전반에 깊숙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료 과학자 쉬 류를 향한 신뢰와 존경, 두 사람의 우정이 인상 깊었는데 그들의 연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구실의 에피소드를 따라 가다 보니 내가 대학원생이 된 듯한 묘한 간접 경험을 하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책에서 ‘기억’은 단순한 연구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기억은 우리가 누구인지 설명하는 일부이면서, 현재의 나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 역시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상실을 경험하며 자신의 기억을 다시 들여다본다. 과학자의 연구와 한 인간의 삶이 ‘기억’이라는 하나의 주제 안에서 만나는 지점이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신경과학의 힘으로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거나 다른 감정으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트라우마와 우울,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 온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기억을 바꾼 뒤에도 나는 여전히 같은 사람일까?

책을 읽을수록 이런 질문이 반복해서 떠올랐다. 기억은 완벽하게 저장된 과거가 아니라 떠올릴 때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흔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억의 불완전함은 단순한 결함이 아니라 우리가 과거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아픈 기억을 완전히 지우는 대신 새로운 감정을 덧입혀 조금 덜 아픈 기억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나도 기꺼이 내 기억을 바꾸고 싶을까.

아직은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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