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부제의 말 그대로 소설을 소개하면서 소설의 배경에서 찾을 수 있는 역사, 종교, 문화 등 다양한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책이다.죄와벌,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등 알고 있지만 읽지 않은 소설과 마담 모바리처럼 처음 들어보는 책이 대다수였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설을 이미 읽어보았다면 느끼는 바가 더 컸을 것 같아 아쉽다. 그럼에도 저자가 소개해 주는 책과 문화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평소라면 읽어보려고 시도하지도 않았을 책들을 찾아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미 읽어본 사람에게는 다각도로 소설을 즐길 수 있을 것이고 나처럼 독서편식이 있거나 책을 읽다가 어려워서 중도하차한 사람들에게는 독서의 길을 더 넓혀줄 듯 하다.역사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솔직히 지루해서 읽다가 넘긴 부분도 있는데 한 꼭지씩 다른 책을 다루고 한 꼭지 내에서도 여러 소주제가 있는 형식이라 내 마음대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책을 읽고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좋아하게 만드는 책이다.책의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대부분 이게 과학적으로 확인이 가능한가?싶은 주제이다. 읽다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에서 출발해서 많은 과학적 근거와 작가의 드립이 어울어져 끝에는 그랬구나 로 끝난다.실생활에서 쓸모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깊이도 얕다. 하지만 너무 사소해서, 터무니 없어 궁금했지만 이유를 물을 수 없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그리고 무작정 시험에 나오는 것들을 외우고 계산하고 언제 어떻게 쓰는 지 모를 과학을 배웠던 입장에서 친근하게 과학을 받아들일 수 있고 이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상상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증명이 상상을 헤칠 수 있기에 사실을 아는 것이 좋지 않을 수 있겠다. (나는 슈퍼히어로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과학 찍먹하기에 탁월한 책이다.과학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니.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로 책은 시작된다. 이 문장으로 화자가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 지 짐작할 수 있다. 주인공은 다행히 전당포에서도 버려지지 않고 전당포 주인인 할머니와 그녀의 딸과 아들의 손에서 자라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소설이다.나는 평소 국내소설을 잘 읽지 않아서 오랜만에 읽는 국내 소설이었다. 본인이 돈과 함께 맞바꾸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떨 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돈이 왔다갔다하는 “전당포”와 “카지노”라는 장소에서 자라게 된 화자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떨까 하는 의문에서 책 읽기가 시작되었다. 결론적으로는 재미있었고 파란만장한 모험을 떠나거나 기상천외한 일이 발생하는 소설은 아니지만 사람냄새가 나는 책이었다.✅ 어린 화자인 ‘나’의 시선으로 돈으로 얽히고 얽힌 카지노와 어른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어 어른들의 탐욕스럽고 속물적인 모습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빠져 읽게 되는 요인이 되었다.✅ 살아있는 표현과 입체적인 인물들- 화자를 중심으로 할머니, 엄마, 삼촌, 무당 할아버지 등등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데 각자의 성격이 뚜렷하고 그들의 과거가 나오면 나올수록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 마음에 와닿는 말- 이 책은 화자의 특수한 상황과 주변 인물들의 사건들 때문에 재미있기도 하지만 인물들의 말에 머물게 된다.
한국에서 살다보면 여성으로 살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화장도 해야하고 우락부락한 근육없이 마른 몸매에 공부는 잘해야 하지만 남자들을 이겨먹으려 들지 않는 “조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남자들에게는 갖다 대지 않는 이 잣대를 여자들에게는 나노단위로 갖다댄다. 이제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자들이 성 불평등을 외치자 한국 사회에서는 역차별이니 뭐니하면서 여성혐오를 쉬지 않는다. 이럴수록 우리는 무엇이 잘못되어있고 왜 잘못된 것인지 알아야 하는데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남동생을 가진 저자에게 부모노릇을 강요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여자는 부엌에서 일을 시키고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큰일 나는 것처럼 보기도 한다. 이는 나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었고 어렸을 적 나는 억울하다는 감정만 있을 뿐 아무런 저항없이 수긍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제야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하고 가부장적인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지만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이 잘못되었는 지 찾고 반박할 근거를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책에서는 이런 빻은 상황과 부조리한 사회현상을 꼬집고 왜 잘못되었는 지 쉽게 그림으로 설명한다. 후루룩 읽히지만 머리에 강하게 자리잡힌다. 또 저자의 뼈때리는 내용도 좋았지만 중간 중간의 여성들의 연대의 말들이 정말 정말 정말 좋았다. 지하철에서 읽다가 혼자가 아닌 느낌을 받아 울컥했다. 나는 또 다시 자기 감열의 시간이 찾아 오고 나의 행동과 가치에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이 책을 꺼내 읽으며 나와 연대하고 있는 이들을 느끼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 있는 것에 힘을 얻을 것이다.
이 책은 한 은행에서 저마다의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회사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단편 연작 소설이다. 각 꼭지 마다 화자는 이전 꼭지에 등장했던 인물이라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그래서 따로 따로 읽을 순 없지만 마치 도미노처럼 착착착 흘러가기 때문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각 단편의 화자인 회사원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승진, 성공, 출세 등을 바라보며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이 직장인으로서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15년 전에 쓰여진 소설이라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그래서 첫 꼭지부터 꼰대스러운 모습에 참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공감가는 부분이 있는 것을 보면 국적을 떠나서 시대가 발전하지만 그 속에 있는 우리들의 상황이나 분위기는 그다지 성장하지 않는 것 같아 씁쓸했다. 이 책은 너무나 현실감있고 생생하게 작성되어서 화자들이 질타를 받으면 같이 기분이 나빠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응원하게 되고, 일이 잘 풀리면 축하하는 마음이 들어 감정이 롤러코스터같이 왔다갔다해서 지쳤다. 이렇게만 보면 단순히 에세이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특징이 각 인물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각 인물들의 근처에 있는듯 없는 듯 했던 니시키대리의 실종은 이렇게 이해한 인물들을 의심하고 사건의 진상을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의 반전까지 단숨에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