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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 진짜와 허상에 관하여
에밀리 부틀 지음, 이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오염된 진정성을 다루고 있다. 셀럽, 예술, 제품(브랜드), 정체성, 순수성, 고백이라는 주제를 두고 진정성의 모순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한다.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언뜻 보기에 진실과도 맞닿아있고 순수함을 떠올리기도 한다. 최근 연예계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사건만 보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진실과 당사자들의 진정성을 찾기 위해 마이크를 들이댔다. 그렇다고 대중의 눈을 피한 사생활에 대한 저마다의 입장 표명이 얼마나 진실되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끊임없는 진실성 추구는 진실에 가까워지는 걸까? 연예인을 보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진정성 추구는 우리에게 중요한 일인 것처럼 보인다. 모닝 페이지, 미니멀리즘, 미라클 모닝 등....'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움직인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진실'에 다가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 유행했던 연애, 육아, 생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대본이 있다는 이유로 크게 논란되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외부에 보이는 것에서는 결국 진정성이란 없고 진정성이란 잣대를 들이댈수록 잣대를 든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 꾸며 보여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문제나 사회적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SNS에서 자기 노출이 당연해진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 셀럽과 인플루언서를 선망하지만, 그들에게서 진정성을 요구할 수 없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스스로에게도 진정성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학습된 것인지 어떻게 알 것인가. 미니멀리즘, 인스타그램의 과시용 사진, vlog 등등 이 뒷면에 기업의 손길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들은 막연히 느끼기만 할 뿐이었는데 활자로 읽으니 명확해졌다. 진정성 문화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진실과 멀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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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이 책에 소개된 예시가 다른 문화권이라 와 닿지 않은 부분이 많았고, 문제를 제기하기만 할 뿐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내 속에서 되풀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