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단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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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사람이 사랑했던 이야기이고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무덤 훼손이라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아들의 무덤이 훼손되었다는 신고를 받은 경감은 조사하던 중 범인을 잡고 심문한다. 
주인공 헨리가 학업과 취업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친구의 요트를 빌려 타다가 배가 뒤집히는 사건을 겪게 된다. 그 때 배리가 헨리를 구해주면서 두 사람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그 후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푹 빠지게 된다. 의미심장한 약속을 강요한 배리는 죽고 헨리는 그와의 약속을 위해 그의 무덤에서 춤을 춘다.

헨리의 이야기와 이 이야기를 배제한 사건으로 보는 외부적 시선이 뒤 섞이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외부 사람들은 헨리를 이상하게 생각한다. 자기 아들을 망친 사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미래를 보지 않고 있는 사람. 어른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 보고 있을 경우가 많다. 자신의 그릇이 전부이고 그 정도만 느끼는 어른. 그와 반대로 헨리는 자신의 존재를 크게 생각하고 모든 감정을 예민하게 느낀다. 사사로운 것도 사사롭지 않다고 느끼고 자신이 몰랐던 부분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자극에 놀라워한다. 그래서 배리와의 사랑이 불꽃처럼 뜨겁고 반짝였고 죽음을 감내하는 과정은 새카만 회오리 속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을 느끼며 헨리는 성장한다. 

사랑, 상실, 실패.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나의 반짝였던 시기를 떠올렸다. 영원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은 찰나였고 잠깐 지나갈 감정은 무뎌질지라도 마음에 깊이 남는다. 상실로 인한 이별은 관계에 관한 모든 것을 나에게서 찾게 되고 대답 없는 질문을 무수히 반복하면서 상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뜨거운 여름, 바다, 격렬한 사랑, 슬픈 이별. 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

꽉 꽉 닫힌 해피엔딩을 좋아해서 그런지 슬프고 방황하는 헨리의 감정에 몰입하게 되었다. 영화보고 책 읽으면 더 재밌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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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 - 이야기의 기술
에이미 존스 지음, 안지아 옮김 / 드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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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 이야기를 내용보다 구조를 알고 싶은 사람
- 내가 쓴 글이 빈약해 보이는 데 문제를 모르는 사람
- 잘 쓴 이야기를 구조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작가 지망생이 있다면 쓰고자 하는 내용이 어느 정도 정해졌을 때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 해야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설명하는 방법론을 담았다. 고전 문학, 영화를 예시로 들어 이론과 쓰임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한다. (스포주의)
이야기의 성격에 따라 구조를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등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 나간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어려움을 가진 사람보다는 쓰고 싶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더 적합하다. 전자의 경우에는 구조에 갇혀서 이야기를 표출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짧고 명료하다는 것이다. 크지 않은 판본에 얇아서 언제든지 들고 다닐 수 있다. 내용은 페이지마다 표시를 하고 싶을 만큼 중요한 액기스만 담았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 구조를 보는 눈이 생긴다. 잘 짜인 이야기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영화나 극은 어떻게 이야기로 효과를 내게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야기 내용을 충분히 알아야 책에서 말하는 바를 온전히 알 것 같긴 하지만.  

나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는지, 내용이 빈약해 보이는 데 어떤 효과를 줘야 하는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고 이 책의 첫 장부터 따라 나갔다. 목차 하나하나 명확해서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이야기는 완성하지 못했고 다시 앞으로 돌아간 적도 있지만, 이 책을 따라 완성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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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소로 - 일하고, 돈 벌고, 삶을 꾸려 가는 이들을 위한 철학
존 캐그.조너선 반 벨 지음, 이다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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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회사를 가는 것이, 일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이른 아침부터 지하철에 탄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무력해지고 지겨워졌다. 분명 학생때는 돈도 벌고 일도 능숙하게 하는 직장인이 멋있어보였는데 이제는 탄성으로 회사를 가고 무기력해졌다. 왜 일을 해야 할까, 무엇때문에 이 지겨운 챗바퀴를 굴려야 할까.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적어도 마음가짐이라도 바뀌면 회사 가는 것이 힘들진 않을 것 같았다. 동앗줄을 잡듯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은 인생에서 그다지 게으름을 피우고 쉰 적없는 n잡러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노동자로 바라보고 쓴 책이다. 퇴사, 출근, 육체노동, 기술 발전 등 일을 다양하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소로의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들이 주목한 소로는 19세기 사상가라 노동의 형태와 종류가 많이 바뀌었기에 나엑 와닿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노동의 형태는 달라졌을지라도 행위나 의미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드니까 무조건 일하지마‘라는 해답은 실질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노동이라면 적어도 나를 잃지 않고 헤치지 않도록 지켜가며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이 과정에서 기계처럼 일하는 것에서 벗어나 나만의 일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고 왜 이 책을 읽으면 퇴사를 생각하게 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유한한 삶에서 어차피 해야 할 일을 우리는 우리를 너무 소모하고 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일 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면 나 자신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내가 정의한 일터에서 내가 바라는 일을 하는 삶을 꿈꾸며 어떤 형태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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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읽다가 1장이 “퇴사”인 것을 보고 많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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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류와 미생물의 미래 묻고 답하다 6
고관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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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적 관점에서 미생물을 바라보고 있다. 미생물의 발견, 질병, 앞으로의 미래까지. 먼 옛날에 발견됐던 것이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은 얼마나 될까? 책을 통해 역사를 지켜보며 인간과 미생물의 공존을 배우게 된다.  

미생물은 초등학생 때부터 세균, 바이러스의 개념으로 배워왔다. (코로나 시기를 거쳐서 더 익숙했을지도) 하지만 이렇게 역사와 함께 엮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읽는 내내 놀랍고 신기하고 생활 속 과학을 생각하게 되었다. 역사를 알아가는 즐거움과 미생물의 발견과 그 과정에서 발달한 과학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렇게 오래전부터 미생물을 활용(?)하고 공존했다니 라는 감탄이 절로 들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미생물이 많다는 것도. 우리에게 익숙한 효모, 페니실린, 말라리아, 알츠하이머, 파킨슨병까지도 미생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역사적 관점에서 미생물을 본다는 것은 인간에게 좋기도 하고 해를 끼치기도 한 미생물은 앞으로의 역사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이 미생물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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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입장에서 지켜본 미생물이 아니라 미생물의 관점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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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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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모두가 갖고 있지만 마치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숨기는 감정, 관계에 대한 윌리엄 해즐릿의 글을 담고 있다.

<걷기의 즐거움>에서 단편으로 나온 것 외에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윌리엄 해즐릿의 글이라 기대하며 읽었다. 왜 버지니아 울프가 칭송했고  1700~1800년대의 작가가 어떻게 지금까지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조지 오웰, 사무엘 존슨과 함께 위대한 비평가라는 평을 받고 있음)

책은 혐오, 죽음, 질투, 비위에 거슬리는 사람들의 유형, 무지 등을 다룬다. 몇백 년이 지난 글임에도 여전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인 상황부터 언론, 정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행태까지 시대상이 달라도 현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드러내질 못할 감정들이 필터 없이 그대로 기술되었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들이 많은데 너무 솔직해서 민감한 주제임에도 저자의 지인, 측근, 친구도 저자의 평가에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웃음이 터져 나왔는데 웃었을 때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그래도 웃김. 인성 터지는 개그)  다만 시대가 시대 인지라 여성 혐오적인 표현이 있다는 것이 아쉽지만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것이 없으니 씁쓸하다. 
 친절하고 상세한 주석과 중간 중간 인용되어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 재미도 있었다. 시대와 배경이 달라 저자가 말하고 있는 사람, 책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울 수 있는 부분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사회적 가면 뒤에 있는 인간의 본성을 개인의 입장에서, 사회적 관계에서 깨닫게 해준다.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인간의 욕망이나 본성은 뭘까? 지금도 이렇게 공감되는 저자의 통찰에 감탄하며 다른 책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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