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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8월
평점 :
이 책은 모두가 갖고 있지만 마치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숨기는 감정, 관계에 대한 윌리엄 해즐릿의 글을 담고 있다.
<걷기의 즐거움>에서 단편으로 나온 것 외에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윌리엄 해즐릿의 글이라 기대하며 읽었다. 왜 버지니아 울프가 칭송했고 1700~1800년대의 작가가 어떻게 지금까지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조지 오웰, 사무엘 존슨과 함께 위대한 비평가라는 평을 받고 있음)
책은 혐오, 죽음, 질투, 비위에 거슬리는 사람들의 유형, 무지 등을 다룬다. 몇백 년이 지난 글임에도 여전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인 상황부터 언론, 정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행태까지 시대상이 달라도 현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드러내질 못할 감정들이 필터 없이 그대로 기술되었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들이 많은데 너무 솔직해서 민감한 주제임에도 저자의 지인, 측근, 친구도 저자의 평가에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웃음이 터져 나왔는데 웃었을 때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그래도 웃김. 인성 터지는 개그) 다만 시대가 시대 인지라 여성 혐오적인 표현이 있다는 것이 아쉽지만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것이 없으니 씁쓸하다.
친절하고 상세한 주석과 중간 중간 인용되어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 재미도 있었다. 시대와 배경이 달라 저자가 말하고 있는 사람, 책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울 수 있는 부분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사회적 가면 뒤에 있는 인간의 본성을 개인의 입장에서, 사회적 관계에서 깨닫게 해준다.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인간의 욕망이나 본성은 뭘까? 지금도 이렇게 공감되는 저자의 통찰에 감탄하며 다른 책도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