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고백 - 상
김상순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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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소설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아이들 책 읽고 한국사 책 읽고 육아서 읽느라 내 만족을 위한 소설책을 읽는 건 시간적 사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때로 나도 모르게 갈증이 찾아온다. 온전히 나의 갈증을 채워줄 책 한 권 맘 편히 읽고 싶다는 그런 순간 쓱 나타난 책이 바로 <한 여름밤의 고백>이었다. 사실 표지를 보고 뷰티 관련 책인가 싶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를 다른 방향으로 정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야기의 시작은 호주에서 뉴스 에이전시를 하는 평범하고 손녀를 끔찍이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처음엔 이 작가의 진짜 삶을 서술한 줄 알았을 정도로 손녀에 대한 사랑을 온갖 미사여구로 그려낸다. 사실 사랑은 여러 종류가 있기는 하지만 손녀에 대한 순수하고 조건 없는 사랑과 유끼꼬에 대한 남자의 사랑은 뭔가 완벽한 대비를 이루는 듯 보였다.
유끼꼬와의 첫 만남에서는 뭔가 스스로 정당화하려는 한 남자의 속내가 풋 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자신의 팔자가 그동안 별 볼 일 없다고 여겼던 남자가 묘령의 여인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마치 인생의 큰 행운으로 여기며 혼자서 설레여하는 모습이 그래도 적나라해서, 솔직해서 괜찮았다.
중년 남자의 솔직한 고백들이 때로는 썩 기분을 상하게도 했지만 어쩌면 이 마음이 내면 깊숙한 거친 본능이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 싶었다.
처음 만난 여자를 두고 솟구치는 탐욕과 인간적 이성 사이에서 자문자답하는 주인공 남자에 대해 다른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 주인공이 어떻게 흘러갈까 호기심이 들어 자꾸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의 젊은 시절을 유끼꼬에게 털어놓는 모습을 읽어본다. 역시나 그는 설명이 길다. 이 사람을 이렇게 표현하고픈 작가의 의도인가? 아니면 작가의 표현법인가? 중간중간 사진들이 책의 한 공간을 차지한다. 내용과 유사한 면이 있는 사진들은 나름 유치하지만 재미있다.
그의 젊은 시절의 첫 경험을 읽으면서 할아버지가 된 지금 유끼꼬에게 품는 감정이 그래도 인간적이란 생각도 든다. 남자니까. 그러나 매력적인 주인공은 아니다.
그는 곳곳에서 모순적인 행동과 생각을 보인다.
자기가 그토록 탐하려 했던, 속으로 여러 번 간음했던 그녀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고 믿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그렇다.
청순한 유끼꼬가 금지된 사랑을 했다는 것은 놀라워하면서 본인은 손녀를 보러 가는 행복은 저만치 잊고 그녀와 있으면서 그녀를 안고 싶어 혈안이 되고 자신의 부인은 한 번도 떠올리지 않는 모순 가득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참 씁쓸했다. 독자가 아닌 부인의 입장이 되어서 그런가?^^
 


한편 유끼꼬의 스토리를 들으면 여자로서의, 아내로서의 입장에서 이해도 간다.
나를 돌아볼 틈도 없이 바쁘게 살 때는 안정적인 것을 바라게 되지만 또 그 안정이 찾아오면 우리는 현실에 권태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유끼꼬는 여행으로 찾은 시드니에서 과감한 일탈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일탈은 그녀를 파멸의 초입으로 끌고 들어가려 하는데 그 순간 주인공 남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기가 막힌 타이밍!
로또를 판매하는 남자는 여러 상황에서 로또를 빗대어 인생을 논하고 인간의 내면을 논한다.
그리고 이 둘은 책 상권에서 내내 서로를 속으로만 탐하다 끝내 욕심을 채우지는 못한다.
우리는 이 남자의 속내를 훤히 알고 있지만 결국 이 남자는 끝자락에서 신사인 척 돌아선다.
 


하권의 시작도 이 남자 별반 다르지 않다. 눈앞에서 낯선 여자를 탐할 기회를 놓치고 허탈하게 돌아온 가게에서 또 새로운 여자인 안나를 만나게 된다. 유끼꼬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그는 안나에게도 같은 마음을 품으며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진하게 느낀다.
하지만 이 여인은 자신의 삶에 대한 푸념을 늘여놓고 남자를 혼란에 빠뜨리다가 끝내 쉽게 날아가 버렸다. 이 남자는 오늘 엄청나게 헛물만 켜고 독자에겐 남자의 동물적 본능을 탈탈탈 털어 보인다.
나는 그가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더 이상 흔들리지 말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목메지 말고 현실로 돌아가길...
하지만 그는 여전히 유끼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참 한심한 사람. 인간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굴지만 자신의 마음도 잘 모르는, 자신의 마음이 흐르는 방향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면서 이것이 신사다운 거라고 다독이는 사람.
솔직히 좀 짜증이 났다. 구구절절. 모든 것이 구구절절이다.
지긋한 나이로 인생을 어느 정도 산 멋스러운 할아버지, 현자만큼이나 현명함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살아온 세월이 있는 만큼 든든하고 푸근한 할아버지를 바랐지만 너무 밑바닥까지 속내를 드러내 버린다. 멋있는 주인공으로 보이기는 애당초 틀려먹었다.
그나마 남자의 본능적 솔직함은 알려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주인공은 하루 만에 정말 다양한 인물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에게 한 여름밤의 하루가 참 길다. 유끼꼬를 우연히 만나고 그녀를 돕고 그녀와 헤어지며 후회를 하는 과정이 참으로 길었다.

 그의 하루엔 세 명의 여자가 있었고 비록 그 여자들을 한 명도 탐할 수 없었지만 그녀들을 탐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자아성찰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서툴고 장황하고 분명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흥미로웠고 솔직했지만 조금은 진부한 표현과 조금은 늘어져버린 스타일이라 아쉬웠다.
한 권으로 압축했다면 훨씬 긴장감 있고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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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야구왕 틈만 나면 보고 싶은 융합 과학 이야기 13
지호진 지음, 성두현 그림, 구본철 감수 / 동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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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출판에서 나온 틈만 나면 보고 싶은 융합 과학 이야기<내 꿈은 야구왕>이랍니다.
요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라 TV에서도 야구 경기를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아빠가 야구를 좋아하는 터라 아이들도 같이 보게 되는데 이 책 읽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아이가 지금 가진 호기심을 과학으로 연결할 수 있으니 요 책 요즘 읽기에 딱 좋죠?^^
 이 책을 읽어보니 융합 과학이라는 타이틀에  딱 맞게 생활 속 주제를 통해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인문예술 지식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과학 원리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데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도 보여주고 있는데요.
과학을 좀 더 쉽게 접근하는데 있어 이 시리즈 참 좋은 것 같아요.
 




융합과학책인 만큼 야구를 주제로 과학, 기술공학, 수학, 인문예술 분야로 확장해서 살펴본답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학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방식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야구가 중심 주제이다 보니 야구부 단원이 되고 싶은 공철이가 야구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에서 독자도 함께 야구에 대해 배우게 된답니다.
야구공에 대한 비밀을 분명하게 살펴보는데 저도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있네요.
 



야구공에도 과학이 다양하게 담겨있네요.
공기의 저항, 마찰력 등 과학 용어들도 살펴보고 야구공의 108개의 실밥이 있어야 하는 이유도 알려주고 있는데 실밥이 회전하면서 공기 막을 깨뜨려 형상 저항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하네요.
실밥이 있기 때문에 공기 저항이 줄어들고 그래서 더 멀리 날아갈 수 있었던 거죠.
거기에 야구공이 가진 탄성에 대해서도 살펴보게 되는데 탄성이란 외부의 힘을 받아 변형된 물체가 외부의 힘이 없어지면 원래의 모양으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말합니다.
 




'탄성'에 대해 앞에서 언급을 했고 그 부분에 대해 '야구공의 홈런 일보'를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요.
힘의 크기(F)=힘의 상수(k)×탄성체의 변형(x)
이런 수식이 소개되어 있는데 아직은 받아들이기엔 조금 어렵지만 훅의 법칙이 무엇인지만 이해해도 좋겠네요.
 

제 딸아이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아빠는 애니메이터>를 즐겨 읽었거든요.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와 연결된 책으로 시작하면 아이가 이 시리즈를 좋아하게 될 확률이 훨씬 높을 듯합니다.
만약 야구에 관심이 많은 친구라면 <내 꿈은 야구왕>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과학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야구 자체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투수들이 공을 던지는 방식이 정리되어 있는데 공을 잡는 방법까지 다 알려주네요.
야구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라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야구와 친근하게 접근하고 과학적 상식을 알려주는 시스템이 너무 영리하지 않나요?^^
 



홈런의 비밀도 시원하게 공개합니다.
공의 스위트 스폿에 맞아야 홈런을 칠 수 있는데 이 지점은 반발력이 가장 커서 타자는 충격을 적게 느끼고 공은 가장 멀리 날아간다고 하네요.
이곳에 공이 맞으면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자가 손에 진동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야구 좋아하는 신랑도 이 용어에 대해 몰랐다고 해요.^^
<내 꿈은 야구왕>덕분에 아는 척좀 해봤네요.
 


야구에 숨겨진 수학도 찾아볼까요?
야구장에서 여러 가지 도형을 찾아볼 수 있고 마운드에 있는 원의 지름과 높이의 길이, 포수와 심판이 있는 곳의 원의 지름도 알려주고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홈플레이트의 오각형에 담긴 스토리인데요. 홈플레이트가 오각형인 이유가 주심과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을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홈플레이트를 잘 그리면 야구장을 정확하게 그릴 수도 있다고 하니 놀라워요.
야구장 규격도 이번에 이 책 보고 알게 되었는데요.
야구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것들을 책을 읽으며 많이 알게 되었어요.
 


야구의 역사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없지요.
야구의 기원에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13세기에 영국에서 시작한 크리켓이라는 경기가 라운더스라는 경기로 발전하고 라운더스가 야구가 되었다는 설과 1839년에 미국의 뉴욕주 쿠퍼스 타운이라는 곳에서 애브너 더블데이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미국 의회에서는 1953년에 알렉산더 카트라이트란 인물이 현대 야구의 청시자로 발표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이 현대 야구의 규칙을 만들었고 이때부터 야구에서 딱딱한 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야구의 공식적인 경기는 소방관들의 친선 경기에서 시작이 되었고 그 뒤로 뉴욕에 여러 야구팀이 생겨나면서 본격적인 야구 경기가 펼쳐졌다고 합니다.
뉴욕 사람들이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네요.
 




한국 야구의 역사도 알아봐야죠.
한국 야구는 1901년 YMCA 개척 간사로 온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가 황성 기독교 청년회 회원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일제 때는 야구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광복 이듬해에 조선 야구 협회가 다시 결성되었다고 하네요.
이제는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할 정도로 한국 야구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요즘 TV만 봐도 우리의 야구 사랑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STEAM 쏙 교과 쏙> 코너를 통해 본문을 읽으며 가질 수 있는 궁금증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답니다.

교과연계되는 부분도 함께 체크되어 있어서 학년에 맞게 활용할 수도 있겠어요.


아이들은 과학을 어렵게 여기고 재미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그런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책이고, 재미와 정보를 적절하게 믹스하여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랍니다.
특히나 요즘 시기에 딱 맞는 주제여서 더 흥미를 가지고 읽었고, 새롭게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어요. 이 책을 읽고 나면 TV로 보는 야구가 좀 더 다르게 보일 것 같아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야구장의 크기며 모양, 투수가 공을 던지는 모습, 야구공의 모양 등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되어 야구 경기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야구 좋아하는 친구들 많지요?
이 책 초등 과학 교재로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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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실려 온 꿈 즐거운 동화 여행 65
정혜원 지음, 공공이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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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에 잠겨있는 슬픈 사연들을 모두 꺼내보면 얼마나 많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바다 깊은 곳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린 슬픈 사연들 속에서도 그것이 아이와 관련되면 한층 더 깊은 슬픔이 되는 것 같아요.
자연은 인간이 넘어설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 자연이 주는 무기력함은 또 인간들이 함께 극복해 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구요.
이 책에는 바다가 준 슬픔을 극복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비다가 준 슬픔을 사람으로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들을 그리고 있는데요. 바다가 잔인하게 만들어준 상실을 사람으로 채워가며 자신을 회복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읽으면서 아프지만 또 희망을 갖게 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 <꽃등 켜는 밤>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다 난 사고로 아빠를 잃고 민혜가 백일이 지나자 학교 갈 때쯤 찾아오겠다는 편지만 남기고 떠나버린 엄마를 기다리던 민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이 민혜를 끔찍이 아끼지만 민혜는 늘 엄마를 기다리고 그리워하죠.
아이에게 희망고문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으면서도 어쩌면 기다릴 존재가 차라리 없는 것보다 나은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어린 민혜에겐 얼마나 큰 슬픔이었을까요?
친구들이 모르고 주는 상처도 민혜에겐 큰 아픔이었을 테고요.
드디어 민혜가 학교에 가게 되었지만 엄마는 민혜를 찾아오지 않아요. 그것만 바라보면서 민혜가 그리움을 달래 왔을 텐데...
 



엄마가 끝내 오지 않고 홈패션 가게 아줌마가 민혜를 키우게 되려나 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벚꽃이 지기 전 엄마가 민혜를 찾아옵니다.
마르고 초라한 엄마의 행색에서 민혜를 떼어놓고 차마 마음 편할 수 없었을 엄마의 지난 시간들이 그려지네요. 자식을 멀리 떼어놓고 맘껏 행복할 수 있는 엄마가 얼마나 되겠어요.
그 그리움과 죄스러움으로 하루하루가 눈물이었겠지요.
그래도 민혜의 가족들이 엄마를 따뜻하게 품어주네요. 원망을 토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이제 민혜와 엄마는 가족이 되어 잃었던 시간들을 행복으로 채워갈 수 있겠지요?
벚꽃은 지지만 민혜와 엄마의 새로운 시작은 이제 준비땅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동화들을 읽으면서 우리가 힘들 때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동화의 주인공인 아이들은 모두 결핍되고 마음속에 슬픔을 갖고 있어요.
바다라는 공간이 저자에게 주는 느낌이 그러한가 봅니다.
하지만 이 바다에서 또 주인공들은 그 슬픔을 희망으로 지우고 결핍을 또 다른 사랑으로 채워갑니다.
아마도 배경이 도시였다면 이런 바닥 깊은 잔잔한 슬픔과 또 반대로 짠하지만 희망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제대로 그려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바다 근처의 마을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이 주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도 공감하고 몰입하는데 도움을 준 것 같네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 태경이도 다른 동화의 주인공처럼 부모의 부재가 주는 안타까움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친구랍니다.
그래도 늘 가까이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고 또 이 주인공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또 하나의 인물이 등장하지요.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치유되고 슬픔을 조금씩 걷어낸답니다.
 




이 스토리의 이야기의 핵심적인 공간은 바로 마을의 오래된 느티나무인데요. 이 느티나무는 태경이와 효진이가 친구가 된 곳이기도 하지만 이곳 아이들의 슬픔을 나누는 동시에 또 희망을 갖도록 해주는 곳이기도 하지요.
또한 느티나무를 위한 생일잔치를 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고 즐거움을 나누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흥겨운 잔치를 읽으면서 덩달아 즐거워지네요. 이야기 속 아이들의 상황은 슬펐지만 이 잔치를 통해 그 무거움이 덜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이 느티나무 아래에서 보름달이 뜨는 날, 기차가 지나가고 교회 종이 울릴 때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요. 아이들이 모두 눈을 감고 각자의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켠이 아려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던 태경이의 소원이 이루어지지요.
보고 싶던 엄마가 태경이 앞에 나타났거든요.

이 작가의 표현들은 참 예쁘더라구요.
자연을 의인화하여 아이들에게 표현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게다가 다섯 이야기 모두 약간의 슬픔을 곁들여 희망과 행복감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해준듯해서 읽으면서 아프지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세상에 조금의 결핍과 조금의 외로움도 없는 사람은 없겠죠. 그렇지만 그러한 것들은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나누고 더하면서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고 또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나 이웃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겠죠.
다섯 이야기 모두 감동이었고 또 치유였고 사랑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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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의 달인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2
윤해연 지음, 안병현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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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1권 <내 이름을 불러줘>에 이어 2권 <뽑기의 달인>만나봤어요.
<뽑기의 달인>은 하나의 이야기로 된 책이 아니라 윤해연 작가의 짧은 글 6개가 모인 책이랍니다.
제목만 살펴봐도 하나같이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매력이 있어요. 이야기 하나하나에는 더 재미가 있지요.
 가장 먼저 읽어본 글은 < 엉뚱한 발레리나 >랍니다.
뚱뚱한 발레리나에 대한 이야기겠지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 수지가 저는 참 마음에 듭니다. 발레를 누구보다 잘하지만 뚱뚱한 몸 때문에 위축될 수도 있지만 누구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먹는 것과 발레를 둘 다 포기하지 않으니까요.
만약 발레를 위해 먹고 싶은 것을 꾹 참아야 한다면 수지가 온전히 발레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수지가 참 매력적이에요.
 발표회에서 실수를 해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는 수지의 발레 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수지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수지가 어떻게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은 책 말미에 나온답니다.
수지 할머니가 수지를 인정해주고 믿어주시더라구요. 그런 할머니를 통해 수지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수지를 짜증스러워했던 윤아가 스스로를 더 부끄럽게 여겼으니까요.
무엇이 더 부끄러운 것인지 수지를 통해 윤아가 느낀 것 같죠?
 여러 이야기 중 책 제목으로 선택된 이유가 있겠지요?
그래서 더 궁금한 내용이었어요.
뽑기의 달인이라는 제목과 상반되게 주인공 영찬이는 운이 참 없는 아이였어요. 머피의 법칙이 영찬이에게만 일어나는 것 같았죠. 
 산을 가져오지 않는 날에는 비가 오고 횡단보도 건너려 하면 꼭 신호등은 빨간색, 아파트 일층에 도착하면 언제나 엘리베이터는 꼭대기에 서 있는 것처럼 사소하지만 반복되는 상황에 영찬이는 스스로를 운이 없는 아이라고 단정 짓고 있었죠. 그런데 그런 영찬이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미나 문구점에 등장한 뽑기판에서 운 없기로 소문난 영찬이가 일등을 뽑은 거예요.
그것도 두 번이나 말이죠. 친구들은 영찬이를 뽑기의 달인이라고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모르죠. 또 일등을 뽑기 위해 친구들이 안 보일 때 간식 사 먹는 것도 포기하고, 심지어 준비물 살 돈까지 뽑기 하느라 다 써버린 것을요.
 뽑기의 달인이라는 호칭에 대한 부담감과 늘어가는 거짓말에 영찬이는 힘들어질 수밖에요. 그래도 수호라는 친구가 생겼네요.
여전히 영찬이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없는 아이랍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영찬이도 알아요. 운이 없다고 생각했던 상황도 시간이 흐르면 별거 아니라는 것을요. 운이 있던 그때가 오히려 더 힘들었던 걸 보면 운이 좋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을요.
이 작가의 글은 뭔가 독특해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뭔가를 안 가르쳐준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불친절하게 뭔가 글 속에 감춰두고 감춘 게 뭘까 찾아볼래? 혹은 생각해 볼래? 하고 무언의 질문을 툭 던져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읽고 나면 재미있었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뭘까? 이 애매한 기분은 뭐지? 싶어지더라구요. 그래서 더 만족스러운 책이랍니다. 가벼운 책은 아니거든요.
6가지의 이야기가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 아이들 삶 속에서 한 번쯤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갈 수가 없네요.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기 힘들어하는 아이, 언제나 힘들지만 꼭 필요하면서 아이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친구관계 등 절대 가볍지 않은 상황을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어요.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럽고 그러다 때로는 친구도 얻고 힘을 얻으면서 아이들은 성장해간다는 것을 이 책이 전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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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걸음 - 순우리말 동시집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13
김미영 지음, 배정희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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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쁜 동시집이에요.
이 책에는 순우리말을 주제로 한 동시들이 가득한데 우리말이 이리 예쁜지 몰랐네요. 이렇게 좋은 우리말이 널리 널리 알려져서 이상하게 변해버린 말들이랑 바꿔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 담겨있는 그릇과도 같다고 하는데 현대의 언어가 거칠어진 것도 사람들이 거칠어진 것과 연결되어 있는 거겠죠.
우리 아이들만이라도 예쁘게 생각하고 예쁜 언어로 말했으면 참 좋겠다 싶더군요.
동심을 담은 동시를 많이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아요.
 


가문비 어린이에서 벌써 13번째 동시집이 나왔는데요.
주변을 색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동시만의 매력을 아이들이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동시집 읽어보면서 하게 되네요.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13번째 이야기 <우산걸음>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 싶은 마음이 이 짧은 글에서 다 느껴집니다.
 



차례를 통해 동시의 제목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는데요.
익숙한 단어들이 많으신가요?
저는 대부분 낯선 용어들뿐이네요.
생각보다 아는 단어가 많지 않더라구요.
우리말인데 이렇게 모를 수가 있나 싶었는데요. 시를 읽다 보면 어쩜 그렇게 단어 하나가 넓은 의미를 전해줄 수 있는지 재미있더라구요.
 


시는 아주 간결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삽화와 함께 단어가 주는 임팩트는 아주 강렬하지요.
'강울음'이라는 것도 저는 처음 들어봤는데 눈물 없이 건성으로 우는 울음이라는 뜻이라고 해요.
기억하고 있다가 일상에서도 써보려구요.^^
 



'알나리깔나리' 제목 보면서 저처럼 대부분 이 말이 떠오르실 거예요.
'얼레리 꼴레리’
찾아보니 '얼레리 꼴레리’는 알나리깔나리가 변형된 형태로 사용된 거더군요.
그러니까 얼레리 꼴레리는 잘못된 표현이고 알나리깔나리를 사용하는 게 맞는 거죠.
의미도 하단에 정리가 되어 있어서 알나리깔나리의 의미도 읽어볼 수 있어요.
 


언덕밥이라고 제목을 봤을 때 제가 생각했던 그림이 있었는데 그건 아니더군요.
저는 그릇에 밥을 수북하게 담은 걸 말할 거라 생각했는데요.
그게 아니라 솥 안에 쌀을 언덕지게 안쳐서 한쪽은 되게 한쪽은 질게 지은 밥을 말한다고 하네요.
동시를 읽으면서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며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집니다.
'늙수그레'라는 단어도 단어 자체로는 참 씁쓸함에도 검정 비닐봉지에 이입을 하니 그림이 그려지면서 미소가 지어지네요.
어쩜 이렇게 재치 있게 동시를 지으셨는지~^^
 



순우리말로 일본에 일침을 놓아주네요.
노루잠은 아기 키울 때 많이 들었던 단어에요.
아이가 푹 안 자고 자꾸 깨면 어르신들이 이런 단어를 썼거든요.^^
'노루잠' 동시를 읽으면서 정말 독도가 깨어나  "나는 한국 몸이다!" 하고 소리쳐 줬으면 좋겠네요.
 



책 제목에 있는 <우산걸음>이 뭘까 궁금했는데 우산을 쓰고 걸을 때 우산이 위아래로 오르내리듯이 몸을 추켜 올렸다 내렸다 하며 걷는 걸음이라고 하네요.
뭔가 단어를 보면 그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요?
우리말의 큰 장점 같아요.
 


짧지만 쉽고, 쉽지만 그 의미가 확 느껴져서 시 한편 한편이 참 강렬해요.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순우리말이 참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 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쓰는 일본 말을 대신할 수 있는 용어도 알려주고 있어요.
다시 국물이라는 말 정말 자연스럽게 쓰고 있지요?
다시 국물 대신 맛국물을 이제는 꼭 써야겠어요.
다시는 다시 국물이라는 말 쓰지 맙시당~^^


언어는 사회적 산물이라고 하잖아요.
시대에 따라 사라지기도 하고 생성되기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순우리말이 많이 불리지 못하는 게 아쉽기는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입 밖으로 내는 소리가 이쁜 단어가 어찌나 많던지요.
우리말은 의미가 딱 생각나는 단어가 아닌 그 상황과 느낌이 머릿속에 그려지도록 하는 것 같아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우산걸음>을 아이들이 많이 읽고 우리말이 좀 더 널리 사용되었으면 좋겠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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