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실려 온 꿈 즐거운 동화 여행 65
정혜원 지음, 공공이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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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에 잠겨있는 슬픈 사연들을 모두 꺼내보면 얼마나 많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바다 깊은 곳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린 슬픈 사연들 속에서도 그것이 아이와 관련되면 한층 더 깊은 슬픔이 되는 것 같아요.
자연은 인간이 넘어설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 자연이 주는 무기력함은 또 인간들이 함께 극복해 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구요.
이 책에는 바다가 준 슬픔을 극복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비다가 준 슬픔을 사람으로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들을 그리고 있는데요. 바다가 잔인하게 만들어준 상실을 사람으로 채워가며 자신을 회복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읽으면서 아프지만 또 희망을 갖게 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 <꽃등 켜는 밤>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다 난 사고로 아빠를 잃고 민혜가 백일이 지나자 학교 갈 때쯤 찾아오겠다는 편지만 남기고 떠나버린 엄마를 기다리던 민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이 민혜를 끔찍이 아끼지만 민혜는 늘 엄마를 기다리고 그리워하죠.
아이에게 희망고문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으면서도 어쩌면 기다릴 존재가 차라리 없는 것보다 나은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어린 민혜에겐 얼마나 큰 슬픔이었을까요?
친구들이 모르고 주는 상처도 민혜에겐 큰 아픔이었을 테고요.
드디어 민혜가 학교에 가게 되었지만 엄마는 민혜를 찾아오지 않아요. 그것만 바라보면서 민혜가 그리움을 달래 왔을 텐데...
 



엄마가 끝내 오지 않고 홈패션 가게 아줌마가 민혜를 키우게 되려나 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벚꽃이 지기 전 엄마가 민혜를 찾아옵니다.
마르고 초라한 엄마의 행색에서 민혜를 떼어놓고 차마 마음 편할 수 없었을 엄마의 지난 시간들이 그려지네요. 자식을 멀리 떼어놓고 맘껏 행복할 수 있는 엄마가 얼마나 되겠어요.
그 그리움과 죄스러움으로 하루하루가 눈물이었겠지요.
그래도 민혜의 가족들이 엄마를 따뜻하게 품어주네요. 원망을 토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이제 민혜와 엄마는 가족이 되어 잃었던 시간들을 행복으로 채워갈 수 있겠지요?
벚꽃은 지지만 민혜와 엄마의 새로운 시작은 이제 준비땅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동화들을 읽으면서 우리가 힘들 때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동화의 주인공인 아이들은 모두 결핍되고 마음속에 슬픔을 갖고 있어요.
바다라는 공간이 저자에게 주는 느낌이 그러한가 봅니다.
하지만 이 바다에서 또 주인공들은 그 슬픔을 희망으로 지우고 결핍을 또 다른 사랑으로 채워갑니다.
아마도 배경이 도시였다면 이런 바닥 깊은 잔잔한 슬픔과 또 반대로 짠하지만 희망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제대로 그려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바다 근처의 마을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이 주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도 공감하고 몰입하는데 도움을 준 것 같네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 태경이도 다른 동화의 주인공처럼 부모의 부재가 주는 안타까움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친구랍니다.
그래도 늘 가까이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고 또 이 주인공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또 하나의 인물이 등장하지요.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치유되고 슬픔을 조금씩 걷어낸답니다.
 




이 스토리의 이야기의 핵심적인 공간은 바로 마을의 오래된 느티나무인데요. 이 느티나무는 태경이와 효진이가 친구가 된 곳이기도 하지만 이곳 아이들의 슬픔을 나누는 동시에 또 희망을 갖도록 해주는 곳이기도 하지요.
또한 느티나무를 위한 생일잔치를 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고 즐거움을 나누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흥겨운 잔치를 읽으면서 덩달아 즐거워지네요. 이야기 속 아이들의 상황은 슬펐지만 이 잔치를 통해 그 무거움이 덜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이 느티나무 아래에서 보름달이 뜨는 날, 기차가 지나가고 교회 종이 울릴 때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요. 아이들이 모두 눈을 감고 각자의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켠이 아려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던 태경이의 소원이 이루어지지요.
보고 싶던 엄마가 태경이 앞에 나타났거든요.

이 작가의 표현들은 참 예쁘더라구요.
자연을 의인화하여 아이들에게 표현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게다가 다섯 이야기 모두 약간의 슬픔을 곁들여 희망과 행복감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해준듯해서 읽으면서 아프지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세상에 조금의 결핍과 조금의 외로움도 없는 사람은 없겠죠. 그렇지만 그러한 것들은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나누고 더하면서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고 또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나 이웃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겠죠.
다섯 이야기 모두 감동이었고 또 치유였고 사랑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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