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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걸음 - 순우리말 동시집 ㅣ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13
김미영 지음, 배정희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 이쁜
동시집이에요.
이 책에는 순우리말을 주제로 한 동시들이 가득한데 우리말이
이리 예쁜지 몰랐네요. 이렇게 좋은 우리말이 널리 널리 알려져서 이상하게 변해버린 말들이랑 바꿔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 담겨있는 그릇과도 같다고 하는데 현대의
언어가 거칠어진 것도 사람들이 거칠어진 것과 연결되어 있는 거겠죠.
우리
아이들만이라도 예쁘게 생각하고 예쁜 언어로 말했으면 참 좋겠다 싶더군요.
동심을 담은 동시를 많이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아요.
가문비 어린이에서 벌써 13번째 동시집이
나왔는데요.
주변을 색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동시만의 매력을
아이들이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동시집 읽어보면서 하게 되네요.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13번째 이야기 <우산걸음>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 싶은 마음이 이
짧은 글에서 다 느껴집니다.
차례를 통해 동시의 제목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는데요.
익숙한 단어들이 많으신가요?
저는 대부분 낯선 용어들뿐이네요.
생각보다 아는 단어가 많지 않더라구요.
우리말인데 이렇게 모를 수가 있나 싶었는데요. 시를 읽다 보면 어쩜 그렇게 단어 하나가 넓은 의미를
전해줄 수 있는지 재미있더라구요.
시는 아주 간결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삽화와 함께 단어가 주는 임팩트는 아주 강렬하지요.
'강울음'이라는 것도 저는 처음 들어봤는데 눈물 없이 건성으로 우는 울음이라는 뜻이라고
해요.
기억하고 있다가 일상에서도
써보려구요.^^
'알나리깔나리' 제목 보면서 저처럼 대부분 이 말이
떠오르실 거예요.
'얼레리 꼴레리’
찾아보니 '얼레리 꼴레리’는 알나리깔나리가 변형된 형태로 사용된
거더군요.
그러니까 얼레리 꼴레리는 잘못된 표현이고 알나리깔나리를
사용하는 게 맞는 거죠.
의미도 하단에 정리가 되어 있어서 알나리깔나리의
의미도 읽어볼 수 있어요.
언덕밥이라고 제목을 봤을 때 제가
생각했던 그림이 있었는데 그건 아니더군요.
저는 그릇에 밥을 수북하게
담은 걸 말할 거라 생각했는데요.
그게 아니라 솥 안에 쌀을 언덕지게
안쳐서 한쪽은 되게 한쪽은 질게 지은 밥을 말한다고 하네요.
동시를
읽으면서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며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집니다.
'늙수그레'라는 단어도 단어 자체로는 참 씁쓸함에도 검정 비닐봉지에 이입을 하니 그림이 그려지면서
미소가 지어지네요.
어쩜 이렇게 재치 있게 동시를
지으셨는지~^^
순우리말로 일본에 일침을
놓아주네요.
노루잠은 아기 키울 때 많이 들었던
단어에요.
아이가 푹 안 자고 자꾸 깨면 어르신들이 이런 단어를
썼거든요.^^
'노루잠' 동시를 읽으면서 정말 독도가 깨어나 "나는
한국 몸이다!" 하고 소리쳐 줬으면 좋겠네요.
책 제목에 있는 <우산걸음>이 뭘까 궁금했는데
우산을 쓰고 걸을 때 우산이 위아래로 오르내리듯이 몸을 추켜 올렸다 내렸다 하며 걷는 걸음이라고 하네요.
뭔가 단어를 보면 그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요?
우리말의 큰 장점 같아요.
짧지만 쉽고, 쉽지만 그 의미가 확 느껴져서 시 한편
한편이 참 강렬해요.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순우리말이 참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 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쓰는 일본 말을 대신할 수 있는
용어도 알려주고 있어요.
다시 국물이라는 말 정말 자연스럽게 쓰고
있지요?
다시 국물 대신 맛국물을 이제는 꼭
써야겠어요.
다시는 다시 국물이라는 말 쓰지
맙시당~^^
언어는 사회적 산물이라고
하잖아요.
시대에 따라 사라지기도 하고 생성되기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순우리말이 많이 불리지 못하는 게 아쉽기는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입 밖으로 내는 소리가 이쁜 단어가 어찌나 많던지요.
우리말은 의미가 딱 생각나는 단어가 아닌 그 상황과 느낌이 머릿속에 그려지도록 하는 것
같아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우산걸음>을 아이들이
많이 읽고 우리말이 좀 더 널리 사용되었으면 좋겠다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