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 융합 동시집 : 동시와 3학년 과학이 만나다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14
박행신 지음, 신경순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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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어린이는 꾸준하게 동시집을 출간을 하고 있어요. 사실 동시집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장르는 아니지만 저는 아이들이 동시를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가문비어린이가 정기적으로 동시집을 출간하는 게 참 반갑고 고맙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에 나온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14 < 아하, 그렇구나!>는 정말 획기적이고 색다른 동시집이랍니다.
3학년 과학 내용을 동시와 융합시킨 융합 동시집이에요.
과학과 문학의 절묘한 만남이지요. 



아주 이성적인 과학을 감성적인 시에 녹여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역발상 아닌가요?
관찰, 측정, 분류, 물질, 동물, 자석, 식물, 소리 등을 어떻게 시로 풀어냈을지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요. 역시나 간결하면서도 위트 있는 시들이 즐거움을 주었답니다. 



아이들 과학 교과서를 보다 보면 처음부터 바로 단원을 들어가는 게 아니라 기초 탐구 활동이 있거든요. 이 책도 3학년 과학 교과서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기초 탐구 활동을 주제로 한 동시부터 선보인답니다.
시를 읽어보니 시 자체가 과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기보다는 과학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고 시에 담겨있는 과학적인 내용을 별도로 설명을 하거나 관련 내용을 정리해두었더라고요.
그래서 시를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키 재기>라는 시만 읽어봐도 시 자체가 가진 느낌은 귀여운 동시일 뿐이잖아요. 다음 페이지를 읽어보면 다른 동시집과 차별화되도록 과학적인 내용이 나온답니다.
<끼리끼리> 역시 동시는 가볍게 읽고 관련 내용도 가볍게 읽어보면서 과학적 상식을 키울 수 있네요.
 


물론 적나라하게 과학적인 시도 있어요.^^
하지만 시가 갖는 언어적 유희는 지성보다는 감성을 더 자극하고 있답니다.
시를 읽으면서 이 시에는 어떤 과학적 이야기를 풀어낼까 궁금증을 갖게도 하지요.
<화석에서 숨은 그림 찾기>라는 시를 통해 화석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그려내고 바로 옆 페이지에서는 화석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을 읽어볼 수 있어요. 3학년 1학기 2단원인 '물질의 성질'과 교과 연계가 되니 3학년 아들에게 읽히기 딱 좋은 시집이랍니다.
3학년뿐만 아니라 학년별 시집이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의 성격은 융합 동시집이에요. 과학과 시를 잘 버무린 책이죠.
동시를 읽고 관련 과학 지식도 쌓게 되지만 꼭 과학적인 풀이만 하지는 않아요.
<달팽이와 할머니>라는 시를 읽고 마음은 충만해지고 '달팽이 나들이'부분을 읽으면 그림이 그려지는 또 다른 시를 읽는 느낌을 주네요.^^
 



<달래 안으려고>는 시가 오히려 과학적이고 옆 페이지의 내용이 오히려 시 같아요.
어쩌면 과학은 자연의 아름다운 시 같은 감성을 담은 학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귀 막아라>라는 시를 읽고 '싹둑싹둑'이라는 글을 함께 읽으면서 두 내용의 연관성을 생각해봤어요.
시끄러운 소리를 못 듣게 하려고 귀를 막는 내용과 정원사 아저씨가 나무를 자르는 소리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솔직히 몇 번을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작가의 머리말을 다시 읽어봤어요. 동시와 잡다한 이야기를 곁들여 과학 세계와 예술 세계가 어우러진 더 넓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소망 때문에 이 동시집을 쓰셨다고 하더라구요.
어쩌면 꼭 동시와 과학을 접목시키려는 것도 저의 편견과 욕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다시 한번 두 글을 읽어보니 이렇게 정리가 되네요.
시끄러운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소리도 그 소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정원사 아저씨가 나무를 예쁘게 하려고 싹둑 자르고 있지만 거기에서 나무들이 아파하는,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담은 게 아닌가 하고 말이죠.

시라는 것은 시인이 전하고 싶은 감정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를 독자의 마음으로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색다른 시들이 모여있는 이 책은 정말 신선했고 과학적 접근과 문학적 접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재미난 책이었어요.
과학적 상식뿐만 아니라 저자가 전하고 싶은 많은 예쁜 이야기들을 함께 읽어볼 수 있어서 꽤나 만족감이 높았답니다.
이 책을 읽으면 과학은 자연이 전하는 아름다움이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고 시의 소재의 폭을 넓게 생각할 수 있게 해줄 거예요
3학년뿐만 아니라 다른 학년의 과학도 동시와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지 기대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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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영웅 나일심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3
이은재 지음, 박재현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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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에 '소공녀' 책을 수십 번 읽으며 나에게도 나중에 나타날 부자 부모가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기대했던 게 생각이 났어요.
시골에서 평범하게 살던 나에게 소공녀처럼 나를 이 생활에서 구원해 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거겠죠.
부자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는 것으로 부자만 한 것도 없다 싶기도 합니다만,

<가짜 영웅 나일심>을 읽으면서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
무겁고 씁쓸하고 우울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 진지하게 읽게 되는 책이었어요.
 사업으로 잘 나가던 아빠가 말 그대로 쫄딱 망했어요.
아빠는 일심이에게 영웅 같은 존재였는데 사기를 당해 모든 걸 잃고 난 후 술만 마시다 폐인처럼 돼버린 후에야 요양원으로 갔고, 남아있는 엄마와 동생 진심이는 고모가 빌려준 보증금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동네의 허름한 반지하로 이사를 갔지요. 사립학교에 다니고 못하는 것이 없던 일심이에게는 이 상황이 믿고 싶지 않은 꿈같은 일이었을 거예요.
바퀴벌레가 들끓고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아무것도 없는 이 작은 반지하에서의 생활이 당분간이 아니라 영원할까 봐 두려웠겠죠.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도 일심이는 마음을 열지 않았어요.
자신이 이렇게 가난하고 별 볼 일 없는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겠지요.
약해지지 않으려고,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자신을 더 방어하고 친구들과 벽을 쌓으려는 일심이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네요.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니까.

그러다 정신적으로 살짝 부족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일심이를 좋아하고 따르는 가득이를 보면서 일심이는 가득이와 자신의 위치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바보 왕자 가득이네가 부자이고 좋은 부모님이 있으니 가득이와 자신의 자리가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이 어느새 자신이 가득이네 집 아들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되는데요.
어느 순간 자신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이 진짜라고 믿어버리는 일이 일심이에게 일어납니다.
 가득이가 오토바이에 치일 뻔한 사건을 통해 영웅처럼 대접받고 표창장과 어린이 보안관 명패까지 손에 쥐자 일심이는 점점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해요.
명패를 방패 삼아 아이들을 쥐락펴락하고 심지어 아이들의 돈은 은근히 갈취하는 행동까지 하게 됩니다.
명패가 그렇게 상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이 사실인 것으로 둔갑을 하게 되면서 일심이는 그렇게 점점 상상한 대로 진실인 양 행동을 해요.
뭔가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아무도 일심이의 변화를 알지 못하죠.
거짓말을 일삼고 가득이네서 찍은 사진들을 sns에 올리며 마치 모든 게 해결되고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려 애쓰고 있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현재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심이를 보면서 이제는 도가 지나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엔 너무나 갑작스러운 주변의 변화와 일심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큰 충격이 있었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친구들뿐만 아니라 선생님, 더 나아가 교장선생님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지요.
결국 모든 것들이 들통났고 아이들은 일심이가 미친 거라고 했지만 일심이는 마음에 깊은 병이 든 거였어요.
아이들 책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병인데 일심이가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했어요.
현실과 상상을 분간하지 못하는 상태로, 현실을 상상으로, 상상을 현실로 착각하고 혼란을 겪는 병인데 일심이의 상태를 생각하면 그 병이 맞는 것 같죠?
그래도 다행이에요. 단순히 상황을 이용하는 나쁜 거짓말쟁이가 아니라서 말이죠. 그렇다면 더 속상하고 안타까울 것 같거든요.
 마음의 병은 또 다른 마음으로 치유할 수 있어요.
현재의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힘들어했던 일심이지만 진짜 마음을 주는 가득이와 성빈이의 진심이 일심이를 다시 올바르게 일으켜 세워줄 거라 믿어요.

누구나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현실 부정일 거예요.
이게 진짜일리 없다는 마음에 단지 꿈일 거라고 부정해버리는 거죠.
하지만 현실을 부정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부정하고 싶은 그 마음이 강해져서 일심이는 상상을 현실처럼 느끼고 가짜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요. 솔직히 일심이가 가득이와 성빈이, 그리고 반 친구들과 선생님의 믿음으로 다시 일어난다 해도 여전히 아빠의 빈자리와 가난한 살림은 그대로라는 것이 마음이 아팠네요.
가난하다고 모두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일심이가 이 상황에서도 꼭 행복할 수 있는 무언가, 마음의 위안이 되는 무언가를 꼭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일심이가 가짜 영웅 행세를 하긴 했지만 치료를 받고 진짜 멋진 어린이 보안관이 되어 학교에서 인정받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것으로나마 마음이 풍족해지기를 바라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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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퍼즐 조각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4
박서진 지음, 백대승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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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먼저 읽고 저한테 주면서 하는 말이 이 책은 가슴이 아픈 책이야~라고 하더군요.
표지에서 우울한 감이 없지 않았고 남자아이의 표정이 썩 밝지 않아 명랑한 얘기는 아니겠구나 싶었는데 아이의 말을 들으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슬픈가 보다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죠.
다 읽고 나니 아이가 왜 가슴이 아프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가족을 잃는다는 건 정말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고 아이가 부모를 잃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절망이겠죠.
여기 자신의 잘못으로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며 그 비밀을 가슴에 묻고 말도 거의 안 하고 모자로 자신을 가리며 자학하는 한 소년이 있습니다.
 별명이 그림자인 주노는 학교생활을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로 지내고 있어요. 주노의 취미는 퍼즐 맞추기이고 힘들 때면 아빠와  산책할 때마다 쉬었던 하늘 공원의 소나무 아래로 갑니다. 아빠가 없는 지금은 주노에게 '아빠 소나무'라고 불리고 있지요.
주노는 스스로도 왕따가 되고 있지만 실제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어요. 5학년 같은 반 진구는 주노의 뒤통수를 자주 때렸지요.
그걸 그냥 참는 주노가 이상했지만 나중에 보니 아빠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렇게라도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거더라고요.
답답한 것은 아이들이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아이를 사랑하건 안 하건 부모가 알기 쉽지 않다는 것이고 나중에라도 그런 사실을 부모가 뒤늦게 알면 정말 마음이 찢어지게 아플 것 같다는 거예요. 그래서 주노의 모습을 보면서 감정이입이 되어 정말 마음이 아팠답니다.
그런데 정말 아빠가 보내준 요정처럼 이서가 주노 앞에 나타납니다.
6학년이 되면서 같은 반, 같은 짝꿍이 된 친구인데 밝고 긍정적인 친구네요.
주노에게 말도 걸어주고 먼저 다가와 주니 주노에게도 그 밝은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자전거 실력이 서툰 이서를 가르쳐주며 자신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던 아빠를 떠올려보네요.
이서와 주노는 동생 지민이를 불러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가까워지는데요. 사람이 변화하는 데에 한 사람의 힘이 크다는 것을 주노를 통해 보여주지요.
주노는 그런 마음을 가슴에 자그마한 촛불이 켜진 것 같다고 표현합니다. 작은 변화의 희망의 불꽃! 이서를 향한 마음의 불꽃!
 여전히 학교에서 주노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이서가 있어서 견딜만했고 늘 어두운 색의 옷만 입었는데 환한 옷을 입고 싶어졌으며  자신을 가리고 있었던 모자도 벗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그리고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발표도 할 수 있을 만큼 주노는 점점 어둠을 벗고 밝은 빛으로 나오고 있었죠. 그런데 정말 세상이 너무하게도 그런 힘이 되어준 이서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그것도 주노가 보는 앞에서요. 이제 조금씩 아빠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는데 자전거를 가르쳐 준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의 둘레가 또 주노를 억누르게 되지요. 너무 안타까웠어요.
아직 어린 주노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마음의 짐인 것 같아서요.
 주노는 이서에게 생일 선물로 준비하려 했던  퍼즐을 직접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림에는 이서가 지민이에게 준 머리핀인 나비 그림까지 넣어서요.
주노가 이 퍼즐을 만들면서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어요.
주노가 열심히 퍼즐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제발 이서의 생일날 꼭 선물로 전할 수 있기를 저 역시 바라게 되더라구요. 너무 슬픈 엔딩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죠.
퍼즐을 만들면서 이서의 뺑소니에 대한 기억의 퍼즐도 찾아가는 주노랍니다.
한편 여전히 주노를 괴롭히는 반장 현채와 진구의 못된 행동도 효정이와 철우의 도움으로 선생님께 진실을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핸드폰으로 주노를 때리고 괴롭히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선생님과 교장선생님께까지 보여드렸는데요. 착한 척, 바른 척하던 현채와 진구의 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제 속이 다 후련했어요.
왜 현채와 진구가 그런 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지만 그래도 강자 앞과 약자 앞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건 좀 화가 나더라구요. 학교에서도 처음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려고 해서 화나려 했는데 친구들의 강력한 항의로 현채와 진구는 전학을 가기로 합니다.
지금까지 주노가 현채와 진구에게 맞으면서 그냥 참았던 것도 아빠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는데 주노의 탓이 아니라고 엄마가 말해줘서 저도 한시름 놓았어요.
아이가 품고 있던 죄책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오죽하면 친구들한테 맞아도 그걸 벌받는 거라 생각했을까요?
아무튼 이제 주노를 힘들게 했던 여러 상황들이 하나둘 해결이 되어 가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인 이서가 얼른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해피엔딩이 좋죠?
주노가 제공한 단서로 이서를 치고 도망간 뺑소니의 범인도 잡았고 이서 역시 주노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졌는지 극적으로 깨어났답니다.
주노를 괴롭히던 아이들은 전학을 가는 벌을 받게 되겠지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았고 주노도 흩어져있던 자신의 퍼즐을 모두 찾아 진짜 주노의 모습을 되찾았답니다.
진짜 헤피엔딩은 바로 주노의 자아 발견과 자아성장이겠지요.

처음부터 주노는 어두웠고 우울했어요. 아빠가 자신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비밀을 숨겨야 했기 때문에 모든 것에 마음의 문을 닫았고 그것을 어렵게 열어준 것이 이서였지요.
하지만 이서마저 교통사고를 당해서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요. 그런 과정에서 주노는 자신의 어두운 틀을 깨고 잃어버린 퍼즐을 찾아 끼우며 자신의 본질을 찾게 됩니다.
이 이야기에는 왕따와 학교 폭력 등 다소 무거운 소재가 나오지만 결국 자신을 찾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하고자 하는 거같아요.
나를 찾는 것은 누군가가 도와주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지만 마지막 조각은 결국 자신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요?
우울하고 슬프기도 한 내용이었지만 결국 해피엔딩이고 기분 좋은 마무리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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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없는 개, 복이 - 생명의 소중함을 호소하는 떠돌이 개 이야기 즐거운 동화 여행 68
조희양 지음, 임종목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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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없는 개, 복이>를 읽으면서 아이들과 즐겨보는 동물농장 프로그램이 많이 생각나더군요.

이들과 즐겨 보는 프로그램인데 그 안에서는 밝은 사연도 많지만 아픈 사연을 가진 동물들, 특히 개의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되니까요.
복이는 저자에게 진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책이라고 합니다. 혀 없는 개 복이를 만나 사랑을 듬뿍 주었지만 오래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이 책에 고스란히 녹여 놓았는데요.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때로는 사람들의 따뜻함으로 마음을 이리저리 움직이게 만드는 글이었어요.
 오늘도 집 없이 찬 거리를 헤매고 다닐 떠돌이 개들이 복이처럼 좋은 주인을 만나게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복이는 떠돌이 개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났으니 제가 복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렇게 누군가 준 밥을 허겁지겁 먹을 때는 이름도 없었지요.
원래 멋지고 점잖은 셰퍼드이지만 혀가 없어서 먹는 모습은 전혀 멋스럽지 못해요.
나를 보면 아이들은 괴물이라고 소리쳐요. 그 소리가 억울하고 듣기 싫지만 복이가 좋아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참는대요.
맞아요. 이 책은 복이의 시선으로 서술이 된답니다.
 


나는 수다쟁이 아줌마를 만났어요. 아줌마는 내게 맛있는 음식도 주고 의사 선생님도 모셔와 나를 살펴보게 했어요.
선생님은 내 혀가 원래 없던 게 아니라 누군가가 잘라낸 거라고 하셨지요. 맞아요. 누군가 던져준 먹이를 먹고 잠들면서 고통이 찾아왔어요. 죽어라 도망쳐서 달리고 또 달려 겨우 살아남았던 거예요. 그렇게 떠돌이 개가 된거구요. 의사 선생님은 내가 아기를 가졌다고 했어요.
사람들은 내게 그때부터 먹을 것도 갖다 주고 복이란 이름도 지어 주었답니다.
 


방송에 나올 뻔하다가 못 나오고 나를 데려갈 사람은 바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나에게 엄마라고 하는 아줌마는 내가 있을 곳과 먹을 것을 마련해 주었어요. 또 말은 어찌나 많은지요. 신기한 것은 내 말도 알아듣는다니까요.
그리고 아기가  태어났을 때 혀가 없어 태를 찢어주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 강아지의 태도 닦아주었답니다.
 


이렇게 고마운 엄마인데 내 아기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버렸어요.
나도 알아요. 강아지들도 언젠가는 독립을 해야 한다는 것을요. 하지만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단 말이에요.
복이는 강아지를 실은 차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달리기 시작합니다.
모성이라는 것이 사람에게만 있겠어요. 아직 젖도 안 뗀 자식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일지.. 아마 혀 없는 고통보다 더하지 않았을까요?
한동안 엄마를 원망도 하고 힘들어 심통도 부렸지만 이내 복이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복이의 존재가 엄마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떠돌이 개가 빌라에 있는 걸 모두 좋아하지는 않겠죠. 누군가 계속 민원을 넣어 구조대원이 잡으러 오는 일도 생기면서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복이를 입양합니다.
하지만 집에서 큰 셰퍼드를 기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결국 시골에 사시는 친정 엄마 네로 복이를 데리고 가기로 하는데요. 복이도 엄마를 떠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처음엔 엄마만 오매불망 기다렸지만 이제는 할머니와 지내는 일도 괜찮아졌어요.
엄마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할머니를 만나러 왔고 덕분에 할머니는 자주 딸을 볼 수 있게 되어 복이에게 고마워했답니다.
엄마 역시 할머니와 자주 만나니 할머니께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진짜 효도를 할 수 있게 되어 좋아했어요.
가을에 들어온 개는 복을 가져온다더니 진짜 복이가 복덩이인가 봅니다.

책 말미에 작가의 복이를 향한 편지를 읽어볼 수 있는데요.
복이를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네요. 처음엔 진짜 있었던 이야기인지 모르고도 감동이었는데 복이가 실제로 있었던 개라고 하니 더 마음이 아프더군요. 이야기 끝부분쯤 잘 먹여도 자꾸 말라가는 복이를 묘사한 부분이 내심 마음에 걸렸는데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이 책의 결말에  슬픔을 숨겨둔 것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복이는 행복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누구도 주기 힘든 사랑을 듬뿍 받고 세상을 떠났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거리에는 누군가가 버린 개들이 떠돌이가 되어 돌아다니고 있겠죠. 귀여웠을 때, 아기였을 때, 잠시 관심을 주다 귀찮아져서, 돈이 많이 들어서, 애정이 식어서 거리로 개들과 양심까지 같이 버린 사람들 때문에 말이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바라게 됩니다.
복이 엄마처럼 마음이 따뜻한 누군가가 그 개들의 좋은 주인이 되어 주길 말입니다.
<혀 없는 개, 복이>는 그들에게도 생명이 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감동으로 전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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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북멘토 가치동화 26
박현숙 지음, 김은주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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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에게 기다림은 한 번쯤은 경험해 본 시간들이죠.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기다리거나, 초조하게 어떤 결과를 기다리기도 하지요. 기다리는 시간 동안 행복할 수도, 불안할 수도 있도 있을 테고, 기다리는 시간이 죽을 만큼 싫을 수도 있겠죠.
'기다려'라는 제목에서 우리는 기다림의 다양한 감정들을 끄집어 낼 수 있을 거예요.
처음엔 하나의 이야기로 된 책인 줄 알았는데 5개의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가 담겨 있더군요.
짧지만 여운 가득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놀라운 것은 박현숙 작가의 첫 번째 단편집이라는 점이에요.
이 작가의 수상한 시리즈 참 좋아했는데 역시나 단편집도 좋네요.
 


이 책 제목이 된 <기다려>라는 이야기랍니다.
아파서 요양원에 가 있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는 미호의 일요일이 그려지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아빠는 요양원에 있는 엄마를 보러 가고 집에 남겨진 동생 미솔이는 일요일이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똥이 마렵다, 배고프다 하면서 미호를 괴롭게 하지요.
하지만 누구보다 똘똘했던 미솔이가 엄마가 아프고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퇴행하고 있음을 알기에 저는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어린데도 부모 노릇을 해야 하는 미호도 안타깝고 사랑을 받아도 모자를 나이에 엄마의 부재로 똘똘함을 잃은 미솔이도 안타까운 상황이네요.
엄마는 그래도 요양원에서 매일 미호에게 메일을 보냅니다.
어느 날 아빠의 생일을 앞두고 미호에게 아빠의 낡은 옷에 가슴 아픈 엄마는 생일 선물로 아빠의 티셔츠를 사라는 엄마의 부탁을 받게 되는데요.
엄마의 돈으로 미경이의 생일 선물로 비싼 핀을 먼저 사버린 미호는 아빠의 티셔츠를 살 돈이 부족해 버리게 되지요. 결국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엄마는 몸이 조금 좋아져 집으로  돌아와 혼내준다고 미호에게 기다리라고 했지만 그 약속 며칠 후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수술실로 들어가게 되고 맙니다. 미호는 약속을 어기는 걸 제일 싫어하는 엄마니까 그 약속도 꼭 지킬 거라고 믿으며 미경이 선물 사느라 아빠의 선물을 사지 못했던 것에 대해 엄마한테 꼭 혼나게 되기를 바라게 되네요.
티셔츠 사건 때문에 한동안은 엄마가 요양원에 더 있기를 바랐지만 지금은 엄마가 자신을 흠씬 두들겨 패도 좋으니 자신에게 꼭 돌아오기를 바라는 미호를 보면서 엄마를 향한 기다림이 얼마나 간절한지 느낄 수 있네요.
이런 동화를 읽을 때마다 정말 건강해서 아이들 마음 아프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집니다.
미호의 엄마는 분명 아이들에게 다시 건강하게 돌아오겠죠? 엄마가 건강히 돌아와 거짓말하고 엄마 돈을 함부로 쓴 미호를 혼내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동화 다섯 편 모두 꼭 기다림을 주제로 한 건 아니겠지만 제가 볼 때 모두 비슷하게 가족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기다림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다려> 뿐만 아니라 <먼 길>이라는 동화도 빗속에서 아파할 눈먼 할머니를 찾아다니던 죄송스러운 손녀의 마음을 담았고, <불량 과자>도 화재로 화상을 입고 삶의 의욕, 마음의 문까지 닫아버린 소방관이던 아빠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딸아이의 마음을 담았고 <마지막 손님>도 저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이발관이라는 장소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이 필요했다는 기다림을 표현한 게 아닌가 싶거든요. 또 가장 마음이 아팠던 마지막 동화 <운동화>는 자신 때문에 남한을 향해 국경을 넘다 다시 잡혀가 생사도 모르는 부모를 기다리는 성식이의 기다림이 낡은 운동화를 통해 가슴 아프게 그려지고 있답니다.
이런 성식이의 마음도 모르고 친구들은 성식이의 말투를 놀리고 북한의 안타까운 생활을 웃음거리로 삼지요. 우리는 왜 늘 약자 앞에서 유치한 강자 놀이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아이들은 때로는 어른만큼이나 잔인할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착한 본성이 꼭 들어있다고 전 생각해요.
처음에 동진이도 성식이를 못살게 굴고 놀리지만 운동화를 멀리 던져버린 장본인으로 죄책감이 컸겠지요. 그 운동화가 성식이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았으니까요.
 



소희의 도움으로 운동화를 찾겠다고 그림을 그려 학교에 붙이자 전교생들이 걱정해주고 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성식이에게 전해줍니다. 그것만으로도 성식이는 마음이 따뜻해졌을 것 같아요.
하지만 더 큰 감동은 동진이가 만들어주네요.
동진이는 하수구에 빠진 운동화를 건져내 운동화 세탁소에 맡겨 말끔하게 세탁을 하도록 해놓았군요. 본인이 져지른 일을 그래도 모른척하지 않는 걸 보면 성식이를 놀려대던 동진이도 꼭 나쁜 아이는 아니었나 봅니다.

다만 꼭 성식이에게 용서를 구하고 둘이서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또 성식이가 반대편 운동화도 꼭 세탁해서, 낡았어도 깨끗한 신발을 신고 엄마 아빠를 기다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기다림 끝에 꼭 만남이 있는 해피엔딩이기를 바래봅니다.

역시 박현숙 작가의 이야기답게 다섯 동화 모두 감동적이면서 상투적이지 않고 재미났어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코코>라는 애니메이션을 아이들과 보고 왔거든요. 가족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감동적이고 어떤 일이 있어도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고 돌아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역시나 가족의 소중함을 또 느끼게 됩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힘을 주는 것도, 살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살아야 할 힘을 주는 것도, 가족이라는 것을 이 책이 감동을 담아 전해주네요.
이야기는 길고 짧은 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긴 이야기가 아니어도 충분히 큰 주제를 담을 수 있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박현숙 작가님의 이 책이 첫 단편 소설집이라고 하셨는데 이제 단편집 많이 쓰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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