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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없는 개, 복이 - 생명의 소중함을 호소하는 떠돌이 개 이야기 ㅣ 즐거운 동화 여행 68
조희양 지음, 임종목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12월
평점 :
<혀 없는 개, 복이>를 읽으면서
아이들과 즐겨보는 동물농장 프로그램이 많이 생각나더군요.
아이들과 즐겨 보는 프로그램인데 그 안에서는 밝은 사연도 많지만 아픈 사연을 가진 동물들, 특히 개의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되니까요.
복이는 저자에게 진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책이라고 합니다. 혀 없는 개 복이를 만나 사랑을 듬뿍 주었지만 오래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이 책에 고스란히 녹여 놓았는데요.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때로는 사람들의 따뜻함으로 마음을 이리저리 움직이게 만드는 글이었어요.
오늘도 집 없이 찬 거리를 헤매고 다닐 떠돌이 개들이 복이처럼 좋은 주인을 만나게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복이는
떠돌이 개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났으니 제가 복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렇게
누군가 준 밥을 허겁지겁 먹을 때는 이름도 없었지요.
원래 멋지고 점잖은
셰퍼드이지만 혀가 없어서 먹는 모습은 전혀 멋스럽지 못해요.
나를 보면
아이들은 괴물이라고 소리쳐요. 그 소리가 억울하고 듣기 싫지만 복이가 좋아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참는대요.
맞아요. 이 책은 복이의 시선으로 서술이 된답니다.
나는
수다쟁이 아줌마를 만났어요. 아줌마는 내게 맛있는 음식도 주고 의사 선생님도 모셔와 나를 살펴보게 했어요.
선생님은 내 혀가 원래 없던 게 아니라 누군가가 잘라낸 거라고 하셨지요. 맞아요. 누군가 던져준
먹이를 먹고 잠들면서 고통이 찾아왔어요. 죽어라 도망쳐서 달리고 또 달려 겨우 살아남았던 거예요. 그렇게 떠돌이 개가 된거구요. 의사 선생님은
내가 아기를 가졌다고 했어요.
사람들은 내게 그때부터 먹을 것도 갖다
주고 복이란 이름도 지어 주었답니다.
방송에
나올 뻔하다가 못 나오고 나를 데려갈 사람은 바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나에게 엄마라고 하는 아줌마는 내가 있을 곳과 먹을 것을 마련해 주었어요.
또 말은 어찌나 많은지요. 신기한 것은 내 말도 알아듣는다니까요.
그리고
아기가 태어났을 때 혀가 없어 태를 찢어주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 강아지의 태도 닦아주었답니다.
이렇게
고마운 엄마인데 내 아기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버렸어요.
나도 알아요.
강아지들도 언젠가는 독립을 해야 한다는 것을요. 하지만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단 말이에요.
복이는 강아지를 실은 차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달리기
시작합니다.
모성이라는 것이 사람에게만 있겠어요. 아직 젖도 안 뗀
자식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일지.. 아마 혀 없는 고통보다 더하지 않았을까요?
한동안 엄마를 원망도 하고 힘들어 심통도 부렸지만 이내 복이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복이의
존재가 엄마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떠돌이 개가 빌라에 있는 걸 모두 좋아하지는 않겠죠. 누군가 계속 민원을 넣어 구조대원이 잡으러 오는 일도
생기면서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복이를 입양합니다.
하지만 집에서 큰
셰퍼드를 기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결국 시골에 사시는 친정 엄마 네로 복이를 데리고 가기로 하는데요. 복이도 엄마를 떠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처음엔
엄마만 오매불망 기다렸지만 이제는 할머니와 지내는 일도 괜찮아졌어요.
엄마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할머니를 만나러 왔고 덕분에 할머니는 자주 딸을 볼 수 있게 되어 복이에게
고마워했답니다.
엄마 역시 할머니와 자주 만나니 할머니께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진짜 효도를 할 수 있게 되어 좋아했어요.
가을에 들어온 개는 복을 가져온다더니 진짜 복이가 복덩이인가
봅니다.
책 말미에 작가의 복이를 향한 편지를 읽어볼 수
있는데요.
복이를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네요. 처음엔 진짜 있었던 이야기인지 모르고도 감동이었는데 복이가 실제로 있었던 개라고 하니 더 마음이 아프더군요. 이야기 끝부분쯤 잘
먹여도 자꾸 말라가는 복이를 묘사한 부분이 내심 마음에 걸렸는데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이 책의 결말에 슬픔을 숨겨둔 것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복이는 행복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누구도 주기 힘든
사랑을 듬뿍 받고 세상을 떠났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거리에는
누군가가 버린 개들이 떠돌이가 되어 돌아다니고 있겠죠. 귀여웠을 때, 아기였을 때, 잠시 관심을 주다 귀찮아져서, 돈이 많이 들어서, 애정이
식어서 거리로 개들과 양심까지 같이 버린 사람들 때문에 말이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바라게 됩니다.
복이 엄마처럼 마음이 따뜻한 누군가가 그 개들의 좋은 주인이 되어 주길
말입니다.
<혀 없는 개, 복이>는 그들에게도 생명이 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감동으로 전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