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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렇구나! - 융합 동시집 : 동시와 3학년 과학이 만나다 ㅣ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14
박행신 지음, 신경순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12월
평점 :
가문비어린이는 꾸준하게 동시집을 출간을 하고 있어요. 사실
동시집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장르는 아니지만 저는 아이들이 동시를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가문비어린이가 정기적으로 동시집을 출간하는 게 참 반갑고 고맙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에 나온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14 < 아하,
그렇구나!>는 정말 획기적이고 색다른 동시집이랍니다.
3학년 과학
내용을 동시와 융합시킨 융합 동시집이에요.
과학과 문학의 절묘한
만남이지요.
아주 이성적인 과학을 감성적인 시에 녹여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역발상 아닌가요?
관찰, 측정, 분류, 물질, 동물, 자석,
식물, 소리 등을 어떻게 시로 풀어냈을지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요. 역시나 간결하면서도 위트 있는 시들이 즐거움을
주었답니다.
아이들 과학 교과서를 보다 보면 처음부터 바로 단원을
들어가는 게 아니라 기초 탐구 활동이 있거든요. 이 책도 3학년 과학 교과서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기초 탐구 활동을 주제로 한 동시부터
선보인답니다.
시를 읽어보니 시 자체가 과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기보다는
과학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고 시에 담겨있는 과학적인 내용을 별도로 설명을 하거나 관련 내용을 정리해두었더라고요.
그래서 시를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키 재기>라는 시만 읽어봐도 시 자체가 가진 느낌은 귀여운 동시일 뿐이잖아요. 다음
페이지를 읽어보면 다른 동시집과 차별화되도록 과학적인 내용이 나온답니다.
<끼리끼리> 역시 동시는 가볍게 읽고 관련 내용도 가볍게 읽어보면서 과학적 상식을 키울 수
있네요.
물론 적나라하게 과학적인 시도
있어요.^^
하지만 시가 갖는 언어적 유희는 지성보다는 감성을 더
자극하고 있답니다.
시를 읽으면서 이 시에는 어떤 과학적 이야기를
풀어낼까 궁금증을 갖게도 하지요.
<화석에서 숨은 그림
찾기>라는 시를 통해 화석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그려내고 바로 옆 페이지에서는 화석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을 읽어볼 수 있어요. 3학년
1학기 2단원인 '물질의 성질'과 교과 연계가 되니 3학년 아들에게 읽히기 딱 좋은 시집이랍니다.
3학년뿐만 아니라 학년별 시집이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의 성격은 융합 동시집이에요. 과학과 시를 잘 버무린
책이죠.
동시를 읽고 관련 과학 지식도 쌓게 되지만 꼭 과학적인 풀이만
하지는 않아요.
<달팽이와 할머니>라는 시를 읽고 마음은
충만해지고 '달팽이 나들이'부분을 읽으면 그림이 그려지는 또 다른 시를 읽는 느낌을 주네요.^^
<달래 안으려고>는 시가 오히려 과학적이고 옆
페이지의 내용이 오히려 시 같아요.
어쩌면 과학은 자연의 아름다운 시
같은 감성을 담은 학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귀 막아라>라는 시를 읽고 '싹둑싹둑'이라는
글을 함께 읽으면서 두 내용의 연관성을 생각해봤어요.
시끄러운 소리를 못
듣게 하려고 귀를 막는 내용과 정원사 아저씨가 나무를 자르는 소리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솔직히 몇 번을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작가의 머리말을 다시 읽어봤어요. 동시와 잡다한 이야기를 곁들여 과학 세계와 예술 세계가 어우러진 더 넓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소망
때문에 이 동시집을 쓰셨다고 하더라구요.
어쩌면 꼭 동시와 과학을
접목시키려는 것도 저의 편견과 욕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다시 한번 두 글을 읽어보니 이렇게 정리가 되네요.
시끄러운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소리도 그 소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정원사 아저씨가 나무를 예쁘게
하려고 싹둑 자르고 있지만 거기에서 나무들이 아파하는,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담은 게 아닌가
하고 말이죠.
시라는 것은 시인이 전하고 싶은 감정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를 독자의 마음으로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색다른 시들이 모여있는 이 책은 정말 신선했고 과학적 접근과
문학적 접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재미난 책이었어요.
과학적 상식뿐만
아니라 저자가 전하고 싶은 많은 예쁜 이야기들을 함께 읽어볼 수 있어서 꽤나 만족감이 높았답니다.
이 책을 읽으면 과학은 자연이 전하는 아름다움이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고 시의 소재의 폭을 넓게
생각할 수 있게 해줄 거예요
3학년뿐만 아니라 다른 학년의 과학도 동시와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지 기대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