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영웅 나일심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3
이은재 지음, 박재현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에 '소공녀' 책을 수십 번 읽으며 나에게도 나중에 나타날 부자 부모가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기대했던 게 생각이 났어요.
시골에서 평범하게 살던 나에게 소공녀처럼 나를 이 생활에서 구원해 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거겠죠.
부자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는 것으로 부자만 한 것도 없다 싶기도 합니다만,

<가짜 영웅 나일심>을 읽으면서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
무겁고 씁쓸하고 우울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 진지하게 읽게 되는 책이었어요.
 사업으로 잘 나가던 아빠가 말 그대로 쫄딱 망했어요.
아빠는 일심이에게 영웅 같은 존재였는데 사기를 당해 모든 걸 잃고 난 후 술만 마시다 폐인처럼 돼버린 후에야 요양원으로 갔고, 남아있는 엄마와 동생 진심이는 고모가 빌려준 보증금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동네의 허름한 반지하로 이사를 갔지요. 사립학교에 다니고 못하는 것이 없던 일심이에게는 이 상황이 믿고 싶지 않은 꿈같은 일이었을 거예요.
바퀴벌레가 들끓고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아무것도 없는 이 작은 반지하에서의 생활이 당분간이 아니라 영원할까 봐 두려웠겠죠.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도 일심이는 마음을 열지 않았어요.
자신이 이렇게 가난하고 별 볼 일 없는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겠지요.
약해지지 않으려고,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자신을 더 방어하고 친구들과 벽을 쌓으려는 일심이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네요.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니까.

그러다 정신적으로 살짝 부족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일심이를 좋아하고 따르는 가득이를 보면서 일심이는 가득이와 자신의 위치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바보 왕자 가득이네가 부자이고 좋은 부모님이 있으니 가득이와 자신의 자리가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이 어느새 자신이 가득이네 집 아들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되는데요.
어느 순간 자신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이 진짜라고 믿어버리는 일이 일심이에게 일어납니다.
 가득이가 오토바이에 치일 뻔한 사건을 통해 영웅처럼 대접받고 표창장과 어린이 보안관 명패까지 손에 쥐자 일심이는 점점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해요.
명패를 방패 삼아 아이들을 쥐락펴락하고 심지어 아이들의 돈은 은근히 갈취하는 행동까지 하게 됩니다.
명패가 그렇게 상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이 사실인 것으로 둔갑을 하게 되면서 일심이는 그렇게 점점 상상한 대로 진실인 양 행동을 해요.
뭔가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아무도 일심이의 변화를 알지 못하죠.
거짓말을 일삼고 가득이네서 찍은 사진들을 sns에 올리며 마치 모든 게 해결되고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려 애쓰고 있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현재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심이를 보면서 이제는 도가 지나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엔 너무나 갑작스러운 주변의 변화와 일심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큰 충격이 있었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친구들뿐만 아니라 선생님, 더 나아가 교장선생님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지요.
결국 모든 것들이 들통났고 아이들은 일심이가 미친 거라고 했지만 일심이는 마음에 깊은 병이 든 거였어요.
아이들 책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병인데 일심이가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했어요.
현실과 상상을 분간하지 못하는 상태로, 현실을 상상으로, 상상을 현실로 착각하고 혼란을 겪는 병인데 일심이의 상태를 생각하면 그 병이 맞는 것 같죠?
그래도 다행이에요. 단순히 상황을 이용하는 나쁜 거짓말쟁이가 아니라서 말이죠. 그렇다면 더 속상하고 안타까울 것 같거든요.
 마음의 병은 또 다른 마음으로 치유할 수 있어요.
현재의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힘들어했던 일심이지만 진짜 마음을 주는 가득이와 성빈이의 진심이 일심이를 다시 올바르게 일으켜 세워줄 거라 믿어요.

누구나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현실 부정일 거예요.
이게 진짜일리 없다는 마음에 단지 꿈일 거라고 부정해버리는 거죠.
하지만 현실을 부정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부정하고 싶은 그 마음이 강해져서 일심이는 상상을 현실처럼 느끼고 가짜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요. 솔직히 일심이가 가득이와 성빈이, 그리고 반 친구들과 선생님의 믿음으로 다시 일어난다 해도 여전히 아빠의 빈자리와 가난한 살림은 그대로라는 것이 마음이 아팠네요.
가난하다고 모두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일심이가 이 상황에서도 꼭 행복할 수 있는 무언가, 마음의 위안이 되는 무언가를 꼭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일심이가 가짜 영웅 행세를 하긴 했지만 치료를 받고 진짜 멋진 어린이 보안관이 되어 학교에서 인정받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것으로나마 마음이 풍족해지기를 바라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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