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놀음
박우근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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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있는 역사 소설 너무 좋아요.
영화도 드라마도 역사를 바탕으로 하면 뭔가 더 사실적인 느낌과 동시에 상상력을 자극해서 좋던데 소설 역시 그런 느낌이에요.
요즘은 아이들 책으로 주로 역사소설 읽었는데 간만에 저를 위한 역사 소설 읽으며 흠뻑 빠졌어요.
우리 신화와 전설, 역사가 융합된 신화 역사 소설 <구렁이 놀음> 은 저자가 변호사로 활동하며 처음 세상에 내놓는 첫 소설인데요. 다음 작품 기대해보렵니다.
 



먼저 제주도의 설화인 설문대할망과 안칠성, 안칠성이 낳은 뱀 중 다섯째 아들인 천구아구대맹이의 이야기까지 소설의 바탕이 되는 설화에 대한 설명이 먼저 나옵니다. 이걸 알고 소설을 읽으면 훨씬 몰입하기 좋답니다.
뒤에 이야기 속에 등장하니 미리 호기심 자극에도 적합했죠.
 


이 책의 주인공 서련이 등장합니다.
출신도 남달랐지만 호랑이를 잡는 모양새가 비범했죠. 무과 초시 급제하고 복시와 전시를 보러 한양으로 가는 길에 한마을을 지나가는데 초상집이 있어 들렀더니 호랑이한테 외아들이 변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마을 사람들과 함께  호랑이를 잡기로 했는데 호랑이가 외조부의 목소리로 서련을 불러내는 거예요. 정신을 차려 다행히 화살로 눈을 뚫고 호랑이에 매달려 검으로 찔러 죽이니 보통 청년은 아니었죠.
이후 서련은 급제하여 제주 판관 벼슬을 받아 제주도로 내려갑니다. 그곳에서 외조부와 친분이 있던 김목사를 만나게 되는데요. 관덕정을 둘러보던 차에 제단에 신을 모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여기서 유래를 듣게 되는데 관덕정 창건 당시의 비화가 있더군요. 그것이 처음 이야기 나왔던 내용과도 관계가 있구요.
책을 읽다 보면 이게 첫 책이 맞나 싶을 만큼 문장이 상당히 매끄럽고 좋더라구요. 
 


서련은 해녀 마들레와 하룻밤 새에 사랑에 빠지고 마는데요.
문도령과 자청비를 모시는 세경신당에서 언약을 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문도령과 자청비에 대한 내력을 일러주는데 이런 내용들이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더라구요.
마들레와 헤어져 관아로 돌아온 서련은 김녕마을이 공납이 면제가 되는 이유를 듣게 되는데 여기에 처음 소개가 되었던 내용이 연관이 있었어요.
천구아구대맹이한테 매달 보름에 소나 돼지를 한 마리씩 올리고 시월 보름에는 처녀를 신부로 바치는 대신 공납과 부역을 면해 준다는 사실이지요.
서련은 매인심방이 백성들의 제물을 갈취한다고 생각해 매인심방을 잡아들이게 되는데 매인심방 또한 그 카리스마가 만만치 않더군요. 기어이 서련은 매인심방이 불러낸 거대한 구렁이를 보게 되는데요. 진짜 미신 같은 존재가 현존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죠.
근데 여기서 저는 초반에 서련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가 매인심방을 다루는 이미지와 사뭇 달라서 이질감이 조금 느껴지더라구요.
호랑이와 대면했을 땐 반듯하고 용맹하고 침착한 느낌이었는데 매인심방을 다룰 땐 뭔가 서두르고 현명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온갖 신들이 등장하고 그 신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나오는데, 서련을 중심으로 한 인간 세상과 신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섬의 신비로움이 더욱더 빛나게 합니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바다와 바람으로 늘 두려웠을 섬사람들이 신들에게 많이 의지했을 거라는 느낌도 들고 그런 설화를 소설로 잘 버무린 느낌이 들어요.
처음엔 너무 익숙지 않은 내용들이 많이 등장해서 머릿속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지만 서서히 저자의 필력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더군요.
자청비와 문도령의 갑갑한 사랑도, 서련과 마들레의 불같은 사랑, 대맹이와 서련의 서슬 퍼런 대립 등 다양한 갈등 구조와 흥미로운 소재가 가득한 이야기라 손에서 책을 놓기가 힘들더라구요.
신들이 모여 인간 세상에 대해 논하는 모습도 흥미로웠고 신의 도움을 받는 서련의 모습도 신비로움을 담고 있었답니다. 서련이 목숨을 걸고 영등할망이 주는 파산검을 얻어 제주를 들쑤시고 있던 대맹이를 없애려 가는 모습, 대맹이와 서련의 한판 승부도 책 말미의 거대한 볼거리였어요.

결국 대맹이를 죽이고 서련도 죽고 말았는데요. 생각지도 않은 결말이었어요. 서련과 마들레가 사랑을 이룰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책 말미에 후일담으로 이야기가 더 나오는데 서련이 대맹이를 잡는 모습을 흉내 내어 시만곡대제 때마다 가짜 구렁이를 만들어서 칼로 찌름으로써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풍속을 '구렁이놀음', 또는 '구렁이놀이'라 한다고 하네요.

제목의 이유를 책 끝에 와서야 알게 되었네요.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제주도에 내려오는 실제 설화인가 궁금하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관련 내용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기도 했답니다. 대부분 제주도에 내려오는 이야기가 맞더군요.

저자가 첫 책으로 신화 역사 소설을 썼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책 내용이 나름 스토리가 탄탄하여 전설과 소설이 정말 하나처럼 잘 어우러져 흡입력이 있었어요.

제주도라는 섬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더해주기도 했던 <구렁이놀음>

저자가 느꼈던 제주도의 묘한 신화와 전설이 저자의 글로 새롭게 탄생했고 그 글을 통해 저도 몰랐던 제주의 신화와 전설을 알게 되어 반가웠네요.

제주도에 가면 꼭 김녕사굴에 가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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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에 가고 싶다
이재호 지음, 김태식 사진 / CPN(씨피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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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표지가 반듯한 느낌을 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표지를 들춰내면 화엄사의 종소리가 들리는 듯, 스님의 염불소리가 들리는 듯, 전국 팔도의 알지도 못하는 그 절들 어딘가를 걷는 기분으로 시를 읽게 된다.
괜스레 여행이 떠나고 싶어진다.
고즈넉한 절간의 고요함 속에도 있어보고 싶고 절을 품은 숲 속을 말없이 걸어보고도 싶다.
바쁜 도시생활에, 커가는 아이들 보며 요즘은 인생의 속도가 삶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 밖은 2배속, 3배속인데 나는 늘어진 테이프 같다.
그래서 이 시들이 나를 더욱 위로했는지 모른다.
 


사진에도 한참, 시에도 한참 눈길이 따로따로 머무른다.
화엄사를 가 본 적은 없지만 뭔가 정적 속에 힘이 느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달빛을 잡아다 차 한잔하려 한다는 시 문구가 화엄사와 잘도 어울린다.
화엄사 시들은 외롭다. 그리고 서글픈 옛 시조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유배된 어느 선비의 글처럼 ~
 




시라기보다는 수필처럼 느껴진다.
나는 금강 스님을 만난 적은 없지만 뭔가 글에서 그 사람에 대한 향기가 나는 듯하다.
꽃이라 꽃 같고, 풀이라 풀 같아서 스님을 생각하면 입술 동그랗게 미소가 머금어진다는 스님을 향한 저자의 마음이 설레는 짝사랑의 그것과 닮은 것 같다.
 



사진을 보고 그곳을 상상한다.
저자가 이곳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시를 썼을까 궁금해졌다가 사진을 보며 이해한다.
그리고 나도 보광사 토방에 앉아 독경소리를 들으며 가을을 바라보고 싶다.
나이가 드니 고즈넉함이 좋고 조용함이 좋다.
불교인이 아니지만 절이 좋은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일까?
 


절을 찾는 그의 시에는 외로움이 묻어나는데 그리고 유독 사랑에 대한 시가 많다.
외로움과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니던가?
쉽지 않은 단어와 쉽지 않은 내용~
그의 시는 쉽사리 읽혀지지가 않는다. 꼭꼭 씹고 또 곱씹어 본다.
그래야 머리가 이해를 하고 마음이 이해를 한다.
 


사진을 보자마자 마음이 저절로 간다.
주제별로 비슷한 제목의 시들을 이어서 읽다 보면 이 시인이 그 주제에 어떤 느낌을 갖고 있는지를 살짝쿵 알 것도 같다.
어쩌면 내 멋대로 해석하고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뭐 어떠랴~
시는 원래 읽는 사람의 마음대로 해석해도 되는 거 아닌가? 하고 되지도 않는 우기기를 해본다.^^
비 오는 날 구멍 난 신발 밑창으로 비가 들어오는 것을 가을이 스미고 있다는 표현이 그저 좋았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했던가?
시인은 정말로 시인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햇살을 쓰고 사랑을 쓰고 별의 선율을 쓰고 숨소리를 쓰고 내 가슴을, 단지 사람을 쓴다고 했다. 그것이 쉬운 일인가?
그는 시인이다. 그가 비록 부정을 한다 해도~~
 



내가 바라는 이생의 마지막 날은 어떤 날일까?
시인의 마지막 날은 참으로 시적이군.
반백의 머리카락 내 가슴에 비처럼 날리는 날.
그런 날은 어떤 날일까 궁금도 하다.
 

전체적으로 고즈넉한 절을 닮은 시들이었다.

꽃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외로움에 차있는 저자의 글들이 때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뭔가 깊이가 느껴진다.

순간순간  저자에게 시상이 떠오른 그 순간에 시를 쓴 느낌이 들 정도로 현장감이 느껴지고 또 어떤 시에서는 지독한 고독감과 우울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이면으로 진심으로 사랑하고픈 마음이 보여지기도 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들이 있어 이 분이 어떤 걸 좋아하는구나 느껴지기도 했다.

어려워서 천천히 읽어야 하는 시들도 있었고, 가벼운 사랑 이야기 느낌도 있었고, 옛 선비가 쓴 시조 같은 느낌도 있었다.

오래간만에 feel 충만한 시를 읽으며 절에도 가고 가을도 가고 봄에도 다녀왔다.

봄이 오면 진짜 절에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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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맛 철학
정수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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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려운 것, 철학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심오한 그 무엇으로 우리에게 선입견을 갖게 하는 학문이지요.
철학이라고 하면 고매한 철학자들의 머리 아픈 이론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열일곱의 맛 철학>을 읽다 보면 철학은 어쩌면 어려운 게 아니고 '우리도 늘상 하고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어요.
무언가를 보고 듣고 그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만으로도 철학에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 바로 <열일곱의 맛 철학 >이었답니다.
 



맛 철학이라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철학의 이야기를 음식으로 시작해요.
열일곱 살의 청소년이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는 재미있는 발상으로 시작하는데요.
우연하게 글쓰기 동아리에 들어간 풍미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먹는 이야기로 글을 한번 써보라는 국어샘의 권유로 블로그를 개설하고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사실 저도 블로그를 하고 글을 쓰지만 글이라는 것이 잘 쓰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쓴다는 것 자체는 어려운 게 아니죠.  한번 두 번 쓰다 보면 기록의 묘미를 느낄 수 있고 또 쓰기가 반복이 되면 실력도 조금씩 향상되구요.
글을 쓰다 보면 저절로 '생각'이라는 것을 더 하게 되고 그것이 이 책처럼 철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이 가장 말하고 싶은 건 철학이라는 것이 나와는 무관한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인 듯해요.
철학은 철학자만이 할 수 있는 거라는 큰 틀을 깨고 누구나 철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게 아닐까 싶네요.
17살 풍미가 가장 좋아하는 먹거리를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그 글에서 철학이라는 것이 시작되고 있거든요. 철학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삶과 죽음의 문제와 밀접하다는 것과 그것이 먹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먹거리와 철학의 연결고리를 찾은 거죠.
맛으로 즐거움을 주던 한 식빵 가게가 프랜차이즈에 밀려 문을 닫게 되는데 이것을 통해서 자본주의와 생태계 피라미드,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글을 쓰지 않았다면 문 닫는 식빵 가게를 통해 더 이상 맛있는 식빵을 못 먹겠구나 하는 아쉬움으로 끝나지 않았을까요? 자본주의, 생태계 피라미드, 그리고 나에 대해서 생각의 연결고리가 이어지지는 않았겠지요.
철학의 시작은 사고이겠지만 그것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 주고 이어지게 하는 건 글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풍미의 글에 깊이를 더해주고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쉼 샘의 한 스푼~
풍미의 글에 딱 한 스푼만 얹겠다는 선생님의 글이지만 풍미의 글에서 시작된 철학의 씨앗이 열매로 정리되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풍미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는데 그 글에 자신을 아는듯한 누군가가 덧글을 달기 시작합니다. 사실 블로그가 사적인 공간이면서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처음에 저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나를 아는 사람은 내 글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 생각, 내 글 솜씨를 오픈하는 게 영 부끄럽더라구요. 풍미가 느끼는 감정에 저 역시 공감을 했기에 이 글을 읽으면서 더 몰입을 했던 것 같아요. 매운 떡볶이를 먹으며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고자 했던 풍미는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의 실체가 부끄러움이었다는 깨닫게 되고 자신이 글을 쓴다는 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가로 생각이 이어집니다.
 부끄러워하는 일도 때로는 필요한 것이며 과연 부끄러워하면 뭐가 좋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요.
벌써부터 쉼 샘이 어떤 코멘트를 달아주실지 궁금해지더군요.
 

쉼 샘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인 수오지심에 대해 알려주시네요.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악함을 미워하는 마음과 관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부끄러움이 무엇이길래 맹자가 이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데요. 일제 강점기의 시인 윤동주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안타까움 속에서 부끄러움을 느꼈으며 대통령을 탄핵시켰던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부끄러움이 현실을 바꾸었음을 알려주셨어요.
우리가 작게 생각했던 부끄러움이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네요.
 



아이들이 가장 철학적일 수 있는 순간은 바로 공부와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할 때가 아닐까요?
이만큼 살아보니 공부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학생 때는 그것이 전부가 되어 버리고 그것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과 잣대가 되어 버리니까 말이죠.
냉장고 안 각자의 자리에 박혀있는 31가지 아이스크림이 교실 속의 자신들 같았다는 풍미의 이야기에 큰 공감이 되더군요. 선택받는 아이스크림과 인기 없는 아이스크림. 선택받지 못해서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못 먹을 맛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가장 팔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맛을 선택한 풍미는 가끔은 다른 기준으로 다른 맛을 먹어어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조금씩 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그 생각에 깊이가 더해지면 기준이 달라지는 사람이 되겠지요. 가벼운 사람보다는 묵직한 사람이 될테구요.
이 책의 끝에 풍미가 어떻게 변모해 갈지 참 궁금해지더군요.
 



점점 글에서 풍미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요.
글을 쓰다 보면 그동안과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돌아보게 되고 좀 더 진지해지죠. 그게 풍미의 글에서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집에 의외로 먹을게 제일 없다는 풍미의 깨달음이 주부로서 왜 그리 공감이 되던지요.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김치와 고추장을 밥에 비벼 김으로 싸먹으면서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삼시 세끼가 당연한 것이 아니었으며 정리되지 않은 집을 바라보며 가장 중요하고 사적인 공간인 집이 무관심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외할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집을 정리하는 풍미를 보면서 글쓰기와 철학적 사고가 풍미를 변모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개인적인 사소한 일들부터 전 국민적으로 화제가 된 일들까지 다양하기도 하고 소소하기도 한 이야기를 음식과 연계하여 풍미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어요.
17살 고등학교 남학생인 풍미의 생각과 글을 통해 우리는 풍미를 따라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쉼 샘의 글을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사고를 하게 됩니다.
철학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구나, 누구나 철학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쓴다는 것의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저도 블로그에 다양한 글을 쓰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는 일은 드물거든요.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글을 써보고 싶기도 하지만 이내 내 글이 미천해 보여 지워버리고 말아요. 풍미처럼 용기를 내보면 시간이 흐른 후 훨씬 훌륭한 글이 될 텐데 그럴 기회조차 나에게 주지 않았구나 싶어서 아쉬운 마음도 들었답니다.

철학도 좋지만 저는 글쓰기의 힘을 이 책이 더 강하게 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쓴다는 것은 그저 글자를 끄적이는 게 아니라 세상을 더 관심 있게 바라보게 하고 살아있는 언어를 만들어 내며 나만의 가치관을 만들어 내게 하니까요.

이 책 참 재미있습니다.

제가 혼자 읽다 여러 번 킥킥거리니까 13살 딸도 아주 궁금해하더군요.

제가 다 읽고 건네주겠다고 하니 꼭 읽어본다네요.

마음이 풍선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듯한 불안한 사춘기 딸아이에게도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지 저는 그게 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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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어린이회장 만들기 작전 즐거운 동화 여행 13
김희숙 지음, 박미경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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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봄방학을 하기 전에 전교 어린이회장 선거가 있었어요.
6학년이 되는 딸아이에게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지만 별로 하고 싶지 않다며 출마를 하지 않았어요.
다만 선거에 출마하는 몇몇 친구들이 딸아이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는데 딸아이는 어느 누구만 도와주면 다른 친구가 속상해할 거라며 중립을 지키더군요.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대응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전교 어린이회장 만들기 작전>은 선거를 준비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는 책이랍니다.
새 학기가 되면 전교회장뿐만 아니라 각 반의 반장선거도 이루어질 텐데요.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직책을 맡는다는 것의 책임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미주는 회장 선거가 있다는 말에 진영이를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요. 본인은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장하기 힘들 거라 생각해서 진영이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로 하는데요. 보통은 본인이 나서거나 무관심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친구를 적극 추천하는 미주를 보면서 색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소극적이던 진영이도 미주와 승인이의 응원에 회장 선거에 나가기로 하고 셋은 구체적인 전략을 함께 짜기로 합니다.
 

상대들의 인기 포인트를 체크하기도 하고 동생들 표를 얻기 위해 승인이 동생인 승재를 4학년 홍보기사로 영입하기도 하지요.
진영이는 선거 공약을 생각하고 미주와 승인이는 선거 구호 문구와 소품들을 생각해 오기로 하는데요. 솔직히 이 글을 읽으면서 선거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친구가 있는 것도 현실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이 세 명의 우정이 참 예쁘면서도 부러웠어요.
 내 아이들에게도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참 좋겠다 싶기도 하구요.
남자애 표를 얻기 위해 현선이를 선거 캠프에 들어오라고 부탁하는 등 적극적인 미주가 참 멋지더군요.
미주가 회장으로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기도 했지만 그래서 진영이를 아무 사심 없이 도와주는 미주가 더 근사하게 느껴졌어요.
  


선거를 즐기면서 재미있게 참여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지요.
서로 목소리만 높여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선거 전략을 세우고 그것을 즐겁게 표현하며 선거 기간 자체를 즐기는 진영팀의 모습은 어른도 배워야 할 선거전략이더라고요.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드디어 투표날!
조마조마하게 투표 결과를 기다리던 진영, 미주, 승인이에게 회장 당선이라는 기쁜 소식이 날아옵니다.
열심히 선거를 하고 당선이 되는 스토리에서 끝났으면 아쉬울 뻔했는데 당선 이후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답니다. 서로 수고한 부분에 대해 고마워하고 공로를 인정해주며 당선의 기쁨도 즐기고 앞으로 학교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도 하는데요.
 



아빠 회사 화장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화장실에 꽃을 두어 화장실을 예쁘게 바꾸고 등교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회의 시간에 건의를 하기도 했지요.
또 수재민을 돕기 위한 성금을 안건으로 내서 모금을 하고 방송국에 성금을 내기도 했답니다.
이 모든 것은 미주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의견을 내기에 가능했고 진영이 역시 그것을 알기에 미주에게 정말 고맙다고, 친구여서 행복하다고 진심을 전하지요. 어찌 보면 회장인 자신보다 더 열심인 미주가 곱게 안 보일 수도 있을 텐데, 본인이 아이디어를 내고 열심히 하지만 회장에게로 그 공이 다 가서 미주 입장에서 속상할 수 있을 텐데 두 아이는 그런 마음을 갖지 않고 서로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이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저자가 넌지시 보내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미주와 진영이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어요.
학교 신관을 짓는데 여자 화장실을 남자 화장실보다 더 늘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에 대해 조사를 한 후 교장선생님을 찾아갑니다.
이미 계획이 되어있는 일이라 변경이 쉽지는 않겠지만 교장선생님도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그냥 무시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반응을 해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어른의 올바른 피드백이 있어야 아이들도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선거를 하고, 당선이 되고, 맡은 역할을 하면서 의견을 제시하고 조율하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미주와 진영이, 그리고 교장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민주주의는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닌,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알려주었어요.

전교 회장인 진영이보다 미주가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색다른 캐릭터라는 생각도 들었고 참신한 스토리 전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학기에는 미주가 회장을 나가보면 어떨까 싶기도 했구요. 진짜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우리는 우리를 대신할 사람들을 뽑기 위해 투표를 하지요. 하지만 투표가 끝났다고 해서 우리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잖아요. 
미주가 진영이가 전교 어린이 회장이 되도록 열심히 돕고 나서 회장이 된 후에도 진영이를 돕고 관심을 갖고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우리가 뽑은 사람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하고 있는지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자신들이 뽑은 전교 회장이 열심히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주며 멋진 캐릭터 미주가 현실에도 있어주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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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인형 캔디 틴틴 로맨스 시리즈 1
한예찬 지음, 오묘 그림 / 틴틴북스(가문비)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소녀들의 감성을 풋풋하게 건드리는 틴틴로맨스 시리즈 1권 <말하는 인형 캔디>읽어봤어요.
저도 참 재미나게 읽었지만 역시 소녀감성 꽉 찬 13살 딸아이가 참 좋아하며 읽더라구요. 틴틴로맨스 시리즈 1권으로, 이제 시작인데 언제 2권 나오느냐고 벌써 기다려요.
버려진 인형이 사람이 되고 말을 하는 상황이 다소 황당하기는 하지만 그런 판타지가 아이들에게는 더 몰입이 되는 요소겠지요?
삽화도 순정만화 스타일이라 여자친구들 마음에 쏙 들어 할 거예요.
 


이 책의 주인공 찬수는 아역배우에요.  580대 1의 경쟁을 뚫고 '열두 살'이라는 영화에 캐스팅되었는데요. 나은이와 함께 성인 배우의 아역을 맡게 되었지요.
함께 연기를 하면서 둘은 친숙해지게 되는데 그런 가운데 이 책의 스토리 중 중요한 소품인 인형이 등장합니다.
연기에 필요해서 쓰레기장에서 찾아온 캔디 인형인데 나은이가 연기에 쓰고 다시 버려질 뻔한 그 인형에 찬수는 마음이 쓰이게 돼요.
그래서 찬수는 스태프들이 앉는 의자에 앉혀주고 혼잣말처럼 인형에게 말을 걸어주었는데요. 그 인형이 고맙다고 말을 합니다. 물론 처음에 찬수는 믿을 수 없었지만요. 그래서 인형을 버리지 않고 자신의 가방에 넣어 집으로 챙겨갑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나요.
가방 속에 있던 인형이 가방 속에서 꺼내달라고 말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인형을 꺼내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인형이 점점 커져 사람처럼 되었고 자신은 캔디라며 마녀의 저주에 걸려 인형이 되었고 누군가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면 사람처럼 변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누군가가 마음 깊이 사랑해 주면 다시 사람이 될 수 있고 잃어버린 기억도 찾을 수 있다고 했죠.
찬수가 인형에게 말을 걸어주어 캔디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거였군요.

 


찬수는 캔디를 천천히 살펴보았고 캔디가 참 예쁘다는 걸 알았죠. 그리고 캔디가 입고 있는 빨간 드레스가 거추장스럽다는 것을 깨닫고 누나의 옷을 입도록 해주고 누나의 신발을 신게 하고 미용실에 가서 눈에 띄는 금발을 흑발로 염색을 시켜주었어요. 그러자 캔디는 더 예뻐졌고 찬수의 마음은 싱숭생숭해졌어요.
아마도 마음속에 캔디에 대한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기 때문이겠죠?^^
 


사람이 되어버린 캔디를 찬수가 부모님한테 들키지 않고 어떻게 함께 지낼 수 있을까 저도 걱정이 되었는데 캔디는 마음대로 인형으로는 변할 수 있었더라구요. 다만 사람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찬수의 입맞춤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이렇게 찬수와 캔디의 신비로운 동거가 시작됩니다.
찬수와 캔디의 판타지 가득한 일상도 재미있지만 아역배우인 찬수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 또한 이 책이 주는 재미랍니다.
 


여기에 나은이가 귀여운 악역으로 찬수와 캔디 사이에 등장하게 되지요.
찬수를 좋아하는 나은이가 자신은 멀리하면서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다고 하니 찬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되는데요. 캔디의 존재 때문에 불안불안하네요.
더군다나 찬수는 캔디를 향한 마음 때문에 나은이와 함께 찍는 영화에 몰입을 할 수 없게 되고 감독님의 지적을 자꾸 받게 되지요.
솔직히 갑작스레 나타난 캔디의 존재 때문에 찬수의 일상이 흔들리는 것 같아 저는 걱정이 되더라구요.
 



엄마한테 거짓말을 하고 캔디와 놀이동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찬수의 모습을 보면서 이해도 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는데요. 찬수를 눈여겨보고 있던 나은이에게 결국 캔디의 비밀을 들키게 되고 질투에 눈이 먼 나은이는 캔디를 없애기로 마음을 먹게 됩니다.

찬수와 캔디가 롯데월드에 놀러 갔을 때 나은이는 캔디를 못살게 굴었고 순간 인형으로 변해버린 캔디를 들고 달아나버린 거죠. 나은이는 캔디를 쓰레기봉투에 버렸고 쓰레기 분리수거함에 버렸지만 찬수는 캔디를 찾아내고 엉엉 울면서 자신의 미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태어나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해 본 적이 없다면서 말이죠.^^ 
입맞춤으로도 몸이 바뀌지 않던 캔디가 찬수의 눈물과 진심 어린 고백으로 다시 깨어났고 사라졌던 기억도 다 생각이 나게 되었어요.
 


캔디는 찬수에게 자신이 요정나라의 요정이었으며 인간 세상을 궁금해하던 자신이 마녀의 꼬임에 속아서 인형이 되는 마법에 걸렸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하나는 인간 세상에서 10년간 인간으로 살다가 요정나라로 돌아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장 요정나라로 돌아가서 10년 후에도 찬수의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완전한 사람이 되어 이곳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찬수는 그 마음 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10년 후에 꼭 돌아와 자신의 여자친구가 되어달라고 캔디에게 말합니다.
둘은 마지막 입맞춤을 하고 이별을 맞이합니다.


솔직히 살짝 오글거리는 부분이 없지 않았어요.
초등학교 5학년인데 현실적으로 (물론 캔디의 존재 자체가 이미 비현실적이지만) 이런 전개가 가능한가 싶기도 했죠. 하지만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니까 안될게 뭐 있겠어요?^^ 그 부분이 아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걸 텐데요.
찬수가 버려진 인형에 마음을 주고 그 인형이 사람이 되는 과정들이 어린 독자들의 마음을 이미 흔들어 놓았고 인형이었다가 사람으로 변하며 늘 함께하는 찬수와 캔디 사이에 아무런 감정이 안 생기는 게 더 이상한 거죠. 둘 사이의 꽁냥꽁냥 로맨스가 귀엽기도 했어요.
10년 후의 약속이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 그 이후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지면서 10년 후의 캔디와 찬수의 이야기가 다시 만들어져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 2편 이어서 쓰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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