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놀음
박우근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요즘 재미있는 역사 소설 너무 좋아요.
영화도 드라마도 역사를 바탕으로 하면 뭔가 더 사실적인 느낌과 동시에 상상력을 자극해서 좋던데 소설 역시 그런 느낌이에요.
요즘은 아이들 책으로 주로 역사소설 읽었는데 간만에 저를 위한 역사 소설 읽으며 흠뻑 빠졌어요.
우리 신화와 전설, 역사가 융합된 신화 역사 소설 <구렁이 놀음> 은 저자가 변호사로 활동하며 처음 세상에 내놓는 첫 소설인데요. 다음 작품 기대해보렵니다.
 



먼저 제주도의 설화인 설문대할망과 안칠성, 안칠성이 낳은 뱀 중 다섯째 아들인 천구아구대맹이의 이야기까지 소설의 바탕이 되는 설화에 대한 설명이 먼저 나옵니다. 이걸 알고 소설을 읽으면 훨씬 몰입하기 좋답니다.
뒤에 이야기 속에 등장하니 미리 호기심 자극에도 적합했죠.
 


이 책의 주인공 서련이 등장합니다.
출신도 남달랐지만 호랑이를 잡는 모양새가 비범했죠. 무과 초시 급제하고 복시와 전시를 보러 한양으로 가는 길에 한마을을 지나가는데 초상집이 있어 들렀더니 호랑이한테 외아들이 변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마을 사람들과 함께  호랑이를 잡기로 했는데 호랑이가 외조부의 목소리로 서련을 불러내는 거예요. 정신을 차려 다행히 화살로 눈을 뚫고 호랑이에 매달려 검으로 찔러 죽이니 보통 청년은 아니었죠.
이후 서련은 급제하여 제주 판관 벼슬을 받아 제주도로 내려갑니다. 그곳에서 외조부와 친분이 있던 김목사를 만나게 되는데요. 관덕정을 둘러보던 차에 제단에 신을 모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여기서 유래를 듣게 되는데 관덕정 창건 당시의 비화가 있더군요. 그것이 처음 이야기 나왔던 내용과도 관계가 있구요.
책을 읽다 보면 이게 첫 책이 맞나 싶을 만큼 문장이 상당히 매끄럽고 좋더라구요. 
 


서련은 해녀 마들레와 하룻밤 새에 사랑에 빠지고 마는데요.
문도령과 자청비를 모시는 세경신당에서 언약을 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문도령과 자청비에 대한 내력을 일러주는데 이런 내용들이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더라구요.
마들레와 헤어져 관아로 돌아온 서련은 김녕마을이 공납이 면제가 되는 이유를 듣게 되는데 여기에 처음 소개가 되었던 내용이 연관이 있었어요.
천구아구대맹이한테 매달 보름에 소나 돼지를 한 마리씩 올리고 시월 보름에는 처녀를 신부로 바치는 대신 공납과 부역을 면해 준다는 사실이지요.
서련은 매인심방이 백성들의 제물을 갈취한다고 생각해 매인심방을 잡아들이게 되는데 매인심방 또한 그 카리스마가 만만치 않더군요. 기어이 서련은 매인심방이 불러낸 거대한 구렁이를 보게 되는데요. 진짜 미신 같은 존재가 현존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죠.
근데 여기서 저는 초반에 서련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가 매인심방을 다루는 이미지와 사뭇 달라서 이질감이 조금 느껴지더라구요.
호랑이와 대면했을 땐 반듯하고 용맹하고 침착한 느낌이었는데 매인심방을 다룰 땐 뭔가 서두르고 현명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온갖 신들이 등장하고 그 신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나오는데, 서련을 중심으로 한 인간 세상과 신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섬의 신비로움이 더욱더 빛나게 합니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바다와 바람으로 늘 두려웠을 섬사람들이 신들에게 많이 의지했을 거라는 느낌도 들고 그런 설화를 소설로 잘 버무린 느낌이 들어요.
처음엔 너무 익숙지 않은 내용들이 많이 등장해서 머릿속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지만 서서히 저자의 필력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더군요.
자청비와 문도령의 갑갑한 사랑도, 서련과 마들레의 불같은 사랑, 대맹이와 서련의 서슬 퍼런 대립 등 다양한 갈등 구조와 흥미로운 소재가 가득한 이야기라 손에서 책을 놓기가 힘들더라구요.
신들이 모여 인간 세상에 대해 논하는 모습도 흥미로웠고 신의 도움을 받는 서련의 모습도 신비로움을 담고 있었답니다. 서련이 목숨을 걸고 영등할망이 주는 파산검을 얻어 제주를 들쑤시고 있던 대맹이를 없애려 가는 모습, 대맹이와 서련의 한판 승부도 책 말미의 거대한 볼거리였어요.

결국 대맹이를 죽이고 서련도 죽고 말았는데요. 생각지도 않은 결말이었어요. 서련과 마들레가 사랑을 이룰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책 말미에 후일담으로 이야기가 더 나오는데 서련이 대맹이를 잡는 모습을 흉내 내어 시만곡대제 때마다 가짜 구렁이를 만들어서 칼로 찌름으로써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풍속을 '구렁이놀음', 또는 '구렁이놀이'라 한다고 하네요.

제목의 이유를 책 끝에 와서야 알게 되었네요.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제주도에 내려오는 실제 설화인가 궁금하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관련 내용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기도 했답니다. 대부분 제주도에 내려오는 이야기가 맞더군요.

저자가 첫 책으로 신화 역사 소설을 썼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책 내용이 나름 스토리가 탄탄하여 전설과 소설이 정말 하나처럼 잘 어우러져 흡입력이 있었어요.

제주도라는 섬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더해주기도 했던 <구렁이놀음>

저자가 느꼈던 제주도의 묘한 신화와 전설이 저자의 글로 새롭게 탄생했고 그 글을 통해 저도 몰랐던 제주의 신화와 전설을 알게 되어 반가웠네요.

제주도에 가면 꼭 김녕사굴에 가봐야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