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라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아요.
가족 중심의 삶을 사는 걸 중시해서 사람들과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은데 나이가 드니 세상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해지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책에서 찾게 되네요. 다양한 책을 읽다 보면 아~다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살고
있구나~ 이렇게도 생각하고 이렇게도 세상을 바라볼 수 있구나 시각이 넓어지는 걸 느껴요.
그런 것들이 깨달음이 되고 그 깨달음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하곤
하지요.
생활 속의 명상 < 벤치에 앉아 나누는 이야기>를
읽으며 저는 또 소소한 깨달음을 얻게 되네요.
시를 읽으면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는 저자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벤치가 있는 그곳은 뒤로는 나무가 무성하고
앞으로는 호수가 있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네요. 그곳에 있는 외로운 벤치 하나에 저자가 앉아있습니다.
눈을 감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여러 모양을 한 정(情)이네요.
그는 벤치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향하는데요.
독자도 그의 뒤를 따라갑니다.
지하철역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에게서도 정(情)을 떠올립니다.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생각 속에서, 그가 보는 세상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하는 듯 보이네요.
시는 아닌데 그렇다고 수필도
아닌,
글을 읽으며 그저 저자의 감정적 흐름을
따라가봅니다.
벤치에 앉아 세상을 둘러보는 쓸쓸함, 정, 할머니,
가난.. 뭔가 세상을 80~90% 이상 살아내고 이제 마지막 10~20%의 인생만이 남은 사람이 느끼는 씁쓸함이 전해져 오는데요. 그것은 저자가
세상을 측은지심으로 살피는 마음의 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나와 너 + 국가 = 이것은
하나가 됩니다.
인생은, 둘 + 1= 커다란
1
이 커다란 한 덩어리 속, 하나에서
살아갑니다.
어른이 될수록 넓고 깊게 세상을 보게
됩니다.
다만 성숙한 어른이어야 하고, 곱게 나이가 든 어른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그런 어른이 많지는
않더군요.
멋있는 어른, 지혜로운 어른, 넓고 깊게 세상을 보는 훌륭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려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하죠. 이
저자가 전하고 싶은 게 이거 아닐까요?
결국은 사랑이죠.
여자는 음, 남자는 양
음은
물, 양은 불
물과 불은 상극이니 여자와 남자도 상극인데 둘은 조화를
이루고 살아갑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사랑이죠.
사랑의 힘이
상극을 상생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글이 마음에 깊이 와닿네요.
누군가의 시인지는 모르지만 '사랑'에 관한 시는
언제나 가슴을 건드립니다.
모든 시간이
달라졌습니다.
모든 일이 달라졌습니다.
내 밖이 달라지고
내 안이
달라졌습니다.
하루가 달라졌습니다.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사는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죽는 의미도
달라졌습니다.
-중략-
사랑을 해본 사람은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지요. 사랑하면서 느꼈던 그 감정이 추억처럼
떠오릅니다.
그 사랑은 어디로 갔을까요? 아니요. 다만 그 모양이
변했을 뿐이에요.^^
사랑은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다변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늘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그것이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구요.
삶이란, 인생이란, 돌아보면 허무하고 아쉬운 거
아닐까요?
그런데 목표도 없이 사는 삶은 더더욱 그럴
테지요.
<살아가다가 가끔은>을 읽다 보니 지나간 세월에 대한
허무함보다 앞으로 남은 삶이 허무하게 느껴질까 봐 초조해집니다.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고 금쪽같은 세월은 쉬지 않고 흘러갈 테니까요.
아무 생각
없이 살기엔 참으로 아깝고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치는 격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가끔은 앞을 보는 대신 뒤돌아 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야 앞으로 더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봄에서 어느새 가을이
되었어요.
이 저자의 글을 읽으며 느낀 생각은 번잡스러운 이 도시의
생활을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사람이 그리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그래서 마음이 통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것이 이분 만의
갈망일까요?
저도 그렇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 많은 곳이 싫은데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집니다.
마음이 잘 통하고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집니다. 그러면 덜 외로울 것
같아요. 그러면 더 세상이 살만할 것 같아요.
이 책의 마침표일 수도, 그의 사색의 마침표일 수도
있겠죠.
그의 책 속엔 사계절이 있고 인생이
있습니다.
그의 생각이 들어있고, 그의 인생관이
들어있었어요.
그의 생각이 모두 맞다고도 할 수 없고 틀린 것이 있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생각은 모두 그 자신의 것이니까요.
다만 나와 다를 뿐이니까요.
저자의 글과 시를 통해 세상을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지도 못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벤치에 앉아 나누는 이야기에 마주 앉은 대상은 없었지만
나를 보고 너를 보고 세상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저자의 마음은 보였어요.
나와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이
사람을 통해 저도 세상의 단면을 또 배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