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편의점 북멘토 가치동화 28
박현숙 지음, 장서영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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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멘토 가치동화 28 <수상한 편의점> 만나봤어요.
박현숙 작가님의 수상한 시리즈의 최근작인데요.
이 책은 몇 년 전 제주도 폭설로 공항이 임시 폐쇄되면서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쓴 동화랍니다. 작가님이 편의점에 남은 빵 한 개에 대한 기사를 보고 쓴 글이라고 하시는데요. 당시 이 기사를 저는 알지 못했지만 박스 값이 치솟고 사람들이 굉장히 불편해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따뜻한 감동스토리가 있었는지는 미처 몰랐네요.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며 박현숙 작가님의 필력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그때의 그 이야기를 다시 만나볼 수 있었어요.
 


저희 집에 있는 박현숙 작가님의 북멘토 가치동화를 찾아봤어요.
이렇게 또 꺼내보면 아이들이 다시 책을 이어서 읽기도 하더군요.
딸아이는 집에 있던 <수상한 학원>을 시작으로 수상한 시리즈를 거의 다 읽었다고 하더라구요. 재미있으니 학교 도서관에서 찾아 읽은 모양이에요.^^
재미있는 건 아이들이 더 잘 찾아서 읽더라구요.
 



제주도에서 교통사고로 악연처럼 시작된 고모와 아저씨, 그리고 여진이, 경진이는 엄청난 폭설로 인한 비행기 결항으로 공항에 발이 묶이게 되는데요. 물론 네 명뿐만 아니라 여러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소하지만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게 됩니다.
언제 비행기가 뜰지 모르니 공항을 떠날 수도 없는 사람들은 공항에 자리를 잡고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감기에 걸려 계속 기침을 해대는 경진이가 걱정이 된 여진이가 약국에서 약을 사다 주네요.
여진이는 감기가 폐렴으로 이어져 죽을뻔했던 기억 때문에 경진이의 기침이 내내 마음이 쓰이는데요. 어쩌면 여진이의 그런 경험과 경진이의 그치지 않는 기침이 이 책의 핵심적인 사건의 발단이 된다고 볼 수도 있겠죠.
 


눈으로 인한 결항으로 비행기는 계속 뜨지 못하고 각자의 일정이 다 엉망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였지만 공항 내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항 내의 식당이나 편의점의 음식들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였어요.
그래서 편의점 주인은 마지막 남은 빵 하나를 진열대에 올려두면서 꼭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 드시라는 말을 남기고 편의점 문을 잠그지 않은 채 가버리는데요.
이 빵 하나가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핵심 포인트!^^
 



뉴스에서도 연신 제주도의 폭설과 사람들의 결항으로 인한 공항 체류 소식을 전하고 있었고 부족한 음식들은 채워지지 못하고 있었어요.
여진이는 계속 기침하는 경진이가 내내 마음에 걸렸고 밥을 못 먹어 약도 못 먹는 경진이를 보면서 편의점의 빵은 경진이가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한 감기처럼 보이지만 그 감기가 여진이에게는 죽음으로 이를 수 있는 폐렴이 될지도 모르는 무서운 병처럼 느껴졌을 테니까요.
스마트폰 중독처럼 보이는 성찬이에게 핸드폰을 빌려준다는 조건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여진이는 무사히 빵을 가져오게 되는데요.
편의점 주인이 대단한 조폭의 우두머리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 여진이도 무섭기도 하고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경진이가 빵을 먹고 약을 먹어서 기침을 덜 하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경진이에게 먹으라고 준 빵이 자고 일어나 보니 편의점 진열대에 그대로 있는 게 아니겠어요.
경진이도 놀라긴 마찬가지였지요. 먹은 빵이 왜 편의점에 있냐면서~
제설차도, 먹을 것을 실은 차도 오지 않는 공항에서 사람들은 남아있는 음식을 먹으며 버텨가는데요.
공항 안의 식당 주인들이 식당 내에 남아있는 재료들을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내어줍니다.
사람들은 많고 음식은 적었지만 자기 몫에 만족하며 공평하게 나눠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누구 하나 욕심부리고 화를 내고 아수라장이 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 책 속 사람들은 뭔가 안정적인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더 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구요.
 


편의점의 수상한 빵은 어떻게 여진이부터 다시 편의점으로 가게 된 걸까요?
그 비밀을 여진이는 직접 목격하게 됩니다. 경진이에게 건넨 빵이 빨간 점퍼 아줌마에게로 건너가고 다시 그 빵이 편의점으로 돌아가게 된 거죠. 두 번이나 어렵게 가져온 빵이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 모습을 본 여진이는 혼란스러웠는데요.
여진이는 기침해서 약을 먹어야 하는  경진이가 가장 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경진이는 당뇨가 있는 빨간 점퍼 아줌마가 빵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줌마 역시 자신보다 더 빵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도로 가져다 놓지 않았을까요?
 


저는 이 장면이 제일 좋았어요.
제자리에 돌아간 빵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고 있었고 공항에 있던 사람들 중 가장 어린 아기의 분유가 떨어져서 배고파 울고 있을 때 아기가 가장 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두 사람, 여진이와 괴팍하기만 하던 무스 머리 할아버지가 편의점에서 만난 장면이지요.
여진이와 할아버지는 지쳐 잠든 아기 엄마 옷 주머니에 몰래 빵을 넣어두었어요.
물론 아기는 그 빵을 먹었겠죠?
아쉬운 것은 아기 엄마가 그 사실을 굳이 숨겨야  했을까 하는 거예요. 말해도 다 이해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빵은 사라졌지만 곧 제설차가 오고 먹을거리도 오고 비행기도 곧 뜬다고 하니 얽히고설킨 일들이 다 풀어지는 느낌이 드네요.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혼란스러움과 함께  갈등이 생기게 마련인데 <수상한 편의점>은 그러한 상황에서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어른보다는 아이들이 더 상황에 잘 적응하고 도움을 주는데 망설이지 않는 모습이 어른들의 갈등과 대비가 되면서 빵 하나에 담긴 의미가 더 깊이 있게 다가오네요.
박현숙 작가님의 필력이 감동 사연과 만나 재미있는 동화로 탄생했는데요. 역시 수상한 시리즈답게 재미와 감동을 둘 다 잡은 책이었어요.
세상이 각박해지고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갖기 힘든 요즘 세상이지요. 남을 생각하기보다는 자기의 배를 채우는 게 먼저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보다는 나의 실속을 채우는 게 먼저인 게 자연스러운 시대이지만 이렇게 함께, 더불어 사는 게 훨씬 더 행복하고 따뜻하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었어요.
실화여서 더 감동이고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걸 보여줘서 더 따뜻한 이야기<수상한 편의점>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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