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평점 :
표지를 보고 든 느낌은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 호크라는 그림이었다.
표지는 던컨 하나의 캐서린 스팍2세라는 그림이라는데, 아무튼 호퍼처럼 외로움이나 쓸쓸한 같은것, 지금 여기에 없는 어떤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이다.
이상하게, 괴이하게 잘쓴 글이다.
‘나의 주인, 당신’ 이라는 수록작에 대한 감상이다.
제목은 중국의 시인의 시 제목이다.
그리고 이 시를 영어로 번역한 문장이 본문에서 언급된다.
나(아디스)에게 시인(브레넌)은 이상하고 무섭고 보기 싫은 사람이면서,
무척이나 신경쓰이는 사람이다.
아디스는 결국 브레넌의 개를 껴안고, 브레넌의 개를 뒤쫓아 달린다.
아디스가 브레넌의 개를 뒤쫓아 달릴 때, 남편이 그녀를 버리고 집으로 차를 타고 돌아가는지,
남편이 아디스를 영원히 떠나버리는지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속에서 그건 정확히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이런 부분은 마치 고다르의 영화속에서 쓰인 편집같다.
장면과 장면을 작가의 의도대로, 이야기 속에서 각각의 캐릭터가 중요하게 느끼는대로 툭툭 보여주고, 나머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아디스와 다른 사람들의 대화와 거기에 딸리는 짧은 지문들은 잘 쓴 희곡이나 시나리오를 읽는 것 같은 리듬감을 가지고 있고, 어떤 그림을 눈앞에 그려준다.
작가인 제임스 설터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편집감각을 익혔다는 생각이 든다.
아디스는 결국 끝에서 브레넌을 만나게 된다. 아디스가 브레넌에게 말을 거는지, 둘이 섹스를 하는지 사귀는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끝내지만, 아디스는 브레넌을 찾아냈다. 다른 사람에게 브레넌이 지금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거나 하지 않고, 그냥 브레넌 생각을 하다가 브레넌을 보게 된다.
결국 이 이야기도 이 단편집에 실린 다른 단편들과 마찬가지로, 레이몬드 카버와 챨스 부코스키가 즐겨 쓰곤 했던 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새롭지 않은 이야기라고 해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될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그리고 또 각각의 단편을 읽을때 떠올랐던 비슷한 느낌의 작가는 아래와 같다.
혜성: 카버, 하이스미스
플라자 호텔:카버, 로제 그르니에, 부코스키
알링턴 국립묘지:카버
스타의눈 :카버, 부코스키
단편집은 전체적으로는 카버의 대성당과 부코스키의 팩토텀 내지는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무척이나 잘쓴 글인데도 테크닉은 눈에 도드라지지 않고, 이야기 자체의 감정적인 힘이 꽝꽝 마음을 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