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돌아가신 할머니는 '손해 보더라도 베풀며 살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 말씀은 늘 나를 따라다녔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지만 가끔 엄마 아빠에게도 깍쟁이처럼 계산이 철저할 땐 놀라기도 한다. 그래도 나눔의 가치를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동시집 <세상에 공짜는 있다> 작가의 말에서 같은 생각의 동지를 만났다. "무언가를 나눈다는 건 삶을 지금보다 더 푹신하게 만들어 준다는 거예요. 보다 고운 삶의 빛깔과 무늬를 가꿀 수 있다는 거예요." 하시며 우리 딱딱하고 뾰족하기 보다 함께 좀 따뜻하고 헐겁고 말랑말랑해져 보자는 제안에 적극 찬성한다. 동시집이지만 주인공 노재민과 친구 이수범 그리고 전학생 외계인을 따라 이어진 이야기를 동시로 엮었다. 기대에 못미친 작은 생일선물 때문에 틀어진 수범이의 마음. 마침 전학 온 외계인 정다정은 수범이와 친구가 되는데 주인공은 그 모습을 이것저것 따져보며 계산한다. 하지만 역시 친구는 친구.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마음이 가난한 것 같지 않은 이수범. 그렇게 마음부자인 친구들과 어울리다 나눔의 의미를 서서히 알게 되는 주인공이 대견스럽고 감동적이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동시로 표현되어 가독성도 높고 일상 속에서 친구들, 가족들과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들이여서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김고은 작가님의 유쾌한 그림과 만나 책장이 술술 넘어가기도 하고 작가님의 기가 막히는 표현력에 감탄도 하게 된다.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행과 연으로 나누고 느낌이나 생각의 양념이 버무려져 대서사시가 완성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이 동시집을 만나면 내 주변의 이야기를 동시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당장이라도 시 한편을 뚝딱 써낼 것이다. 무엇보다도 돈 주고 살 수 없는 나눔과 함께의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다.
시를 프로젝트 학습으로 하고 있는 우리반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소중한 동화를 만났다. 이야기꾼 송미경작가님의 신작 <가정통신문 시 쓰기 소동>이다. 읽는 내내 올라간 입꼬리를 느끼며 친구들과 즐겁게, 마음에 새기며 읽을 생각에 설렜다.비둘기초등학교 도당당선생님의 기발한 가정통신문이 떠들썩하다. 한 달동안 가족 모두 시를 쓰고, 시 낭독회를 갖는 것!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의 3주체가 모두 참여하여 시를 즐기자는 취지의 이 통신문은 비둘기초등학교 교실과 학생들의 각 가정에 잔잔한 변화를 가져오는데...(물론 스트레스도 있지만!)먼저, 도당당선생님의 내용과 형식이 자유로운 가정통신문을 읽는 재미, 도당당선생님의 첫사랑이 누구일지 예측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가족구성원들의 삶이 담긴 시들이 시화처럼 이야기와 연관지어 배치되어 있어 그 감동이 더 했다. 작은 재미와 감동과 재미를 주는 <가정통신문 시 쓰기 소동> "시란 그런 거죠. 모든 것을 다시 보게 하는." 이 마지막 문장은 여운을 남기며 시를 쓰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아이들과 동화를 읽으며 시를 읽고 쓰는 즐거움, 자신이 직접 쓴 시를 나누는 감동을 함께 해야겠다.
표지에서부터 '우리 집에 놀러 와'라며 두 손 들어 반기는 이들에게서 기쁜 환영의 인사를 받는다. 환한 웃음으로 반기는 얼굴표정부터 행복이 묻어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각기 다른 가정의 특별한 초대에 응하게 되는데 그야말로 알록달록 저마다의 색깔처럼 다양하면서도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다. 장애를 다루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각 가족만의 특징을 이야기하고 있어 초대받은 독자는 불편함 없이 그들의 환대에 응하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론 아직도 장애에 대해 마음을 열고 들어오라고 손짓해야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사회 현실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아직도 장애에 대한 인식이 일상으로 들어오지 못한 느낌이다. 조금 불편할 뿐 우리랑 다를게 없는데 말이다. 책 말미에서는 각 가정에서 만났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다양한 장애를 이해하게 되었고 함께 하기 위한 작은 배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게다가 이 책의 매력! 뒷면지의 작가의 말!샤르코-마리-투스병(CMT)이라는 장애를 가진 엘리자 작가님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그 장애가 나를 나로 만드는 한 부분이라는 메세지에서 자신에 대한 긍정으로 나아간 모습에 감동했다. 작가님은 '장애'는 나쁜 말이 아니에요. 특별하다, 불리하다, 능력이 다르다라고 말하는 대신 장애가 있다라고 말할 수 있어요.라고 했다. 불편한 것에 대해 도움을 줘야하는, 불쌍히 여기는 대상이 아닌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나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구성원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사회 곳곳이 베리어프리에 힘써야 함을 느끼게 되었다.
누가 먼저 만들어낸 것인지 모르지만 그저 유행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하니까, 나만 튀기 싫어서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유행을 따라가기도 한다. <동그라미 세상이야>는 비판적 사고와 시각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하는 철학 그림책이다.온통 동그라미세상을 살아가며 그건이 불편함에도, 아름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 그것만을 쫓아간다. SNS에서는 온통 동그라미 이야기이다. 동그랗게 생긴 건 무조건 아름답게 보이고 그것을 위한 경연대회까지 생기는 이상한 현상도 생긴다. 더 나아가서는 자연 그대로가 아닌 변형을 시키거나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동그랗게 수집하고 가공하기까지 한다. 공장에서는 무분별하게 찍어내고 상품화시켜 내다 팔며 그 유행을 잡아끌고 가기도 한다. 하지만 동그란 것이 그렇듯 그 유행은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고 세모의 세상 그리고 네모...SNS의 발달로 인해 그 유행은 순식간에 퍼지기도 하고 유행의 기간은 더 짧아지기도 하며 복잡하게도 단순하게도 우리에게 다가온다. 난 진짜 동그라미를 좋아하는 걸까? 진짜 내가 좋아하고 쫓아야하는 것은 무엇일까?이 책을 읽으며 자신을 중심에 두고 진짜 나를 위한 것은 무엇인지, 유행하는 문화 속에서 내가 선택적으로 취해야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묵직한 질문을 던져준 그림책이다.
초등학교 국어, 도덕 교과에서 대화와 공감, 감정 조절의 중요성을 많이 다룬다. 그만큼 말과 감정의 상관관계는 밀접하고 우리 일상생활 자체이기도 하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상대방의 말로 인한 감정 표현이 제일 많이 일어나면서 상처받기도 하고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는 등 부정적인 감정도 많고 칭찬이나 격려의 말로 관계가 회복되거나 행복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작은 사회라 할 수 있는 교실 공간에서 1년간 다양한 가정에서 자라온 아이들이 함께 부대끼며 살아야 하기에 긍정적인 말보다는 부정적인 말들이 오갈 때 얽힌 실타래를 잘 풀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때 좋은 가이드가 될 만한 책, 강승임선생님의 <나도 상처 받지 않고 친구도 상처 받지 않는 말하기 연습>을 소개한다.먼저 인간관계에서 많이 일어나는 말로 인한 갈등을 상황별로 잘 정리해 놓았다. 제목처럼 내가 상처 받지 않으려 툭 내뱉는 말이 상대방에게는 상처를 주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 주고받는 말들은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구체적인 상황들을 읽기 쉽고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재미있는 캐릭터를 활용한 상황들을 만화로 표현해 놓아서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비슷한 상황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바로 뒤에 '마음을 챙겨요'에서는 친구 또는 따뜻한 어른이 마음을 읽어주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마음 상태나 상황을 설명해 주어 자신의 현재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듯했다. '마음 체크'에서는 그 상황에 대한 나의 반응을 반성해 보고 그 아래쪽에 해결방안을 가독성있게 만화와 함께 정리해 놓았다. 우리 아이들이 가정이나 교실에서 언제든 꺼내보며 말하기 연습을 한다면 상처를 받지도 주지도 않으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