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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107
신순재 지음, 김지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평점 :
신순재 작가의 책은 친숙한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다가오는지 보여준다. 얼마 전 읽었던 '가장자리'도 그랬지만, 이번 '구석' 역시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작가는 일상적인 단어를 멋지게 풀어내는 마술사같다.
'구석'을 한 장면씩 음미하다 문득 초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친구가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표지의 여자아이처럼 살짝 미소지으며 그 시절로 돌아가본다.
그 아이와 드디어 짝꿍이 되던 날, 나는 그 아이의 작은 행동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왔는지, 기분은 어떤지, 바이올린을 배운다는데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무관심한 척했지만 그 애가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도 귀를 쫑긋하고 들으려 했었다.
그 아이의 어떤 구석이 좋았는지 떠올려보니, 동그란 안경에 선한 눈을 가진 귀여운 구석, 책을 많이 읽으면서도 아는 척하지 않는 겸손한 구석, 왼쪽 어깨를 살짝 들어 올리는 이상한 구석도 있었지만, 내 눈엔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그 아이는 내 어린 시절 세상의 전부이자, 내가 가장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었던 특별한 '구석'이었다.
신순재 작가의 <구석>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소중하고도 섬세한 기억의 '구석'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구석'이라는 평범한 단어지만 그 의미가 가진 깊은 울림 덕분에,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그 시절의 따뜻한 햇살과 친구의 미소를 추억하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누군가와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하거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완벽함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이 가진 불완전하고 사람냄새 나는 '구석' 때문인 것 같다. 그 사람이 가진 묘한 버릇, 고집스러운 취향, 때로는 엉뚱한 실수와 같은 작은 '구석'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상대방의 다름을 포용하고 진정한 교감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의미 있는 기억으로 쌓인다.
신순재 작가가 언어의 마술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감동을 더했듯, 우리 주변 사람들의 숨겨진 '구석'들을 섬세하게 바라보면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깊게 만드는 것은 잘 다듬어진 모습이 아니라, 때로는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진실한 모습 속에 나타난 그의 '구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