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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벽이 있다면? ㅣ 나무자람새 그림책 8
사토 신 지음, 히로세 가쓰야 그림, 엄혜숙 옮김 / 나무말미 / 2022년 4월
평점 :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딪히는 벽에 무뎌질만도 한데 아직도 앞길을 가로막는 벽에 좌절하고 고뇌한다.
올해 새로운 일을 맡게 되고 점점 성장해가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하루하루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곤 한다. 혼자 끙끙 앓아가며, 마음에 멍이 들 때까지 그 벽을 한참 바라보며 한숨을 내쉴 때도 있다. 벽이 스스로 낮아지기를 또는 내가 벽을 넘을 수 있을 거야 하며 마음 먹을 때까지.
벽을 향해 그저 바라보는 나와는 달리 그림책 속 고양이는 앞에 놓인 벽에 좌절하지 않고 씩씩하고 힘차게 나아간다. 일단 뭐든 해 본다. 사다리로, 장대높이뛰기로, 빨판 장갑으로 혼자서 해결해보다가 점점 더 높아져 힘든 벽은 새와 두더지의 도움으로 벽을 넘어선다. 더더더 높은 벽은 다른 고양이들의 힘으로 벽을 무너뜨린다.
그 동안 내가 만났던 벽을 되돌아보면 대부분은 내면의 나와의 관계임을, 내 마음가짐이 제일 커다란 벽임을 깨닫는다. 나중에 되돌아보면 그리 큰 벽도 아니었는데 그 땐 왜 그리 커보였는지... 고양이가 그랬듯 기다란 장대로, 빨판 장갑의 힘을 빌어 벽을 넘어볼 걸... 지나가는 새를 붙잡고 가뿐히 벽을 넘어볼걸... 마냥 내 앞의 벽을 맨손으로 넘어보겠다고 알량한 자존심에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으며 솔직하지 못했던 내 앞의 벽들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간다.
고양이가 벽을 넘는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과도 자신만의 벽을 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았다.
-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 돈을 벌어 비행기표를 사서 비행기를 타고 넘는다.
- 시간이 걸리지만 계단을 만들어 뛰어 넘겠다.
- 고양이가 벽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듯이 벽이 가로막더라도 넘을 때까지 노력하겠다.
- 가족, 친구들이 쌓은 어깨 위로 벽을 타고 넘을 것이다.
- 벽은 살아가면서 만나는 고난을 뜻하는 것 같다. 고난이 생기면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말하고 함께 넘을 것이다.
지혜와 용기로 벽을 넘는 고양이를 보며 지금까지 나만의 방식으로 벽을 넘어가며 지금의 내가 있는것을, 그 벽들로 인해 단단해진 내가 있는 것을, 연대하며 이루어낸 우리의 것이 있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통해 좌절하지 말고 방법을 더 생각해보며 포기하지 않고 주위 도움을 요청하며 자신만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지혜를 갖길 바란다. 함께 벽을 넘을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도 함께의 힘을 알아가면 좋겠다.
유쾌하면서도 심오한 메세지를 남겨주시는 사토신 작가님의 이번 이야기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신을 믿고 서로를 믿으며 연대하는 힘을 가지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지혜와 용기로 부딪친다면 어떤 벽도 강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