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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Hitchcock
패트릭 맥길리건 지음, 윤철희 옮김 / 그책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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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개정판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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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 자기전, 침대 위.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 오직 종이책 뿐. 메모는 독서노트에. 포스트 잇 표시.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 이성복 시론집.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 장르별. 애서가. 당분간 짊어지고 살 예정.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 차털레이 부인의 사랑. 인생을 바꾼 책.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 저자가 되어 출간 한 책.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 찰스 부코스키. 술 한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 이북리더에 잔뜩 넣어서.
- 성경. 불경. 빈 노트와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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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23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님, 잘 지내고 있죠? 예전에 형님이 공개했던 니체 전집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

무당광대 2016-04-23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한번 봐야지? ㅎㅎ 설 오면 연라주셈!
 
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헐렁함 속에 들어있는 비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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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은 인간세상에 대한 우화로만 알려져 있지만 노동자와 자본가의 심리를 섬세하게 파헤친 정치적인 메타포로 읽을수도 있죠. 신 자유주의 시장논리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2010년 가을밤에 새로 나온 번역본으로 꼭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몇몇 작가님들이 올해 본 가장 뛰어난 소설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작품이에요. 밑바닥 삶에서 벗어나려 발바둥 치는 인도의 인간군상을 치밀하게 그려낸 로힌턴 미스트리의 이 작품은 하우스푸어와 워킹푸어, 그냥 푸어로 모두가 바닥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민초들의 삶과 디졸브 되면서 꼭 읽어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켄폴릿은 <바늘구멍>이라는 작품으로 역대 서스펜스 소설 베스트 10에 꼭 들어가는 작가에요. 허름한 헌책방에서 먼지를 털어내고 득템했던 추억이 있기도 하구요. 정말 오랜만에 그의 신작이 번역되었어요. 특히나 리들리 스콧에 의해 드라마로 방영되었다고도 하니 더욱 기대가 되네요. 중세시대 민중들의 이야기, 꽤나 매력적입니다.

        

 

 

 

 

 

 

 

마를렌 하우스호퍼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여성문호라고 하네요. 얼마전 전경린 작가와 식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딱 한편의 추천 소설로 이 작품을 단연 꼽으시더군요. 어느날 폐허에 버려진 한 여성이 벽에 갖혀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라는데, 일인칭 소설의 섬세한 묘사가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네편의 소설을 올 가을엔 읽고 싶은 리스트로 만들어 올립니다.  

이벤트 당첨여부를 떠나 이렇게 읽을 책을 고르는 과정 자체가 참 행복한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총 구매금액, 50,760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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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권지예, 김경욱, 김선우, 김애란, 김연수, 김영하, 김별아, 김종광, 김중혁, 문태준, 박민규, 박성원, 박현욱, 박형서, 심윤경, 윤성희, 이기호, 전성태, 정이현, 조경란, 천운영, 하성란, 한강

 

yes 24 에서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 3인방을 제외한 한국의 젊은 작가 투표 후보로 뽑았던 이들의 이름이다.

 

이들중,

김선우와 문태준은 내겐 '닥수본' (닥치고 수집하게 하는 본좌)이었고,

김영하와 박민규는 '생약부' (생각보다 약간 부진한)였고,

정이현과 김애란, 권지예는 '포3방' (포스트 삼인방)이었다.

 

헌데. 이들 중 단 한권의 책도 아직 내게 없고,

단 한권의 책도 빌려보지 못했지만, 늘 읽고싶었던 작가가 있다.

 

바로 조경란이다.

내게 그녀는 몇번이나 서점에서 들었다 놨다,

몇번이나 도서관에서 대출했다 그대로 반납했다 하는 묘한 작가였었다.

어제까지는...

 

폭염 주의보가 내린 어제, 나는 그녀의 강연회에 다녀왔다.

첫인상의 그녀는... 한미모 한다...

 

 

 

"제가 강연날을 잘못알았어요. 다음주쯤인줄 알았는데...

 이 자리에 참 힘들게 왔어요. 찾아오기도 힘들었지만 그것보단 저 지금 마감중이거든요.

 이바닥 용어로 잠수탄다고 하죠. 핸드폰 끄고 집에서 가족들하고 말도 안한채 내내 글만 쓰거든요.

 집필중에 이렇게 밖에 나오기는, 게다가 강연을 하러 나오기는 제 인생에서 최초예요.

 지금 실은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덜 뺏기고 얼렁 가서 글 쓸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렇지. 무릇 작가는 그녀처럼 일단 이야기에 빠져서 쓰게 시작하면 세상과 단절한채 절대고독의 시간이 필요한거야.  난 지금 세상속에 살고 있는건가, 이야기 속에 살고 있는건가?

 

"퀴즈 하나 내죠. 아래의 링을 맨 왼쪽에서 맨 오른쪽으로 옮기는 방법엔 뭐가 있을까요?"

 



 

머뭇머뭇한다. 이런 아이큐 테스트나 퀴즈 같은거 머리 아프다. 근데 왜 이런걸 하는거지?

몇몇이 대답을 하고. 결국 답을 알려준다.

 

"하노이의 탑이라는 겁니다. 심리학 책에서 자주 볼수 있는 놀이죠.

 소설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해 나가는 것. 그게 소설이죠"

 

그렇지! 저건 나도 아는거야.

최근에 본 작법책에서 봤어. '인간행동의 단계' 였었나.

 

1. 설정. - 인물의 일상, 평범한 세계, 인물의 응축 소개.

2. 문제발생. - 평범한 세계를 뒤흔드는 선동적 사건발생.

3. 해결책 -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한 세계로 가기 위한 목적의식 생성.

4. 행동 - 특별한 세계에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

5. 위기 - 족쇄와 적의 방해때문에 생각지도 않았던 새로운 목적의식 생성.  

6. 새로운 결정 - 대반전. 1 설정의 인물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어떤 변화된 결정으로서의 절정. 

7. 여파 - 새로운 인물의 세계.

 

뭐 이런거 말이지. 그래 소설도, 결국엔 이야기니까 스토리텔링은 결국 같은거잖아.

근데, 요즘 저 일곱단계때문에 글을 쓸때 자꾸 가슴으로 안쓰고 머리로 쓰고 있어서 참 슬퍼.

그냥 용감하게 쓸때가 좋았는데, 왜 저런건 알게되서 이렇게 날 괴롭히는 거야.

 



 

"제가 오늘 말씀드리려 하는 것은, 작가는 왜 쓰는가? why i write? 입니다. "

 

아... 정말 듣기 싫은 질문. 하지만 아직도 딱히 정확하게 대답할수 없는 질문.

넌 왜 쓰니? 난 왜 쓸까?

쓰지 않으면 삶의 의미가 없나? 쓰는게 행복한가? 써서 유명해질려 하나? 써서 돈벌려고 하나?

 

난 그냥. 쓰고 싶으니까 쓰는거다. 쓰고 싶지 않으면 아마 쓰지 않게 될 거야.

그냥. 지금은 쓰고 싶은거야. 써야만 하니까가 아닌. 가슴속에서 막 쓰라고 시키니깐.

 

 

 

"제 개인사 아시죠? (침묵) 제가 별로 인기가 없나 보네요. 살짝 말씀드리죠.

 제 <국자이야기>라는 단편집이 나왔을때 질문이 '정말로 봉천동에 사세요?' 였어요.

 다음 소설이 나오자, '아직도 봉천동에 사세요?' 였구요,

 최근작에는 '계속 봉천동에 사실건가요? 였죠."

 

그녀의 책을 읽지 않았으니 알수가 없군. 그래 이 단편집에 <나는 봉천동에 산다>라는 게 있었지.

봉천동이 뭐 어때서. 내 예전 그녀도 봉천동에 살아서 그동네 정말 뻔질나게 갔었지.

봉천동의 밤늦은 놀이터의 파스라한 가로등불,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가던 여름밤 불어오던 슬픈 내음.

아마 그녀는 지금 봉천동에 살지 않을꺼야. 잘 나가는 변호사랑 아기를 낳았으니 말이야.

아, 서울대 입구 버스 정류장 노천에 있던 삼겹살집의 지글거리는 불판이 떠오른다.

 



 

"전 신촌이나 홍대에 잘 가지 않아요. 저 올해가 마흔인데, 딱 마흔되니까 파릇한 청춘들이 보기가 싫더군요.

 제게 청춘은 조금 특별했기에 그랬을거에요. 제게 청춘은... 청춘은...

 저는 청춘이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 청춘들을 보면 그들이 누리는 그 모든것들이 생각나네요. "

 

마흔이라... 왜 작가들은, 아니... 성공한 작가들은... 다들 나이에 비해 참으로 아름다울까.

에쿠니 가오리가 그랬고, 은희경이 그랬고, 김선우가 그랬고, 이지민도 그랬고, 정이현도 그렇고...

아마 평생을 슬픔과 행복을 줄타듯 살아왔기에 생에 대한 관조같은게 생겨서 그런건 아닐까?

그들은 내가 꿈꾸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즐거운 삶, 노인처럼 여유있고 지혜로운 생을 버텨내왔을까?

 



 

"전 스무살부터 스물다섯까지 집에만 있었어요.

 요즘엔 히키코모리라고 하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입시에 실패한 뒤 집에서 나가질 않았아요.

 어디가 아픈것도 아닌데, 그냥 집에만 있으니 제 동생들도 맏언니인 저를 소개하기를 꺼렸죠.

 부모님은 뭐 말할것도 없구요."

 

내 동생들은 나를 어떻게 소개할까?

어디가 모자른 것도 아닌데, 몇년째 글쓴다고 돌아다니는거 같긴 한데 딱히 뭐 성과도 없으니 말이다.

우리 오빤... 음... 백수야.

혹은 우리 오빤... 흠...  대학 조교야.

혹은 우리 오빤... 흠... 딴 얘기하자. 가 아닐까?

 

 

"그 6년간의 청춘. 사람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그 청춘이 제겐 없었어요.

 근데 후회는 하지 않아요. 그 시절이 없었으면 지금의 저는 아마 없지 않았을테니까요.

 6년간 딱 세가지만 했어요.

 밥먹고, 자고, 책읽고..."

 

대학입학부터 대학졸업까지 이십대 초중반의 청춘의 순간.

문득 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면 대부분 이때야.

술과 담배. 첫 키스와 첫 섹스. 첫 연애와 첫 이별.

어두컴컴한 동아리방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울었던 연극무대위.

하얀 도서관의 창을 비추는 한줄기 햇살과 푸른 뒷동산의 조용한 벤취.

 



"그렇게 책을 읽다보면 내 인생에 대한 해답이 어딘가 있지는 않을까 한거죠.

 가족들과 말도 안하고, 먹고 자고 일어나 앉은뱅이 책상 슬쩍 들고 제 방으로 들어가 철퍼덕 앉는거죠.

 그래서 제가 지금 봉천동에 사는 거에요.

 그런 저를 묵묵히 아무말 않고 지켜봐줬던 부모님과 동생들. 참 고맙죠?

 앞으로 제 평생 가족들을 모시며 살아야죠. 뭐 실은 여전히 그들이 저를 받들고 사는 모양이지만요.

 아마 계속 봉천동에서 가족들하고 같이 살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먼 그들. 바로 가족이야.

글을 쓴다는 것, 아니 어떤 예술이던, 뭔가 보이지 않는 걸 하는 이의 가족은 괴로울꺼야.

남들처럼 살지 않는 이들은 항상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하는거니까.

믿음. 그거 하나지. 징글징글한 핏줄이니까. 남들이 뭐라해도 가족만은 나를 믿어주는 거야.

힘들고 어려워본 이는 알꺼야.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니 세상엔 가족밖엔 없는거라는 걸 말이야.

 



 

"작가들은 거울을 잘 들여다 보지 않아요. 저도 그렇고요.

 결국 글쓰기라는건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라 실제 얼굴도 그닥 보기 싫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 이 두려움이라는 것을 피해만 다닐수는 없어요.

 어느순간엔, 얼굴앞에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휙하니 들고 빤히 들여다 봐야 하는거죠."

 

매일아침 거울을 보긴 하지만, 그리 오래 보진 않아. 그냥 휙 스쳐갈뿐이지.

얼마전에 어떤 선배한테 장시간 인생상담을 받았는데, 그 결론도 결국엔.

'너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 봐라' 였어.

재미보다는 의미를 먼저 생각하는 지금의 나는

영화인보다는 문학가, 현장인보다는 기자나 교수에 어울리는 짓이라는 거였어.

그래 묵묵히 모든걸 인정했어. 난 공부하고 분석하고 연구하는 걸 즐기지.

헌데 말안한게 있는데, 실은 글쓰고 만드는것도 못지 않게 즐긴다는 거야.

'뭐가 재미있을까?' 가 아닌 '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주로 고민한다는 건 분명 바꿔야 하는 걸꺼야.

그래, 요즘엔 뭔가 터질듯한 뜨거운 감정이 부족해. 역시 연애가 부족한건가?

 

"작가는 스스로에게 대답하기 참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계속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구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

그게 글쓰기고, 바로 인생일꺼야.

물론 질문을 던지지 않는 이들도 있겠지. 

질문을 할 여력이 없는 이들, 혹은 하나의 질문을 바라보며 사는 이들말야.

허나 답을 찾지 않는 이는 없을꺼야.

단지 정답이 하나라는 사람과 정답은 여러개라는 사람이 있겠지만 말야.

절대불변의 답이 있을까?

류노스케가 '라쇼몽'에서 말했듯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그게 진실이라고 믿고 살아가는 거니 말이야.

 



 

"독서는 어떻게 하시죠? 길을 오가며 버스나 지하철에서 보시나요?

 독서는 조용한 도서관이나 방에서 앉아서 혹은 누워서 차분히 보는게 좋은거 같아요.

 할수 있는 한 최고의 집중력을 가지고 뭔가 이 안에서 찾아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말이죠.

 그냥 슥슥 즐기며 보는게 아니라 집중하며 사고하면서 오감을 이용해 상상력을 발휘해보는 거죠.

 그냥 일반적인 독서는 무언가를 배우는 행위에요. 지식이나 정보 그런거 말이죠.

 하지만 적극적인 독서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행위에요. 소설쓰기의 첫 시작인거죠. "

 

싸부가 던지신 말씀이 있어.

글을 많이 쓰지는 않더라도, 독서량은 엄청 늘려야 해! 최소한 하루에 두세권 정도씩 말이지.

솔직히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하루에 두세권은 불가능해. 하루에 한권이면 모를까.

헌데 것도 하루에 한권을 떼려면 집중을 해서 4-5시간을 봐야 하지.

굳이 슬로우 리딩 독서법을 하는 건 아닌데, 그냥 느려.

이렇게 한 10년 정도 읽어가면 하루에 두세권 읽어낼수 있겠지만, 아직은 안되더라구.

 



 

소비하는 독서와 창조하는 독서가 아닐까 해.

문화는 소비하는 게 있고 창조하는 게 있다고 하지. 바로 작가는 창조적인 문화소비를 해야 하구 말야.

싸부가 영화를 볼때 한번도 끊지 않고 씬리스트를 적는 일명 척추뽑기 라는 걸 끊없이 하라고 했어.

곰곰히 해보니 말야. 척추 데이타가 쌓이는 것도 좋지만, 영화를 엄청난 집중력으로 보게 하더라구.

절대 끊으면 안되니까. 단 한씬, 단 하나의 인물도 놓칠수 없기에 발휘할수 있는 최고의 집중력이 필요했어.

그러고 나면 그렇게 본 영화는 온 몸으로 흡수한 포카리 스웨트같다고 해야 하나 짝짝 머리속에 박히지.

 

그런데 이제봤더니, 영화뿐 아니라 소설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모든 예술을 볼때

아니, 인생을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집중해서 살아내고, 집중해서 머리속에 넣으며 느끼라는 거 같아.

 

몰입과 집중. 누구든 그렇겠지만 글쓰기도 얼마나 몰입을 잘하고 얼마나 집중을 깊게 하느냐의 승부같아.

지금까지 나의 독서는 뭔가 발견해야 하는건데, 뭔가 배우려고만 하진 않았나?

몰입해서 인생을 살아내며 발견하려 하고 있는가?

 

 

 

"제 인생의 원심력은 고민과 불안과 두려움이에요. 

 아마 작가가 글을 쓰는 건 이 두려움 때문 아닐까요?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영혼의 활쏘기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해두죠.

 방황하며 살아가던 제가 간신히 귀하게 찾은 길이 바로 글쓰기 였으니까요.

 저는 글쓰기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에요. "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하지만 불안은 작가의 영혼만은 살찌울꺼야.

인생이 편안하고, 걱정없고, 자신감 넘치고, 만사형통이면 얼마나 인생은 불행할까.

작가는 슬픔이라는 별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하잖아.

세상을 느끼는게 예민한 사람들이라 모든 감정과 사고의 파고가 커서 불안과 강박 또한 큰걸꺼야.

 

첫 문장이 나올때까지의 그 엄청난 두려움.

나를 들여다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에 대한 두려움.

 

어쩌면 이렇게 시나리오를 쓰지 않고 잡문만 쓰는 나도 두려움과 싸우는 중인거 같아.

이제 나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변화해야 할거 같아.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내서 글을 쓰는것 말야.

삶의 일부분이었던 글쓰기를 이제 삶의 대부분으로 바꿔야 할듯 해.

하루에 영화를 두세편 보면서 난 그래도 영화룰 보고 있어 라고 도망가지 말고.

책을 뒤적거리며 난 그래도 책을 읽고 있잖아 하며 도망가지도 말고,

스터디에서 동료들에게 위안을 얻으며 그리 나쁘지 않잖아 하면서 도망가지도 말고,

술잔을 기울이며 좀만 기달려봐 하며 뻐기면서 도망하지도 말고 말이야.

 



 

"폴 오스터 아시죠? 만약 처음 읽으신다면 뉴욕 3부작을 추천해요. 엑기스가 있는 책이죠.

 폴 오스터가 여덟살때 엄청난 야구광이었다고 해요.

 뉴욕 자이언츠에 윌리라는 강타자의 팬이어서 어느날 싸인을 받으려 락커룸에 갔었어요.

 윌리를 보고 폴은 싸인해주시죠? 라고 했고, 폴은 그래 해줄께, 펜을 다오 라고 했어요.

 윌리는 가방을 뒤적여도 펜이 없자 뒤에 서 있던 부모에게 펜좀 빌려줘요 라고 했다고 해요.

  허나 부모도 마칭 펜을 가진게 없자, 윌리가 그랬데요. 얘야 난 싸인을 해주고 싶지만 펜이 없구나.

  폴은 그 순간 뜨거운 눈물을 펑펑 흘렸고, 아마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눈물이었다고 해요.

  그 뒤부터 폴은 언제어디라도 주머니에 펜을 넣고 다녔다고 해요. 그러다가 작가가 되었구요,.

  주머니에 펜이 들어있으면, 쓰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큰 거죠"

 

스모크에서 담배연기의 무게에 대해 이야기 하던 폴 오스터.

주머니에 펜과 노트를 항상 넣고 다닌지는 꽤 되었는데 아직 작가가 되지 못했어.

바위같은 노트북까지 항상 메고 다녀보지만 늘 펴면 서핑만 하다 돌아가.

쓰고 싶은 유혹이야 항상 있지. 쓸수 있는 용기가 없으니 문제지.

가끔 제작자나 감독들이 써논 책 있나고 할때 어리버리 대답하곤 해.

그때 주머니에 책이 들어 있으면 계약서에 싸인을 할수 있는 건데 말야.

뜨거운 눈물을 아직 덜 흘려서 그런걸까.

주머니엔 왜 아직 책이 없을까?

 



 

" 프루스트는 그밖의 다른 일에서는 그만한 만족을 못해서 글을 쓴다고 하고,

  서머셋 몸은 원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안하면 안되니까 글을 쓴다고 하고,

  헨리밀러는 강제적이지만 즐거우니까 쓴다고 하고,

  사르트르는 내 자신의 자유를 위해 쓴다고 하고,

  이청준은 욕망 때문에, 세상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쓴다고 하고,

  신경숙은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쓴다고 해요.

   여러분은 왜 쓰시나요?"

 

그럼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해.

그러기 위해선 우선 써야 해.

써봐야 이게 행복해서 그런지, 자유로워서 그런지, 복수을 해서 그런지 만족해서 그런지 알수 있어.

철저한 자기검토가 필요해. 그밖에 뭐가 필요하겠어.

 




 

"어느날 마로니에 공원을 걷는데 갑자기 비둘기가 제 발 밑을 후다닥 하면서 스쳐 지나갔어요.

 후다닥 이요.

 만약 그 비둘기가 제 발밑을 스쳐가지 않고, 제가 밟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인생이 일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인생엔 평범한 삶이 전도되는 아주 특별한 순간이 찾아와요.

 그 순간을 포착할수 있는 사람은 작가가 되는 거죠. 빵봉지가 날아가는 순간 말이에요."

 

번쩍하고 황홀한 순간이 있어.

그게 길거리에 나부끼는 흰 비닐봉지를 보고 느낄수도 있고,

바닥에 떨어지는 흰 깃털하나를 보고 알수도 있지.

사실 누구나 이런 특별한 순간을 느끼고 포착해.

다만 망각이라는 도구를 통해 잊을 뿐이야.

작가는 좀 더 예민하게 느끼고, 기록하고, 그걸 사람들이 알수 있는 형태로 그려낼 뿐일거야.

조심해.

항상 그 안테나를 삐쭉 세우지 않으면 언제라도 그건 훅하고 날아가 버리는 거니까.

 




 

 

 

 

"이야기는 특이한 설정, 특이한 사건, 특이한 관계 속에서 나오는게 아니에요.

 밀란 쿤데라가 그랬죠. 작가는 생으로 지은 집을 허물고 그 벽돌로 새 집을 짓는 사람들이라고요"

 

쿤데라는 세상앞에 드리운 커튼을 찢어 내는것이 바로 소설이라 했어.

우리가 사는 가짜 세상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거 말이야.

소설가란 자신의 이름이 불멸할것이라는 끔직한 야심을 품는 사람들이야.

죽어서도 살아남고 싶은 사람들인거지.

 

어릴적 너는 꿈이 뭐니 라고들 묻잖아.

그때 내 대답은 대통령이요도 아니고, 판검사요 도 아니고, 연예인이요도 아니었어.

웃지마.

나는 '죽어서도 내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요' 라고 했던거 같아.

범죄자로 남기던가, 예술가로 남기던가 둘중 하나겠지.

 

생으로 지은 집을 허물고 있나?

아니, 생으로 집을 짓고는 있나?

지금 집을 허물고 있는 거라 생각해 두자.

다 허물고 나면 벽돌을 만들수 있을테니까.

 

 

 

"작가는 두려움의 목록을 평생 만들어가는 사람이에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게 두려우시죠?

 제가 강의를 할때 처음으로 꼭 읽히는 단편소설이 있어요. '존 치버의 '다리위의 천사''라는 작품이에요.

 그 책을 보면 온 가족이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높이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40층까지만 견딜수 있었던 남자는

 41층으로 회사가 이전하자 그만 회사를 그만둬 버리죠.

 그런식으로 온 가족이 다 하나씩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그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에요.

 바로 우리들 작가의 이야기와 같은 거죠. 마침 곧 존치버의 전집이 새로 번역해 나온다고 하네요 "

 

레이먼드 카버와 함께 현대 영미소설의 최고라 불리는 존 치버란 사람 근래에 자주 나오네.

얼마전 읽은 근사한 에세이 '그들은 한권의 책에서 시작했다(정혜윤)'에서 소설가 정이현을 만든

한권의 책이 바로 이 존치버의 '다리위의 천사'였어.

그래서 내 독서 리스트 꼭대기에 적어왔었는데, 바로 다음날 또 이 책 이야기를 듣게되네.

뭔가 인연이 있을것 같아. '주홍빛 이삿짐 트럭'이라는 구판 소설이 있다고 하니 찾아야 겠어.

 

"작가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왜 배우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연기를 하잖아요.

 우리도 우리들에게 가장 절실한 이야기를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내게 다가오는 것 말이죠"

 

내게 절실한 건 뭘까. 지금 내가 가진 두려움은 뭘까. 그 리스트를 만들어 가는거야.

처절하게 절실한 이야기 말이지.

아마, 두려움을 이기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아직은 내 안의 것을 다 털어내는 과정이니까 말이야.

 

"르노와르는 만년에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려 손에 붓을 붕대로 감고 그렸다고 해요.

 르노와르는 흰빛은 존재하지 않다 라고 했어요.

 흰눈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니 푸른색이 조금이나마 묻어 있어야 한다라는 거죠.

 우리는 수없이 많은 옷을 껴 입고 살아요. 그 옷을 하나씩 벗겨가는 게 작가의 일이죠.

 여러분의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라는 두려움과 친밀해 지도록 고민해 보세요.

 작가의 이야기엔 작가의 색깔이 뭍어있을 수밖엔 없는 거니까요"

 

글쓰기란 광화문 한복판에 벌거벗고 서 있는 걸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어.

문득 촛불을 든 시민과 명박산성을 쌓은 특공대 사이에 벌거벗고 서서 그 둘을 바라보는 장면이 떠올라.

반대로, 너무 내 이야기를 해서 문제야. 일기인지 이야긴지 모를정도로 말이야.

 

"에세이와 픽션은 구분하셔야 해요. 이정도면 되지 않을까 하는 순간이 올꺼에요.

 그때가 위험한 때에요. 조심하시도록 하세요.

 끊임없이 질문하고 회의하고 반성해 보세요.

 뭔가 이대로 머물지 않겠다. 앞으로 나아가고야 말겠다 이런 욕망을 가져보세요. 

 작가는 주위의 사물들이 속삭이는 걸 듣고 그걸 사람들이 알아들을수 있도록 보여주는 사람이에요.

 그 안엔 내 목소리도 있는 거구요. 오감을 열어놓는다고 하죠. 육감을 이용해서 소통해 보세요.

 동물이나 식물, 사물도 우리들이 이해할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구요."

 

끊임없이 질문하기. 스스로 대답할수 없는 그런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보기가 필요해.

나의 그림자를 만나는 건 참 곤혹스러운 일이야. 그래서 방어기제로 딴 짓거리를 하고있는거지.

산산히 부서트려야 해. 벽돌을 만들기 위해선 말이지.

 

"마루야마 겐지가 그랬어요. 고독을 이길 힘이 없다면 문학을 할 이유가 없는거다 라고요.

 버틸대로 버티다 나오는 스파크를 글로 불꽃을 튀겨보세요.

 절벽에 서서 까마득한 암흑에 아슬아슬하게 있는, 그런 불안정한 자신의 발밑을 끊임없이 바라보세요.

 글쓰는게 어려우시죠? 그건, 실제 글쓰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행복을 생각하세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권을 갖는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이랍니다."

 

마루야마 겐지는 다섯편의 쓰잘데 없는 소설을 쓸 시간에 제대로 된 한편의 소설을 쓰라고 했어.

시간을 충분히 들여, 완성도를 높이라는 거야.

창작이란 정신의 깊은 곳을 비집고 들어가는 거라, 불안이 뒤따르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매달리고 싶고, 어울려 놀고만 싶은거라고도 했어.

소설은 오로지 혼자 써 내려가는 거니까 말이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삶을 다시 리세팅해서, 최대한 단순하게 살아야 겠다고 말이야.

최대한 약속을 적게 잡고, 아주 극도로 심플한 삶을 살면서 절대고독과 섹스를 하고 말이지.

 

먹고, 자고, 쓰고

이렇게 3가지만 해보는게 어때?

 

도대체 넌, 왜 쓰는 거야?

 

 

* 문장웹진의 편집위원으로 있는 조경란 소설가의 글을 더 보고 싶으면, 클릭!

http://webzine.munjang.or.kr/article/list.asp?pCate=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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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광대 2008-10-1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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