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남는 책

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
이치호 미치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감성적인 제목과 따뜻해보이는 표지에 마음이 끌렸다. 책을 읽어보니 동성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인데, 정의내리기 어려운 둘만의 감정들을 잘 표현헀다. 띄엄띄엄 읽었지만 시간을 내어 한 번에 쭈욱 읽어내려가고 싶은 소설.

부잣집 딸 유즈는 2학년 때 엄마와 가난한 동네에 간다. (아마도 일본에서 맨션이라고 부르는) 단지에서 엄마는 술에 취한 아저씨네를 방문하고, 그 동안 엄마는 유즈에게 아무데도 가지 말라고 한다. 그러다가 다른 집 아이가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베란다에 매달려있는 걸 본다. 유즈와 카논은 친구가 되고, 수요일마다 몰래 만나서 같이 논다. 어린애다운 특유의 천진함으로 금방 친해지지만 유즈는 카논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카논도 엄마를 무서워하는 유즈를 보며, 유즈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카논은 제멋대로지만 유즈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고, 유즈는 예의바르게 행동하면서 둘은 친해진다. 갑작스러운 만남처럼 둘은 갑자기 헤어지게 되고, 카논은 열심히 공부해서 유즈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는 학교가 끝난 뒤 아르바이트를 두탕이나 뛰면서도, 유즈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같은 반이라는 사실이 카논은 즐겁기만 하다. 둘만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아는척도 하지 않지만, 둘은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다. 더 예뻐진 카논이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는 걸 보면서 유즈는 부럽기도 하고,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카논의 엄마가 야반도주를 하게 되면서 둘은 다시 헤어지고 만다. 어느새 결혼을 하고, 선생님일을 쉬면서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된 유즈. 남편과 이웃과 함께 술집에 방문했는데 마담이 카논이다. 둘은 또다시 모르는 척 하지만, 제제를 보고 어린 카논을 떠올린 유즈가 울며 뛰쳐나가는 통에, 가까운 사람들은 이상한 기류를 눈치채고 만다.

둘의 시선이 번갈아 나오면서 가끔 헷갈리기도 하는데, 금방 토끼풀꽃은 유즈, 앵무새 깃털은 카논이라는 걸 알았다. 두 사람은 성장배경도, 성격도, 대처방식도 완전히 다르지만 그래서인지 서로에게 더 끌린다. 오롯이 서로만 생각하고, 주위의 크고작은 사건들은 각자의 트라우마를 함께 풀어나가는 한편 둘을 더 끈끈하게 한다. 소설이 절정을 향해 치달을 때, 유즈가 많이 성장했다는 게 보여서 마음에 들었다. 도망가는 사람이 약한 쪽이라는 말에 자꾸 여운이 남는다. 책을 덮고도 여운이 한참동안 남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부모와 아이를 위한 문해력수업

문해력 그림책 100 - 아이의 국어 실력을 키우는 가장 심플하고 쉬운 독서 교육법
민경효 지음 / 브리드북스 / 2024년 10월

요즘 문해력이 대세다. 학생들부터 성인들까지도 문해력 운운하는데 과연 문해력이 뭔지,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무려 그림책을 보면서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림책을 어떻게 읽는지, 인쇄물을 읽는 법 등등 사소한 것부터가 교육의 시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책 밖에서도 끝말잇기나 음절 거꾸로 말하기 등 싑고 간단한 게임을 제안한다. 어떤 방면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는지 매 챕터마다 그림책들이 소개된다. 어떤 책들은 예전부터 유명한 그림책이고, 어떤 책들은 생소하기도 하다. 또 어떤 책들은 매체를 통해 접해본 것들도 있다. 4세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아이들에게 어떤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주는지, 어디에 초점을 맞춰 읽어줄지를 설명해주어서, 그림책을 단순히 어린아이들이 보는 유치한 책으로 치부하지 않고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를 새로이 느끼게 해준다.

작가는 문해력을 단순히 읽고 이해하는 것으로 치부하지 말라고 한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고 한다. 단순히 글자를 읽는 '읽기 능력'을 넘어서, 글의 내용과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일상생활이나 학습에 적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학년 수학문제가 서술형으로 나와있는데, 읽기 능력이 부족하면 학습 능력과 자신감도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읽기 + 이해하기 + 추론하기 + 표현하기까지 되어야 문해력을 올바르게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단순 학업뿐 아니라 인생을 위한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볼 일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아토피치료

아토피 건선 2달이면 낫습니다
김수남 지음 / HK / 2024년 10월

아토피를 아주 오래 전부터 앓아왔던 나였기에, 이 책은 어떠한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해서 보게 읽어보게 되었다. 아토피 명인이라고 하는데 자연치유요법에 뭐가 있을까 궁금했다. 현재 나는 지금 면역억제제 처방과 함께 주사와 약으로 아토피를 조절하는 중인데, 증상이 잡히기는 했지만 평생 이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주사도, 약도 결국은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데, 죽을 때까지 약을 먹어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한의학이나 자연적인 치료 방법에도 관심이 많았다. 책을 읽어보니 아토피를 직접 겪으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온몸에 피부가 발진이 생기고 붓고 진물이 나는 상황을 나도 겪었지만, 그럴 때는 정말 처참하고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 책의 저자는 자연과 약초에서 그 해답을 얻었다. 땀을 쭉 내기 위해서 따끈따끈한 물을 한 컵 마시고 따뜻한 물로 반신욕을 한 다음, 아토나 약초액으로 수시로 발라주는 것이었다. 바르면서 간지러움으로 긁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세차게 두드리는 방법을 쓰는 것 같다. 문지르거나 긁는 것은 상처를 심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두드려서 자극을 주라는 것 같다.

어차피 치료할 거, 비단 아토피 치료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몸을 건강하게 하는 습관들을 알려주어 익혀나가기를 권장한다. 읽어보니 전부 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기는 하다. 간지럽고 따가운 상태에서 자주 씻고, 땀흘리고, 아토나 액을 바르는 것.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토피가 해결된다고 하니 따라보아야 겠다. 땀을 흘릴 만큼 운동하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물들은 배제하고 식사하는 것, 그리고 환기 등등 오염된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많은 힌트를 얻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삶에 대하여

아제아제 바라아제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24년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책이다. 불교와 관련된 책은 접해본 적이 없는데, 한승원 작가의 유명한 책이 개정판으로 나왔다고 해서 읽어봤다. 읽은지 일주일이 되었는데 곱씹으며 소화할 시간이 필요했던 책이다. 일반적인 책보다는 두껍고 아제아제 바라아제라는 제목도 생소해서 초반에 걱정했는데, 책 자체는 술술 잘읽혔다. 여승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참선을 향한 노력 등등을 담았다. 아제아제 바라아제라는 말은 반야심경에서 마지막 구절로, "가자, 가자, 더 높은 깨달음의 세계로 가자"라고 한다. 여승들의 삶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여승이 되는지, 어떻게 깨달음을 얻었는지 인생사가 펼쳐진다.

진선스님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이상적인 출가와 사미니의 과정을 담는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를 따라 절을 다니며 불심이 생긴다. 진선의 부모님은 그녀를 말리지만, 의지가 확고해서 꺾을 수가 없었다. 무엇이 모자라서 절로 가느냐는 말에도 진선은 대답하지 않는다. 대학을 포기하고 집을 떠나 절로 들어가고, 힘든 절 생활을 해낸다. 마음가짐에서부터 단단한 그녀를 주위에서는 절의 유망주로 본다. 어느덧 이야기는 같이 지내던 청화스님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부인과 아기가 일찍 죽어버린 학교 선생님을 좋아해서 따라다니다가, 우연히 방학 중 선생님을 만나 짧은 여행을 함께 한다. 선생님은 그녀에게 이런저런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몰래 애정을 키우던 순녀가 개학을 맞아 학교에 갔더니, 불미스러운 소문으로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결국 선생님이 사표를 내고 떠나버리고, 순녀는 선생님을 따라가고 싶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그녀도 도망치듯 집을 떠난다. 진선과 청화는 함께 절에서 생활했는데, 진선은 온통 다른 곳에 마음을 빼앗긴 청화를 은근히 무시한다. 청화가 자신을 찾아와 구원해달라는 남자를 따라 절을 떠나고, 진선도 다른 공부를 해보라는 권유로 대학을 다녀보지만 생활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느날 청화가 여성이라면, 생리를 한다면, 마땅히 즐거움을 누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편지를 보낸다. 진선에게도 절 생활을 청산하고 함께 살자는 남자가 나타나지만, 잠시 흔들리다가 마음을 다잡는다. 청화는 남자에게 아기를 빼앗기고 버림받고, 보건지소 간호사로 살아간다. 그곳에서 새 살림을 꾸리고 행복한 일만 남을 줄 알았는데, 남편도 죽어버리고 만다. 그나마 남아있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청화는 다시 절에 들어간다. 둘의 스승인 은선스님이 폐병으로 죽고, 청화는 깨달음에 대해, 불교교리에 대해 생각한다. 각자의 삶의 의미, 소승불교와 대승불교의 차이, 불교교리의 이해 등 전반적으로 향내가 짙지만, 결국은 두 여승의 삶에 대한 소설이다. 책은 어떠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준다. 삶에 대해, 의미에 대해, 가치관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귀여운 동화책

안녕, 포포! ㅣ 팜파스 그림책 21
오월 지음 / 팜파스 / 2024년 9월

안녕, 포포는 아이들의 감정과 상처를 다루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에요. 특히 포포라는 귀여운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포포는 외모만큼이나 마음씨도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인데요, 사실은 혈소판입니다. 포포라는 캐릭터는 아이들의 신체적인 상처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돌봐주네요. 밧줄을 꼬고, 나무판을 덧대고, 벽돌도 쌓으며 함께 하자고 해요. 왠지 포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상처를 고쳐주는 포포의 역할이에요. 포포는 단순히 위로의 말을 건네는 데서 끝나지 않고, 아이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공감하며 실제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함께 하자고 제안해요. 그래서 아이들은 힘들 때 도움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고, 상처를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요.

책 속의 따뜻한 일러스트는 포포의 귀여움과 더불어 이야기에 생명력을 더해줘요. 그림을 통해 아이들은 포포의 다정한 눈빛과 동작에서 위로와 사랑을 느끼는 듯 해요. 그래서 아이도 집중해서 함께 읽어보았어요. 이 책은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감정, 특히 상처와 치유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기 좋아요. 다소 추상적인 단어도 있지만, 글밥도, 쪽수도 많지 않기 때문에 어린 유아부터 미취학어린이까지 두루두루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