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침스키 - 인간이 될 뻔했던 침팬지
엘리자베스 헤스 지음, 장호연 옮김 / 백년후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정말 인간이 될 뻔한 한 침팬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이름은 바로 '님 침스키'라는 침팬지이다.

님 침스키? 왠지 어디선가 많이 들어봄직한 낯선 이름은 아니다. 이 이름으로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미국의 유명한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교수이다. 실제로 님 침스키라는 이름은 노엄 촘스키의 이름을 빗대 붙여진 이름이었다. 인간만이 주주의자 중 심리학자인 허버트 테라스가 침팬지를 통해 노엄 촘스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보편적인 문법이론으로 유명한 MIT의 언어학자이다. 그로 인해 언어는 학습될 수 있다는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타격을 받았다. 이에 촘스키에게 침팬지가 학습을 통해 언어를 배우고 주체적으로 문법을 실제적으로 구사할 수 있다것으로 촘스키가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컬럼비아 대학 심리학과 교수 테라스가 나섰다. 이것이 프로젝트 님이 탄생된 배경이었다. 프로젝트 님에 앞서 침팬지를 통한 연구는 많았고 침팬지를 일반 가정에 입양해서 인간아이처럼 키우면서 수화를 가르친 예도 있었다. 그래서 프로젝트 님은 태어난지 며칠되지 않은 침팬지를 일반 가정에서 일반아이들 처럼 키워서 언어, 여기서는 미국식 수화를 가르친다는 목표에 따라 프로젝트가 준비가 되었다.

 

결론을 우선 말하자면 프로젝트 님은 실패하였다. 님은 제일 먼저 인간의 가정에 입양되어 인간의 아이들과 함께 인간처럼 자라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점차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되었다. 첫째 영장류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비 지원이 안된점. 둘째로 입양한 가정에서 점차 자라나는 침팬지에 대한 관리의 문제. 셋째 연구대상인 침팬지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 문제 즉 연구의 대상으로만 볼 것인지 님에 대한 애정 및 복지에 대한 문제로 인해 프로젝트 님의 총괄자인 테라스와의 마찰 등이었다. 특히 세번째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었다. 여기서 우리는 연구 대상 동물에 대한 처우에 대해 하나의 질문을 받게 된다. 연구대상 동물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다분이 윤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특별히 님의 경우는 어려서 부터 수화를 배웠기 때문에 곧잘 사용하는 수화가 수십단어를 넘었다. 단 촘스키가 말한대로 문법적으로 구사하지는 못했지만 단어로서 표현은 가능하였다. 그런 과정 중에 님을 돌보는 많은 사람들이 님에게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런 감정적 애착이 연구에 일부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하였고 때론 연구의 자료를 모으는데 오류로 작용되는 부분도 있었다. 프로젝트 님이 시작될 때부터 그런 감정적 애착을 가진 그룹과 단순히 연구대상으로서의 동물로 대하는 그룹의 마찰이 프로젝트님의 제일 큰 패착이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테라스가 챔팬지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발생된 불가피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과정 속에서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 부터 마칠 떄까지 님의 보호자가 세번이나 바뀌게 된다. 저마다 자신만의 이유로 프로젝트 님을 그만두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연구대상 동물과는 달리 영장류 동물들은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한 감정적 변화가 크다.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에도 님은 재정상의 문제로 이곳 저곳으로 팔리게 된다. 마침내 마지막으로 동물 보호소인 블랙뷰티 농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마지막 생을 마감하기전 님과 제일 친한 사람은 블랙뷰티 농장관리자 번이었다. 그는 10년간 님과 함께 블랙뷰티 농장에서 지냈다. 님이 심경폐색으로 사망한 뒤 가진 추도사에서 그의 말이 앞서 프로젝트 님을 진행하던 사람들의 태도보다 더 와닿았다. 물론 그가 프로젝트 님과는 다른 조건에서 님을 대했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P388 

번은 님에 대한 자신의 깊은 애정을 말했다. 그는 님이 침팬지임을, 인간이나 실험대상이나 그 어떤 도구도 아닌 침팬지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번은 님을 10년 동안 알고 지냈다. 매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점심을 나눠 먹거나 밤에 숨을 홀짝였다. 그들은 눈짓이나 몸짓을 통해 자신의 기분을 서로에게 전했다.

 

가끔 우리 주변에 버려진 애완견들 이야기들이 들려 온다. 그 애완견들은 주인들이 자발적으로 좋아서 키우기 시작한 동몰, 반려견들이다. 간혹 잃어버려서 유기된 견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애완견들 보다 실제 버려진 유기견들이 더 많다고 한다. 자기가 좋다고 키운 동물을 자신의 사정때문에 그냥 버린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이다. 40년전 님이 의학실험용 침팬지로 램시프로 팔려갔을때 침팬지 하나를 구하고자(물론 프로젝트 님으로 인해 유명세를 탄 침팬지 였으므로) 많은 동물애호가, 언론, 님의 지인들이 나서서 구명운동을 한 미국과 비교해 본다면 아직도 우리는 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낮다고 할 수 있겠다. 동물애호가들이 개를 식용으로 사용하는 문화를 탓하기 보다 먼저 자신의 키우던 애완견을 유기하는 부분부터 먼저 개선하여야 하지 않을까라고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님 침스키의 생애>

1973년 영장류 연구소에서 님이 태어남, 태어난지 2주만에 뉴욕의 스테파니 라파지의 가정에 입양됨

1976년 스테파니가 입양을 포기함. 컬럼비아 대학내 델라필드로 프로젝트 님의 연구장소를 옮김. 보호자가 앤 페티토로 바뀜.

1977년 앤페티토가 대학원 공부를 위해 프로젝트에서 하차함. 보호자가 조이스 버틀러로 바뀜.

1977년 9월 프로젝트 님이 끝남. 영장류 연구소로 다시 돌아와 우리에 갇혀 지냄.

1979 11.23 테라스 프로젝트님 연구 결과 발표.

1982년 영장류 연구소 재정문제로 님이 의학 연구소 램시프에 팔려감.

           지인들, 동물애호가 및 언론의 지속적인 반대로 인해 1개월 만에 다시 영장류 연구소로 돌아옴.

1983년 블랙뷰티 목장으로 님이 이전 됨.

1990년 마지막 보호자 번이 블랙뷰티의 새로운 관리자로 일함.

2000년 님이 심경 폐색으로 사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기 교양강의 - 사마천의 탁월한 통찰을 오늘의 시각으로 읽는다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1
한자오치 지음, 이인호 옮김 / 돌베개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인 한자오치는 40년간 사마천과 사기를 연구한 석학으로 북경사범대학 중문과 교수로 북경TV에서 기획한 프로그램  '새롭게 읽는 사마천의 사기'란 제목으로 강연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책으로 펴냈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다시 한번 사기를 재조명하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목적이다.

이 책은 사기본기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진시황제 부터 시작하여 한 무제에 이르기 까지 사기 본기에서 대부분 내용을 다루고 있고, 일부 중요 인물들에 대해서는 사기 세가, 열전에서 내용을 보충하여 설명한다. 그렇게 한 이유는 머릿말에서 밝힌바와 같이 진나라의 통일과 몰락, 한나라의 건국, 이후 중앙집권의 틀을 확실히 잡아 정형화 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아마도 그런 역사적 흐름에 따라 설명하다 보니 사기 본기를 중심으로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사기는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읽다 보면 중국의 여러 인물들의 내용들이 열거가 되어 있으므로 자칫 지루해 질 수도 있고, 맥을 짚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이 해설서를 읽고 나니 사마천이 사기를 지을때 본기, 세가, 표, 열전, 서로 나눈어 지은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양의 경우 연도별이나 사건 중심으로 정리되어 있지만 사마천의 경우 인물 중심의 기전체로 작성이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역사를 움직이는 힘으로 인물이 중요하다는 것을 고려한 사항이다. 사마천 이후로 중국의 역사는 다 기전체로 작성이 되었다. 사마천은 역사적 중요한 인물에 대해서 본기, 세가, 열전에 기록하였지만 때론 역사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도둑, 자객 등)도 열전에 포함되어 있다. 그 사살로 미루어 사마천은 현실에서의 성공과 실패 보다는 곧은 정신과 뜻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한 사람들을 기록함으로 고매한 이상과 인품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열전에 기록하였다. 그런 사마천의 사상과 비판의식 등을 이 책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세가지 주안점을 가지고 책을 작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첫 째로 중요인물을 다루되 허구적인 내용은 배제한다. 둘째로 중요한 인물을 다루되, 사마천이 그 인물을 어떻게 묘사했으며, 평가했는지 소개하여 사마천의 관점, 감정 태도를 밝힌다. 마지막으로 사기는 훌륭한 역사 책이자  문학핵이므로 문학적인 요소도 분석한다' 이 세가지 관점에서 사기를 분석하고 있다.

 

첫 번째 내용은 사마천이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면서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사마천의 감정적으로 만들어 넣은 부분이다. 전분이라는 인물이 권력을 마구 휘두면서 사람을 마구 죽였는데 난데없이  괴질로 거의 다 죽게되어 굿을 해보니 전분이 죽은자의 귀신에게 몽둥이로 매질을 해서 전분이 결국에는 죽게 되었다라 는 내용이 나온다  이런 내용은 역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마천이 그 행동이 괘씸하여 사기에 허구적인 부분을 추가함으로 감정이 드러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두번째는 사마천이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호감을 느껴 미화한 부분이나 깍아 내리는 부분을 발견할 수가 있다. 특히 항우와 유방을 묘사할 때 항우에 대해서는 죽음에 초연한 모습으로 묘사를 한 반면 유방에 대해서는 가까으로 죽음을 벗어나는 모습을 상반되게 묘사함으로 사마천의 속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셋째 사기는 중국 인물 전기 문학의 효시로, 후세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사기 이후 인물 전기를 다룬 고전문학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는 서양의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비해 2세기나 앞선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굳이 위의 언급한 예가 아니라도 다른 예들은 사기안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들을 다시 찾아 내는 것이 또 다른 재미가 될것이다. 사기 열전을 읽다 중도 포기한 이력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사기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조금은 깨닫게 되었고 아래의 여러 구절들을 통해 '사기는 바로 사마천 자신이며 사기를 읽는 다는 것은 사마천을 읽는 다는 것이다.' 라는 말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p109
역사책이란 입장과 관점,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인가니 작성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항우나 유방의 이미지에는 사마천의 개인적인 사상이나 감정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p190
사마천이 여후를 본기에 수록한 것은 명분보다는 실제를 중시했던 「사기」의 저술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p323

사기를 저술한 최대 목적은 사마천이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나 사상을 밝히려는 데 있었다. (...) 사마천은 역사를 매개로 삼아 치국의 방략을 피력한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위의 딸 열린책들 세계문학 12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뿌쉬낀의 대표작인 '대위의 딸'은 예카테리나 2세 치하에서 발생된 '푸가초프의 난'을 배경으로 어느 대위의 딸과 한 장교의 연애 이야기이다. 

 

소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뾰뜨르 안드레이치가 부모님의 강권에 의해 군대의 근위 장교로 입대하게 된다. 근무지는 변방의 오렌부르그 지방의 벨로고르스끄 요새로 부임하게 된다. 요새로 가는 도중에 주린이라는 술과 당구를 권하는 이상한 장교를 만나게 되고 그리고 눈보라 속을 헤치고 나가다 길을 잃어버렸으나 어느 농부의 도움으로 의해 무사히 요새에 도착하게 된다. 요새에서 상관이 될 이반 꾸즈미치 대위와 그의 용감한 아내와 딸인 마리야를 만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위의 딸인 마리야에게 마음이 가게 되고 마리야에게 사랑고백을 함으로써 청혼을 하게되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봉착하게된다. 그러는 와중에 푸가초프의 난이 발생하게 되고, 벨로고르스끄 요새도 뿌가쵸프와 반란 농민들에 의해 함락되고 만다. 뿌가쵸프에 의해 이반 꾸즈미치 대위를 비롯한 장교들은 교수형에 처하게 되고 대위의 아내도 저항 끝에 죽임을 당하게 되지만, 이전에 눈보라에서 만났던 농부가 바로 뿌가쵸프 였고 그에게 술한잔과 토끼털 조끼를 선사함으로 은혜를 베풀었기 때문에 뿌가쵸프는 주인공을 살려준다. 그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한 두차례 뿌가쵸프에게 은혜를 입게 되고 대위의 딸을 무사히 구해내게 된다. 이후에 반란이 제압된 뒤 주인공은 뿌가쵸프에게 은혜를 받았다는 사실때문에 억울한 재판을 받게 되나 대위의 딸인 마리야가 자기를 위해 희생한 주인공을 위해 용감하게 나서서 여제인 예카테리나 2세에게 사면을 요청함으로 죄를 사면받게 된다. 그 이후 뿌가쵸프는 처형이 되고 주인공과 대위의 딸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치고 있다.

 

 이 소설은 겉으로만 보자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 같은 연애 소설이다. 하지만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기에 러시아의 대 시인인 뿌쉬낀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대위의 딸은 남녀의 사랑이야기로 겉치장해 놓았지만 사실은 역사정치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소설을 당시 검열을 피하기 위해 마치 어느 한 장교의 후손들이 수기를 기고한 것처럼 꾸며 놓았고 그 것을 어느 정도 내용을 가감하여 단행본으로 출판하였다고 밝히는 것으로 이중 장치로 문제가 될 소지를 피하고 있다. 뿌쉬낀은 자기 자신은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았지만 당시 젊고 급진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비밀 협의체에서는 뿌쉬낀의 시가 마치 그들의 사상을 대변하는 것처럼 읽혀지고 발견되곤 하였다. 그런 그가 쓴 대위의 딸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예카테리나 2세의 전제 정치에 대한 비난과 더불어 농노들의 반란이 어쩌면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뿌쉬낀은 바라보고 있다. 대위의 딸에서 묘사한 뿌가쵸프를 보면 알 수 있다. 반란군의 수장인 참칭자 뿌가쵸프를 뿌쉬낀은 호탕하고 공정한 멋진 영웅호걸로 묘사한다. 그를 그렇게 묘사함으로서 역사적으로 그의 난이 옳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p107

상석에 앉은 뿌가쵸프는 식탁에 팔꿈치를 괴고는 커다란 주먹 위에 시커먼 턱수염을 올려 놓고 있었다. 이목구비가 번듯한 것이 꽤나 서글서글해 보였고 흉악한 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p112

"내 목숨은 당신 손안에 있습니다. 저를 놓아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저를 벌하신다면 하느님께서 당신을 심판하시겠지요. 이게 숨김 없는 생각입니다." 나의 솔직함은 뿌가쵸프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뿌가쵸프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 그거야 그렇지. 죽이려면 단칼에 죽이고 살리려면 화끈하게 살려 줘야지. 자네 마음대로 어디로든 가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내일 나한테 와서 작별인사나 하고 가게. 지금은 일단 돌아가 잠이나 자라고. 나도 이제 졸립구먼."

 

그리고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쾌하다. 먼저 벨로고르스끄 요새에서의 군인들의 훈련묘사는 절로 웃음 짓게 만든다. 한마디로 오합지졸 부대이다. 가끔 유머 동영상에서 볼수 있는 우스깡스러운 장면이다.

 

p 47

사령관은 심심풀이 삼아 이따금씩 사병들을 훈련시켰다. 그러나 병사들 전원이 오른쪽과 왼쪽을 구별할 수 있게 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실수하지 않으려고 방향을 틀때마다 성호를 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뿐만 아니다. 반란군 소식을 들은 이반 꾸즈미치 대위는 그 사실을 아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 까지해서 아내를 내보낸뒤 작전회의를 소집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내에게 들키고 말게된다. 반란군과의 전투장면도 희화화되어 있다. 이게 무슨 전투야? 할 정도로 너무 싱겁게 요새는 함락되고 만다. 요새에 하나뿐인 대포는 적들을 마추기는 커녕 적들 위로 날아갈 뿐이다. 그리고 적과의 백병전은 마치 몇분 안걸려 끝나는 것처럼 순식간에 져버리고 만다. 

 

 뾰뜨르 안드레이치의 몸종인 사벨리치가 참칭자인 뿌가쵸프에게 부하들이 가져가 버린 물건들에 대해 배상하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장면도 웃음을 자아낸다. 겨우 목숨 보전하는 것도 감지덕지인 상황에서 빼앗긴 돈까지 그리고 예전에 은혜를 베풀었던 토끼털 조끼값까지 내어놓으라고 자기는 종이기 때문에 주인의 물건을 지켜야하는 것이 의무라고 당당히 말하는 책임감(뻔뻔함?)에 아마도 뿌가쵸프도 할 말을 잃어 버렸을 것이다. 

 청춘의 독서를 통해 이렇게 뿌쉬낀의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되어 유시민씨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를 통해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접하고 있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격 운동권 출신의 아빠를 둔 초등학생 6학년 지로의 가족이야기.

1권은 지로의 성장이야기가 대부분 을 이룬다. 상급학교 불량 학생(중학생)에게 처음 겪게 되는 학교 폭력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준다. 일본도 학교 폭력 문제가 심한 것으로 알고 있고 왕따가 나오기 전 "이지메"라는 말이 먼저 나온 것도 일본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학교폭력을 못 견디고 자살한 대구에 한 학생과 최근 경산의 학생 문제로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도 아이들 문제에 대해 어른들의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근원적인 문제해결이 아닌 현상에 대한 임시적인 조치만 하는데서 끝나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보복은 더 무서운 법이다.

 

이야기는 단순히 성정소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지로의 아빠는 젊었을때 소위 사회주의 활동을 한 운동권 출신이다. 제국주의, 친미주의를 반대하며 국가에 대한 세금에도 반대를 해서 항상 공무원이나 경찰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예전 과격파 활동의 경쟁세력의 우두머리의 살해사건에 연루되어 더이상 도쿄에서 살 생각을 하지 않고 고향인 오키나와의 어느 한 섬에서 이사를 하게된다. 그곳에서 여러 주민들의 도움으로 정착하게 되나 거기서도 섬을 개발하려는 자본가와 마찰을 버리게 되는데 지로는 그곳에서 자본주의에 항거하는 자신의 부모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게 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그 동안 허무맹랑한 말만 하는 아빠라는 편견(과격파 운동권 출신, 백수)을 깨고 다시 바라보게 된다. 지로는 아직은 완전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빠의 투쟁을 통해서 아빠의 말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245p 아빠가 지로에게 하는 말 -

"지로,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서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버지는 그중 한 사람이다. 알겠냐?"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도 몇 십년 전 그것을 위해 투쟁하고 목숨을 잃기까지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으로 우리는 윗 세대에 빚을 진 것이다.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야기 한다 우리는 이런 빚을 후세대를 위해서라도 갚아야 한다.

 

-287p 엄마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

"남의 것을 품히지 않는다, 속이지 않는다, 질투하지 않는다, 위세부리지 않는다, 악에 가담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나름대로 지키며 살아왔어. 단 한가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 있다면 그저 이 세상과 맞지 않았던 것뿐이잖니?"

 

세상과 맞지 않는 다는 것은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트렌드에 따라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게 아니라 자기 중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는 것이다. 

 

 

-286p

"무슨 상관이냐? 우리는 일본을 탈출하는 거야. 와하하"

마지막으로 지로의 아빠와 엄마는 경찰을 피해 남쪽 섬으로 도주하게 되며 말한다.

 

로맨틱한 아나키스트적인 면모를 한껏 발산하고 그들만의 섬으로 도주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유시민씨의 책을 좋아하였고 정치인으로서도 잘되길 바란 지지자였지만 자연인으로 돌아선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
다만 앞으로 행보가 어떨지 궁금하기에 다시 한번 책을 통해 그와 대화하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되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너무 무거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태어나서 이 질문을 한번이라도 자신에게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으로 받아드릴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처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도 있다. 

유시민 씨는 이 주제로 인해 자신의 정치로서의 직업을 내려 놓았다. 왜 그랬을까? 자기 자신이 설계한 인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시민씨가 생각하는 훌륭한 삶이란? 자기 스스로 삶을 설계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인 것이다. 여기서 성공의 유무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유시민씨는 고백한다. 자기는 현재 그렇게 훌륭한 삶을 살지 못했노라고...자기가 원하는 대로의 삶을 살지 못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젊어서 대학생때 열렬히 학생운동을 하다 구속까지 당했던 그러다 정치에 뛰어들어 국회의원에 보건복지부 장관에 한 정당의 대표까지 맡았던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내가 원하는 삶은 이런 것이 아니다.' 라니...그의 고백이 다소 충격적이다. 그 동안 해왔던 일들을 폄하라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들이 분명 옳은 일이기 때문에 신념을 가지고 해왔던 것이 사실이고 그 일들이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가 원하는 삶은 다르다는 것이고 앞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정치에서 물러서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정치인으로서의 첫 등장도 충격적이었지만(일명 백바지 사건) 그의 정치의 마지막 퇴장도 충격적이다(트위터로 자신의 은퇴를 알린 것). 

 

하지만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다소 자전적인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그가 고민을 했는지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유시민씨 처럼 나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해봤지만 '아니요' 라는 답이 나왔다. 수능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정하고 그에 따라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려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스스로 설계한 삶이 아니다. 단지 그때그때 무수히 많은 갈림길에서 선택한 결과이다. 그 선택들은 내가 직접한 것이기에 내가 책임을 져야한다. 유시민씨는 50대 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신의 남은 인생을 설계해서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그에 비해 나는 아직 30대. 한창의 나이이다. 그보다 내가 못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의 앞날을 축복하는 동시에 나도 다시 내 인생을 재설계를 계획해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