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의 딸 열린책들 세계문학 12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뿌쉬낀의 대표작인 '대위의 딸'은 예카테리나 2세 치하에서 발생된 '푸가초프의 난'을 배경으로 어느 대위의 딸과 한 장교의 연애 이야기이다. 

 

소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뾰뜨르 안드레이치가 부모님의 강권에 의해 군대의 근위 장교로 입대하게 된다. 근무지는 변방의 오렌부르그 지방의 벨로고르스끄 요새로 부임하게 된다. 요새로 가는 도중에 주린이라는 술과 당구를 권하는 이상한 장교를 만나게 되고 그리고 눈보라 속을 헤치고 나가다 길을 잃어버렸으나 어느 농부의 도움으로 의해 무사히 요새에 도착하게 된다. 요새에서 상관이 될 이반 꾸즈미치 대위와 그의 용감한 아내와 딸인 마리야를 만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위의 딸인 마리야에게 마음이 가게 되고 마리야에게 사랑고백을 함으로써 청혼을 하게되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봉착하게된다. 그러는 와중에 푸가초프의 난이 발생하게 되고, 벨로고르스끄 요새도 뿌가쵸프와 반란 농민들에 의해 함락되고 만다. 뿌가쵸프에 의해 이반 꾸즈미치 대위를 비롯한 장교들은 교수형에 처하게 되고 대위의 아내도 저항 끝에 죽임을 당하게 되지만, 이전에 눈보라에서 만났던 농부가 바로 뿌가쵸프 였고 그에게 술한잔과 토끼털 조끼를 선사함으로 은혜를 베풀었기 때문에 뿌가쵸프는 주인공을 살려준다. 그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한 두차례 뿌가쵸프에게 은혜를 입게 되고 대위의 딸을 무사히 구해내게 된다. 이후에 반란이 제압된 뒤 주인공은 뿌가쵸프에게 은혜를 받았다는 사실때문에 억울한 재판을 받게 되나 대위의 딸인 마리야가 자기를 위해 희생한 주인공을 위해 용감하게 나서서 여제인 예카테리나 2세에게 사면을 요청함으로 죄를 사면받게 된다. 그 이후 뿌가쵸프는 처형이 되고 주인공과 대위의 딸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치고 있다.

 

 이 소설은 겉으로만 보자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 같은 연애 소설이다. 하지만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기에 러시아의 대 시인인 뿌쉬낀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대위의 딸은 남녀의 사랑이야기로 겉치장해 놓았지만 사실은 역사정치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소설을 당시 검열을 피하기 위해 마치 어느 한 장교의 후손들이 수기를 기고한 것처럼 꾸며 놓았고 그 것을 어느 정도 내용을 가감하여 단행본으로 출판하였다고 밝히는 것으로 이중 장치로 문제가 될 소지를 피하고 있다. 뿌쉬낀은 자기 자신은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았지만 당시 젊고 급진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비밀 협의체에서는 뿌쉬낀의 시가 마치 그들의 사상을 대변하는 것처럼 읽혀지고 발견되곤 하였다. 그런 그가 쓴 대위의 딸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예카테리나 2세의 전제 정치에 대한 비난과 더불어 농노들의 반란이 어쩌면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뿌쉬낀은 바라보고 있다. 대위의 딸에서 묘사한 뿌가쵸프를 보면 알 수 있다. 반란군의 수장인 참칭자 뿌가쵸프를 뿌쉬낀은 호탕하고 공정한 멋진 영웅호걸로 묘사한다. 그를 그렇게 묘사함으로서 역사적으로 그의 난이 옳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p107

상석에 앉은 뿌가쵸프는 식탁에 팔꿈치를 괴고는 커다란 주먹 위에 시커먼 턱수염을 올려 놓고 있었다. 이목구비가 번듯한 것이 꽤나 서글서글해 보였고 흉악한 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p112

"내 목숨은 당신 손안에 있습니다. 저를 놓아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저를 벌하신다면 하느님께서 당신을 심판하시겠지요. 이게 숨김 없는 생각입니다." 나의 솔직함은 뿌가쵸프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뿌가쵸프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 그거야 그렇지. 죽이려면 단칼에 죽이고 살리려면 화끈하게 살려 줘야지. 자네 마음대로 어디로든 가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내일 나한테 와서 작별인사나 하고 가게. 지금은 일단 돌아가 잠이나 자라고. 나도 이제 졸립구먼."

 

그리고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쾌하다. 먼저 벨로고르스끄 요새에서의 군인들의 훈련묘사는 절로 웃음 짓게 만든다. 한마디로 오합지졸 부대이다. 가끔 유머 동영상에서 볼수 있는 우스깡스러운 장면이다.

 

p 47

사령관은 심심풀이 삼아 이따금씩 사병들을 훈련시켰다. 그러나 병사들 전원이 오른쪽과 왼쪽을 구별할 수 있게 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실수하지 않으려고 방향을 틀때마다 성호를 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뿐만 아니다. 반란군 소식을 들은 이반 꾸즈미치 대위는 그 사실을 아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 까지해서 아내를 내보낸뒤 작전회의를 소집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내에게 들키고 말게된다. 반란군과의 전투장면도 희화화되어 있다. 이게 무슨 전투야? 할 정도로 너무 싱겁게 요새는 함락되고 만다. 요새에 하나뿐인 대포는 적들을 마추기는 커녕 적들 위로 날아갈 뿐이다. 그리고 적과의 백병전은 마치 몇분 안걸려 끝나는 것처럼 순식간에 져버리고 만다. 

 

 뾰뜨르 안드레이치의 몸종인 사벨리치가 참칭자인 뿌가쵸프에게 부하들이 가져가 버린 물건들에 대해 배상하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장면도 웃음을 자아낸다. 겨우 목숨 보전하는 것도 감지덕지인 상황에서 빼앗긴 돈까지 그리고 예전에 은혜를 베풀었던 토끼털 조끼값까지 내어놓으라고 자기는 종이기 때문에 주인의 물건을 지켜야하는 것이 의무라고 당당히 말하는 책임감(뻔뻔함?)에 아마도 뿌가쵸프도 할 말을 잃어 버렸을 것이다. 

 청춘의 독서를 통해 이렇게 뿌쉬낀의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되어 유시민씨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를 통해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접하고 있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