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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ㅣ 인생그림책 12
박희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21년 7월
평점 :
<물속에서>
박희진 그림책
길벗어린이 출판
2021년 7월 30일 발행
◆ 작가 소개
박희진 님은 프랑스에서 미술공부를 했어요. 그린 책으로<진짜 어린이 마음 사전>이 있습니다. <물속에서>는 쓰고 그린 첫 그림책입니다.
길벗 어린이 출판사의 인생 그림책 시리즈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는 그림책입니다. 인생 그림책 시리즈 중에 아주 뜨거운 여름을 맞이해서 시원한 그림책을 소개해 드릴게요. 코로나 때문에 수영장에 못 가지만 그림책을 보며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아니 수영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질지도 모르겠어요.
박희진 작가의 첫 그림책 <물속에서>에는 만사가 귀찮기만 한 할머니가 푸른 물 속에서 지냈던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작가가 그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표지에는 물 속에서 헤엄치는 할머니가 그려져 있어요. 수채화로 그려진 그림, 얇은 선으로 표현한 그림은 물 속으로 들어간 모습을, 첨벙 거리는 모습 등 움직임이 더 잘 느껴지게 합니다. <물속에서>제목은 촛점을 안 맞추고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물 속에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흐릿하게, 물 속에서 울렁울렁한 느낌이 들도록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물방울이 있는 것처럼 반들반들한 느낌을 주면서 전체적으로 물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도움을 줍니다.
면지에는 역시 수영장 풍경이 그려져 있네요. 수영장 레인 라인 로프 부표가 보입니다. 물결이 살짝 살짝 넘실거리면서 사람들의 그림자도 보이네요. 면지 앞, 뒤 그림은 같습니다.
속표지에는 본격적으로 수영장이 보입니다. '물속에서' 글자만 봐도 시원한 느낌, 볼록한 느낌의 글씨체는 촛농으로 글씨를 써서 굳힌 듯한 느낌이 들어요. 제가 느낀 느낌이며, 진짜 글씨는 볼록하지 않습니다.
'물속에서' 제목만 들어도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더운 여름에 에어컨만 틀고 있자니 무기력해지는데, 뜨거운 여름에 시원한 물속에 들어가서 첨벙첨벙 물장난이라도 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할머니!"
더운 여름인가봐요. 나시 원피스를 입고, 예쁜 가방을 맨 여자 아이가 할머니를 부릅니다. 그런데 현관 앞에서 할머니를 부르고 있네요. 할머니를 왜 불렀을까요? 엄마도 아니고, 아빠도 아니고, 할머니를 불러요.
"할머니, 수영장 가요!"
"싫다!"
간신히 얼굴만 보이는 할머니의 모습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애교가 가득 넘치는 표정과 말투로 할머니에게 다가가는 손녀의 모습이랑 대비를 이룹니다. 처음에는 이 할머니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두꺼워보이는 뻘건 이불을 둘둘말고 초록색 소파에 누워계시는 할머니는 몸이 안 좋아보입니다. 몸이 으슬으슬하다고 하시는데 핑계일까, 진짜일까 궁금하네요.
"할머니, 빨리요."
"싫다!"
수영장 앞에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뻘건 이불을 둘둘 말고 밖으로 나온 할머니는 "싫다!"라고 말 하면서 손녀의 애교에 못 이기는 척 나오셨네요. 하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듯한 얼굴 표정은 똑같네요. 손녀는 너무 신나서 할머니를 잡아 당깁니다. 이렇게 가기 싫은 할머니와 함께 올 수 밖에 없는 손녀는 부모님이 모두 바쁘신듯 합니다.
붉은색 이불은 할머니가 가지고 있었던 열정을 표현한 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지금은 그 열정을 둘둘 말고 누워있지만 할머니도 젊었을 때는 열정 넘치는 삶을 살았을 거예요. 몸이 으슬으슬, 다리도 욱신욱신, 허리도 쑤셔서 움직이는 게 힘들어지면서 무기력해지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가만히 있고 싶은 마음.
그림책을 처음 봤을 때는 '할머니 좀 그냥 놔두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열정을 다시 되살릴 수 있도록 할머니를 잡아 당기는 손녀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할머니는 모두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저의 부모님에게 열정이 꺼지지 않도록 계속 귀찮게 해 드려야겠어요.
드디어 뻘건 이불을 벗어놓고 수영장으로 향합니다. 조금씩 할머니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어요.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할머니에게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있어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우리 몸에 생기를 불어넣고 힘이 나게 합니다. 누군가가 억지로 하라고 하면 누구든 하기 싫지만,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은 나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큰 원동력입니다.
결국 물속에 들어간 할머니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합니다. 물속에 들어가면 더 자유로워진다고 하잖아요. 중력의 힘을 덜 느끼며 몸이 가벼워집니다. 저는 수영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물에 둥둥 떠 있으면 편안한 마음이 듭니다. 물속으로 들어가면 시끄러운 소리도 안 들리고 오로지 물속에 있는 나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물속에 있는 할머니도 오래간만에 신나게 움직입니다. 자유를 느끼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림책 속에는 할머니가 앞장서서 헤엄치는 장면이 4쪽으로 연결되어 있는 큰 그림이 있어요. 그 그림에는 할머니의 자유로움이 최대한 크고, 넓고, 길게 펼쳐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고 계신 할머니를 보니 이 그림을 보는 저도 행복해집니다. 행복은 무엇일까요? 무언가를 가득 가지고 있으면 행복한 걸까요?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나만의 행복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무언가 새로운 걸 찾고, 내가 직접 하고 있을 때 행복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물속에서 헤엄치며 새로운 세상을 만끽하고 있는 할머니처럼 말이죠. 처음부터 내가 시작했던, 타인에 의해 시작했던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경험은 소중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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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