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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부터의 혁명 - 우리 시대의 청춘과 사랑, 죽음을 엮어가는 인문학 지도
정지우.이우정 지음 / 이경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1.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혁명'란 단어에 눈이 꽃혔다. 특히 <청춘인문학>의 저자 정지우 작가이기에 왠지 '혁명'이란 단어가 '전투적'으로 쓰였을 것이다 생각했다. 삶에 대한 전투적 사색, 그것은 곧 우리 삶의 질, 즉 삶의 혁명과 직결된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어보기도 전에,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나만의 해석을 먼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주목해야 했던 것은 "삶"이란 단어였다. 이 시대의 멘토들이 청춘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내놓는 해결책은 하나같이 삶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면서 3장 전반에 걸쳐 "삶"과 "현실"을 구분하고 "삶"을 살아가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불행한 이유를 "삶"과 "현실"의 혼돈에서 찾았다. 예로 그는
"청춘의 다른 희망이었던 "꿈과 열정"이라는 단어는 곧장 '직업적 목표'와 동의어가 된다. "맹목적인 현실주의자"가 되는 걸 피하기 위해 선택한 꿈과 열정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그들을 가장 훌륭한 현실주의자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P32) "
라고 말한다. 즉,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청춘이 '현실'이란 존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 그 현실에서 '삶'이란 존재를 분리해 낼 수 있느냐, 그것을 추구할 수 있는 자아를 가지고 있느냐, 없다면 그것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주고자 노력한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청춘들이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저자가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설명하면서 중심 키워드로 썼던 제 3자아(성실성), 제3의시선(미의식) 제3의 직관(인내), '사랑, 타인, 죽음' 은 인문학에서 참 어려운 단어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삶이란 단어가 두리뭉실하게 다가와 책을 제대로 읽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좌절감에,, 스스로에 대한 위안으로 든 생각이다.
총체적으로,이 책은 에디터의 말마따나, 초급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다만 시끄러운 커피샵에서 여흥삼아 교양삼아 읽을 만한 책은 아니었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문단의 인과 관계를 생각하며 읽어야 저자를 따라 갈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저자는 각 챕터마다 중요한 문장이나 핵심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놨으니.....(인문학에서 특히 "삶"이란 주제를 다루면서 이렇게 친절히 그림과 사진과 굵은 글씨를 이용하여 집필한 책은 찾기 힘든데, 후후후, 반가웠다. )

(P56)
그림 보고 아래 글을 읽으면 머리에 쏙 들어오는 형식~ ^^

(P57)
# 2.
개인적으로 이 책은 저자의 핵심주장이외에 책 곳곳에 숨어있는 명문장들이 더 맘에 들었다. 이 명문장들은 책을 읽다 잠시 쉴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해 준다.
가령 사랑에 대한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문장
플라톤에 의하면, 인류는 태초에 혼자가 아니라 둘이 붙어있었다고 한다. 크게 세 종족이 있었는데 남자와 남자가 붙어있는 경우, 여자와 여자가 붙어있는 경우,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붙어있는 경우다. 이들은 각기 네 개의 팔과 네 개의 다리, 그리고 두 개의 얼굴과 두 개의 성기를 가지고 있어서 매우 강한 힘을 가지고 재빠르게 굴러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힘이 너무 강해서, 위협을 느낀 제우스가 번개를 내려 그들을 갈라 놓았다. 그리하여 인간은 평생 동안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맬 수 밖에 없게 되었다. (p 233-234)
난 이 문장을 읽고 <향연>에서 아리스토팔레스가 말한 사랑에 대해, '인간은 원래 하나의 완전한 존재였어. 힘이 크기 때문에 제우스가 둘로 나눴어. 그래서 우리는 하나씩 자신의 반쪽을 찾을 수 밖에 없어. 즉 사랑의 시작은 상실, 결핍, 소외와 부재에서 생겨. 사랑= 욕망이야' 라고 정리하며, 이 문장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원인을 설명하는데 인용하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저자는 "사랑을 해야 한다"라는 전제로 썼네,하며 삼천포로 빠지는 재미?
후후후ㅡ 이 책은 곳곳에 어렵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문장들이 많다는 점이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