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아야 하는 이유]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왠지 내가 가진 수동적 자아를 벗어나게 해 줄, 존재, 믿음, 주체적 삶은 어떤 것인지 제시해 줄, 무엇보다 작가가 가진 젊은 날의 고민, 방황이 담겨있을 것 같은 책일 것 같았다.

 

저자의 전작 [고민하는 힘]을 읽어보지 않은 상태여서, 작가의 집필 스타일이 익숙하진 않았다.  다른 작품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은 일단 삶에 대한 질문을 던져놓고 이에 대한 답을 고전의 명문장을 통해 알려주는 형식이다. 물론 작가의 해석을 담아..^^

 

예로 “인생따위는 무의미한가?” 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그 대답을 덴마크의 아동문학가 얀네텔러의 [아무것도 아니야](2000)의 이야기를 빌려 답을 하는 식이다.

 

전반적으로 나쓰메 소세키 소설에 의존하여 설명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오로지 사색만이 있는 문장이 아니라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편이였다. 그렇다고 절대 쉬운 문장은 아니다. 책을 읽고 난 뒤에 책 곳곳에 포스트잇이 더덕더덕 붙어있었다. 잘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 잠시 옮긴이를 원망했지만  바로 내 사고의 깊이가 얕아서란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건 처음 읽고 독서 노트에 적었던 문장을 시간이 지난 후에 읽어보니 조금 눈에 들어오고, 또 한참을 머리를 굴러 생각하니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한 단락을 온전히 자기것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난 일회독으론 어림없는, 그런 문장들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겸허하게 자신을 받아들인 후, 난 저자가 책을 쓰면서 한 수많은 질문과 답을 다 이해하려 않기로 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답을 찾고 싶은 부분만 몇 번 정독했다. 그것이 저자의 집필목적과 어긋난다 하더라도...^^ 이런 책은 나 나름대로 소화할 필요를 느꼈다. 

 

 자질구레한 문장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을까? 저자는 친절하게 책 뒷부분에 이 책의 핵심을 요약해서 적어놓았다.   

 

 

 

 

 우리의 인생은 바로 그 인생에서 나오는 물음에 하나하나 응답해 가는 것이고, 행복이라는 것은 그것에 다 답했을 때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행복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고, 목적으로서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즉 행복을 손에 넣기 위해 뭔가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 것입니다."(p. 190) 

 하지만 행복은 추구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노력해도 안 된다는 허무주의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 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 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가 죽을 필요도 없이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는 것.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고 생각되어도, 마침내 인생이 끝나는 1초 전까지 좋은 인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는 것. 그리고 마음이 명령하는 것을 담담하게 쌓아 나가면 나중에 돌아 보았을 때는 저절로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 등등. 이러한 '태도'가 아닐까요." (p. 191)

 

 "제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낙관적 인생론이나 행복론을 체로 쳐서 비관론을 받아들이고 죽음이나 불행, 슬픔이나 고통, 비참한 사건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인생을 마음껏 살아가는 길을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바로 '인간이 덧없이 죽을 운명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어디까지나 겸허히 인간적인 것을 긍정한다." 는 것입니다. (p. 195)

 

 

4. 이 책을 읽으면서 김훈의 에세이 [바다의 기별]이 생각났다. 두 작가가 행복을,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닮았다.  그리고 담담하게 서술하지만 그 문장의 무게가  닮았다. [바다의 기별]을 가볍게 읽었을 땐 어쩜 이렇게 문장을 멋들어지게 쓸까,만 보였는데 시간이 흘러 경험을 한 뒤 읽은 책은 그 울림이 대단히 컸었다. 이 책 역시 그러했다. 물론 저자가 직접 쓴 문장이 아니더라도 인용해 온 문장들의 무게가 무거웠다. 가볍게 읽으면 가벼울 수도, 무겁게 읽으면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로 독자를 배려하여 적절한 문장 균형을 이루며 썼다는 데 좋은 평점을 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