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곁 - 김창균의 엽서 한장
김창균 / 작가와비평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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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에는  '~에 미쳐라'라는 제목으로 된 자기계발서를 유난히 많이 읽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계발서의 특징상 읽고나면 트렌드에 따라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남들이 하는 만큼은 나도 해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책에 대한 서평을 쓰기보다 다이어리에 월별, 주별, 일별 단위로 해야 할 일을 빼곡히 적었습니다. 불안과 긴장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간 1년, 눈에 보이는 성과만 놓고 보자면 만족스러운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곁은 빽빽한 다이어리처럼 쉴 공간이 없었습니다.  

 

 새해, 저는  "비움을 통한 채움"을 하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매년 습관처럼 해왔던 목표는 대폭 줄이고, 집안에 책 놓을 공간도 부족하게 만드는 소품을 치우고, 인맥유지를 위해 했던 여러 활동들을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비움으로서 겨우 숨 쉴 공간이 생겼습니다.   

 

 [넉넉한 곁]은 그런 저에게 '커피 한 잔 마시며 읽어 볼 책'을 검색하면서 눈에 띈 책이었습니다. 왠지 읽고 나면 힐링이 될거야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죠....T.T  이 눈물의 의미는 읽어보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

 

 

(표지디자인도도 깔끔하고 단정하게 나왔죠?^^)

 

 

 이 책은 153편의 엽서로 묶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작가가 부재의 대상에게 쓰는 '작은 움직임' 같은 것이었습니다. 소설처럼 풍부한 묘사가 없는, 시와 산문의 경계사이를 오가는 엽서의 내용은,  읽는 맛이 쫀득쫀득하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부사어와 관형어가 이유없이 쓰여진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넉넉한 행간 사이에 흐르는 미세한 움직임을 읽어내는 과정이 지루했습니다. (시보다는 소설을 좋아하고 수필로는 박완서님이나 이태준님의 작법을 좋아하기에.........악의 없어요T.T) 
 

 

 

(처음에는 오탈자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랍니다. 다른 글에서도 있어요...작가의 작법인가봐요.)

 

 아마 작가와 직접 만나 이야기 했더라면 달라졌겠죠... 작가의 눈빛, 표정을 보며, 잘 이해 되지 않는 것은 질문도 해가며 이야기 했더라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겠지만, 100% 언어로만 만나야 하는 상황에서 일상언어로 대화하듯 편히 써 내려간 글이 많았던 까닭에 작가와의 공감대 형성이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었을 때 읽는다면, 혹은 이미 작가와 같은 경험을 했더라면, 작가의 작은 움직임이 큰 울림으로 다가 올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하게 되구요... 

 

 넉넉한 행간 사이에 흐르는 미세한 움직임을 재미로, 혹은 여운으로 느끼기엔 아직 부족한 저이기에, 이 책은 이후 가끔씩 가지는 커피 한 잔의 시간에 읽으며 찬찬히 생각하며 읽을 책이란 생각을 합니다. 

 

 지금 책을 읽고 간단하게 책과 어떤 소통을 했는지, 어떤 감동을 받았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메모했지만......적은 내용을 살펴보니 긍정, 호의가 느껴지진 않습니다.  '20,30대에는 맞지 않을 것 같다... 감동은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 작가의 스타일....50대 아버지께 나오는 상투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일상언어로 쓰는..........' 이라고 적혀져 있습니다.

 

 흑...흑...

 

 출판사에서 안티냐고 쪽지 올 것 같아 "작가가 고려한 독자층이 아니라 그런 것 같습니다." 라고 변명을 미리 적어봅니다....  분명, 군용모포를 뒤집어쓰고 부풀어가는 빵 반죽을 여러 번 들쳐본 경험이 있거나 날이 저물어 가는 귀가길 양희은의 <찔레꽃>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정취를 공유할 수 있는 분 혹은 수필을 좋아하거나, 행간이 널널한 수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굉장히 좋아하실 책이란 말씀도 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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