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법정 지음, 김인중 그림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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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부처님 오시는 날 특별 기획으로 법정 스님께서 생전 집필하신 책들의 문장들을 발췌하여 ‘빛의 화가` 김인중 신부의 미발표 그림과 함께 엮어낸 명상서이자 에세이다. 법정 스님의 말씀과 함께강렬하면서 독특한 색채를 발산하는 그림을 같이 감상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책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단어는 침묵과 행복이다. 행복에 대해서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준이 다르기에 명확히 규정할 수는 없으나 그 기준을 높게 잡을수록 불행해진다고 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더 많이 가지고자 욕심을 부릴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나누어주고 나누어 줄 수 있는 내 형편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얼마나 집착하고 내 처지를 탓했는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겠다.

말을 많이 해서 손해를 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심지어 괜한 말을 해서 상대방 화를 돋우거나 경솔하게 내뱉은 말로 후회한 적이 있지 않은가. 나도 그런 경우가 많아서 후회하고 자책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말을 내뱉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고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않는 것이 침묵의 미덕이라고 한다. 이것을 실천하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우선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쁘면 호흡이 빨라지면서 흥분하고 말도 그만큼 생각 없이 빠르게 내뱉게 되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말을 많이 하고 떠들썩한 사람을 좋아하는 이가 어디 있을까. 살면서 말이 많은 자들을 멀리하게 된다. 말이 너무 많으면 경박스러워 보이고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말로 거창하게 떠드는 사람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에게 신뢰가 가기 마련이다. 나는 전화 통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통화보다는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고 말하는 걸 선호하며 통화할 일이 있을 때는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끊는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통화를 길게 하면 나도 모르게 무의미하고 쓸모없는 이야기만 늘어놓게 되어 기가 빨리고 상대방 역시 나로 인해 괜히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은 하루 중에 자신이 내뱉은 말에서 쓸모 없는 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있으니 침묵한 후에 말하라고 강조한다.

법정 스님의 가르침처럼 진중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에게 가벼운 사람으로 보이기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묵직하면서 신중하게, 말보다는 마음으로! 어려운 내용이나 단어가 없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단숨에 읽었지만 마음에 새기고 싶은 보물 같은 글귀들이 넘친다. 마음이 힘들고 불안정할 때마다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수양하고자 한다. 내 마음이지만 다스리기가 어찌 이리 어려운지. 나는 오늘도 바란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기를. 나 역시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하루하루 행복을 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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